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SF9 알리는 게 먼저"…로운, 아이돌 센터의 바람직한 자세

강선애 기자 작성 2018.12.13 17:11 수정 2018.12.13 19:25 조회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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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아이돌 그룹에는 '센터'라는 포지션이 있다. 카메라에 가장 잘 포착되는 자리인 만큼, 그룹 내 우월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멤버가 보통 '센터'를 맡는다. 얼굴을 주로 따지다 보니, '센터'는 비주얼은 잘났어도 실력적인 면에서는 뒤쳐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런 '센터'에 대한 편견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요즘 아이돌계 '센터'들은 얼굴뿐만 아니라 실력도 탄탄하다. 오랜 시간 훈련받고 수많은 연습생 사이에서 경쟁을 거쳐 데뷔한 만큼, 노래도 춤도 수준급이다. 거기다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연기수업도 체계적으로 받은 탓에 연기력까지 겸비했다.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은 워너원 강다니엘이 주포지션은 춤과 랩인데도 불구하고 보컬 실력까지 안정적인 것, '얼굴천재'로 불리는 아스트로 차은우가 그 잘생긴 얼굴로 춤과 노래는 기본, 연기로 인정받는 것만 봐도, 아이돌 '센터'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다.

로운

여기, 또 한 명의 눈에 띄는 아이돌 센터가 있다. 그룹 SF9의 센터, 로운이다. 차은우가 '얼굴천재'로 불린다면, 로운은 '얼굴영재'로 불릴 만큼 조각 같은 외모를 지녔다. 또 190cm에 육박하는 큰 키로 8등신을 넘어서는 비율을 자랑한다. 비주얼은 가히 '역대급' 아이돌 센터 감이다. 여기에 '복면가왕'에 출연해 인정받을 만큼 안정적인 보컬 실력을 지녔고, 키가 큰 탓에 예쁜 춤 선을 내기 힘들다는 우려를 깨고 탄탄한 춤 실력까지 겸비했다.

로운이 진짜 '사기캐'(사기캐릭터)인 이유는, 극강 비주얼에 가수로서 재능, 거기다 연기력까지 뒷받침된다는 점이다. 2016년 웹드라마 '클릭유어하트'를 시작으로 연기에 도전한 로운은 '학교 2017', '멈추고 싶은 순간:어바웃 타임'을 거쳐 최근 종영한 SBS '여우각시별'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남'이다.

스스로 지나치게 잘나면 그 맛에 우쭐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로운은 다르다. 그를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로운은 자신보다 소속 그룹을 더 우선으로 위한다. 자신의 개별 활동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SF9을 알아주길 바라는 그다. 무슨 말을 하든, 로운의 이야기는 '기승전SF9'으로 귀결된다. 그룹의 이름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정말 바람직한 '센터', 로운이다.

로운

Q. '여우각시별'에서 인천공항 계류장 운영팀 1년 차 사원 고은섭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어요. 한여름(채수빈 분)을 짝사랑하는 '남사친' 역할이었는데, 생각보다 비중도 컸고요.
로운: 7월 말에 오디션을 보고 8월부터 본격 촬영에 들어가, 더운 여름부터 추운 겨울까지 모두가 같이 고생한 작품이 잘 마무리돼 기뻐요. 은섭이가 여름이를 짝사랑하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도와주는 작은 역할인 줄 알았는데, 초반에 한 회에 한 신밖에 없던 비중이 점차 커지더라고요. 이수연(이제훈 분)의 휠체어를 처음 발견한 것도 은섭이고, 여름이와 관련한 소문을 퍼뜨린 남대리를 뒤에서 응징하는 것도 은섭이었어요. 매력 있는 캐릭터였죠.

