2024년 3월 29일(금)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SBS스페셜' 오늘 하루 잘 살아가기 위한 할머니의 인생은 '우리 삶의 이정표'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18.12.10 00:07 수정 2018.12.10 08:15 조회 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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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할머니의 인생은 우리 삶의 이정표이자 유산이다.

9일 밤 방송된 SBS 'SBS 스페셜'에서는 '빛나라! 우리 할머니'라는 주제로 할머니의 인생에 대해 알아가려는 손주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금선 할머니는 8년 전 알츠하이머가 발병해 손주와 자식들의 이름까지도 잊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기억 속에 또렷한 기억들이 몇 가지 남아 있었다. 이에 김빛나라 씨는 할머니에 대한 궁금증이 깊어졌다.

2년 전부터 매주 할머니의 집을 찾고 있는 김빛나라 씨는 할머니가 모든 기억을 잃기 전에 할머니의 삶에 대해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힘겹게 자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어머니는 밥을 주고 그랬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만 아버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아버지에 대해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젊은 시절 남편의 모습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까지 모두 잊고 있었다. 또 남편과 어떻게 만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80년의 세월을 잊은 할머니는 "옛날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보리쌀 빻아서 죽 끓여먹은 게 고생이다. 젖이 안 나와서 애들이 머리로 젖을 콱콱콱 들이받았다"라며 "그거를 생각하면 애들이 너무 불쌍하다"라고 과거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에 할아버지는 "그걸 잊어버려야지 왜 기억하고 있냐"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잊어버려야 하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 요즘은 밥이 흔하지만 그때는 너무 어려웠다"라고 힘들던 당시를 떠올렸다.

김빛나라는 할머니의 과거를 찾아 떠났다. 할머니의 정미소가 있었다는 마을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 내외를 기억하고 있었다. 할머니 내외는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도 이웃에게 베풀고 살았다고 했다.

6개월 전 병세가 깊어지면서 할머니는 자식들의 집 근처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그전까지 할머니는 한 마을에서 30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옛집을 찾았다. 옛집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할머니는 이웃은 기억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할머니에 대해 옛 동네의 이웃은 "부처님 같은 할머니다. 시아버지를 99세까지 모시고 살았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니까 할머니가 바로 치매가 발병했더라"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옛 동네 마을 회관을 찾은 할머니는 이웃 사람들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얼굴이 됐다. 그리고 할머니는 어김없이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아싸 야로"라고 노래를 불렀다. 이에 이웃들은 "나들이에 갈 때마다 이 노래를 불렀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할머니가 자신의 삶의 안내판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김빛나라 씨는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실 수도 있잖냐. 그때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을 나누고 싶다"라고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기억은 언제나 지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이니까. 내가 보고 있고 만나고 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최선을 다 해야겠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스페셜

책방 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요한(33)씨는 할머니 표 식혜 레시피를 전수받기 위해 시골집을 찾았다. 책방에서 많은 이들에게 할머니의 맛을 널리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요한은 할머니에게 식혜와 양갱 레시피를 배우며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 이옥이(82)씨는 평생을 아궁이 곁에서 살아왔었다. 이에 손자 정요한은 "아궁이에 할머니의 인생이 녹아들어 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할머니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가족을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왔음을 알고 있었다.

정요한은 "할머니의 부지런함을 본받고 싶고,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기도 하다. 하나의 큰 유산인 것 같다"라고 말해다.

허나영(38) 작가는 고향 집에서 60권에 달하는 할머니의 가계부 일기를 찾았다. 50여 간 할머니가 써나간 일기에는 오영순(93)이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반복되는 삶에 지쳐있던 허나영 작가는 할머니의 육아 일기를 접하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가계부 일기에 대해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기록을 하면 좋지 않냐. 생활 밸런스를 생각하며 가계부 일기를 쓰게 됐다"라고 밝혔다. 일기장 속에는 할머니가 살아오면서 체득한 삶의 지혜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그냥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기 위한 할머니의 삶은 손녀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에 허나영 작가는 "할머니를 보며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거. 너 자신이 믿는 것을 가지고 흔들리지 말고 가야 한다는 내 이정표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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