Q. 은섭이는 끝까지 여름이를 짝사랑하는 남사친으로 남았어요. 결말에 1년이란 세월이 흘러서도요.
로운: 그래서 은섭이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은섭이는 여름이를 짝사랑하면서도 친구의 선을 넘지 않으려 하다가 결국 한 발자국씩 넘었고, 그걸 여름이는 딱 잘라 철벽을 쳤죠. 그럼에도 은섭이는 1년이 지나서도 여름이한테 "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있을게"라고 말해요. 그걸 보고 여름이를 계속 바라보는 변함없는 은섭이의 마음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Q. 실제로는 어때요? 남자, 여자 사이에 남사친-여사친이 될 수 있을까요? 은섭이처럼 짝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

로운: 사실 제가 남중, 남고를 나와 여사친이란 게 없어요. 그래서 은섭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짝사랑이란 것도, 어릴 적에 원더걸스 선미 선배님을 동경한 마음 정도고요. 그래서 은섭이의 감정을 알기 위해 감독, 작가님께 많이 물어보고 도움을 받았어요. 첫사랑은 있는데 짝사랑은 없는 거 같아요. 학창 시절 한 번의 연애경험이 있는데, 그게 연애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짝사랑으로 남았겠죠?(웃음)

로운

Q. 인천공항의 계류장 운영팀 직원이란 역할이 생소했을 텐데,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했나요?
로운: 계류장 운영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우선 인천공항으로 답사를 갔어요. 실제로 그분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공항 안에 들어가서 직원분들한테 여쭤보기도 하고 어떤 자격증이 필요하고 어떤 시험을 봐야 하는지, 지원자가 얼마나 되는지까지 세세하게 알아봤죠. 특히 계류장에서 쓰는 용어 정리를 먼저 했어요. 평소 쓰는 단어가 아니잖아요. 제가 그 단어의 뜻을 알고 하는 말이랑, 아는 척하고 하는 말은 다르니, 계류장 용어부터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또 제가 회사 경험이 없어 직급 시스템이나 상사를 대하는 법을 모르잖아요. 그와 관련해 간접경험이라도 쌓고자 드라마 '미생'을 보며 공부했어요.

Q. 이제훈, 채수빈, 김원해 등 좋은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췄어요. 그들과의 연기가 많은 공부가 됐을 거 같아요.
로운: 은섭이와 여름이가 극 중에서 절친인데, 실제로 채수빈 누나와 친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친해지려고 누나의 SNS도 보고, 기사도 읽어보며 저와 공통점을 찾아 그걸로 이야기 소재를 삼으려 준비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누나 앞에 서니 얼어서 말을 못 걸겠더라고요. 다행히 누나가 먼저 다가와 말도 걸어주며 저와 친해지려 했고, 그렇게 점차 친해지며 자연스럽게 절친 연기로 이어질 수 있었어요. 누나와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누나가 잘 끌어줘서 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됐어요. 이제훈 선배님은 연기할 때 현장의 공기부터 달라져요.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이수연 그 자체로 보일 정도로, 캐릭터 이해력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리허설할 땐 제게 먼저 "같이 해보자"라고 제안하며 배려해주려 했어요. 김원해 선배님은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잘하고 있으니, 널 믿고 최대한 호흡 끊지 않고 해 봐"라며 힘을 북돋워 주셨죠. 따뜻한 분들과 함께 한 작업이었어요. 나중에 제가 그분들 같은 선배의 위치에 서게 된다면, 저도 꼭 신인 배우를 따뜻하게 대해주고 싶어요.

Q. 힘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로운: 매 순간이 힘들었죠. 제가 가진 게 없잖아요. 본업이 연기자도 아니고, 연기 경력도 적고. 매 순간 힘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도와주신 선배 배우분들,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 분들 덕에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로운

Q. 연기는 언제 처음 배우기 시작한 거예요?
로운: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발음, 발성 등 꾸준히 연기수업을 받았어요. 사실 그때는 상대방 없이 혼자 만들어내는 연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연기가 재밌어요. 대본을 보고 캐릭터를 분석하는 게 흥미롭고, 상대 배우의 표정을 보고 호흡을 느끼며 탁구 치듯 왔다 갔다 주고받는 연기가 재밌어요. 연기는 현장에서 배우는 게 제일 빨리 느는 것 같아요.

Q. 원래 꿈이 아이돌이었던 건가요? 연습생 생활은 언제부터 했죠?
로운: 연습생은 중3 겨울방학 때, 17살에 처음 시작했어요. 노래에 흥미가 생겨 FNC아카데미를 다니며 노래를 배웠고, 그걸 계기로 FNC 회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갔어요. 그때만 해도 아이돌은 막연한 꿈일 뿐이었죠. 회사에 들어와 춤을 배우니 춤에도 흥미가 생겼는데, 춤은 노력을 진짜 많이 했어요. 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허리 디스크가 생겨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였죠. 지금은 운동이랑 재활치료를 병행해 좋아지긴 했는데, 춤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에요.

Q. 연기자 로운으로서는 조금씩 이름을 알려가는데, 솔직히 원 소속 그룹 SF9은 데뷔한 지 2년이 됐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인지도예요.
로운: SF9이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앨범을 냈는데, 아직까진 목표하는 곳까지 올라가지 못한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내년에는 SF9 음악으로 1위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저희 멤버들이 다 잘나고 매력 있어요. 빛이 나는 친구들이에요. 전 SF9에 자신 있어요. 내년에는 꼭 1등 할 겁니다.

Q. 팀에 대한 애정이 큰 거 같네요. 확신도 있고요. 멤버들과 사이가 좋나 봐요.

로운: 솔직히 데뷔 초엔 멤버들끼리 어색했죠. 엄청 싸우기도 했고요. 모여서 같이 대화도 하고, 밥도 먹고, 성인 멤버들끼리 술도 한 잔 먹고 하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어요. 지금 멤버들 사이는 정말 좋아요. 전 SF9에서 나이로 중간쯤인데, 좋은 형이자 좋은 동생이 되고 싶어요. 제가 열심히 해서 SF9을 빨리 알리고 싶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알려지면, SF9을 찾아보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늘지 않을까요? 저희 멤버들도 알고 나면, 분명 좋아해 주실 거라 확신해요. 연기도, 가수도, 둘 다 병행하고 싶은데, 그래도 제게 1순위는 무조건 그룹 활동이에요.

로운

Q. 차은우가 '얼굴천재'로 불린다면, 로운은 '얼굴영재'로 불리던데요?
로운: 한 방송에서 제게 '얼굴천재'라고 하길래, 차은우 선배님과 비교되는 게 부담스러워서 '얼굴영재' 정도로 해달라 한 건데, 그 마저도 여전히 부담스러울 따름이에요. 차은우 선배님과 비교해 주시는 게 감사하긴 하지만, 어휴, 그분은 실제로 보면 저와 비교가 안 될 (상위)레벨이세요.

Q. 지나치게 겸손한 거 아닌가요. 쉴 때는 뭘 하면서 지내요? 연말 계획도 궁금하고요.
로운: 숙소 생활을 하는데, 쉴 때 침대 밖으로 잘 안 나가요. 침대에 거치대를 달아 드라마 보면서 지내요. 요즘엔 인터넷 쇼핑으로 고기를 구매한 후, 스케줄 끝나고 새벽에 멤버들과 고기를 구워 먹는 재미에 빠졌어요. 그게 요즘 제 소확행이에요. 사실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SF9 데뷔 후 지난 2년간 쉬지 못했거든요. 이제 차근차근 제가 할 만한 취미를 찾아보려 해요. 연말 계획은 딱히 없는데, 휴가를 주신다면 가족여행이나 나 홀로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조용한 바다 같은 곳으로요.

Q. 연기자 로운으로서, 아직 훨훨 날 때를 못 만난 SF9 멤버로서, 남다른 꿈이 있을 것 같아요.

로운: SF9로서 제 목표는, 우리 멤버 9명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하려면 한 단계가 필요한데, 그 한 단계로 내년에 꼭 1위를 하고 싶어요. 연기자로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목표예요. 거길 가기 위한 한 단계로, 연기 경험을 많이 쌓고 싶어요. 작은 역할도 좋으니 다양한 작품에서 많이 연기해보는 게 꿈입니다.

로운

[사진=백승철 기자 baik@partner.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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