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베일 벗은 '마약왕'...실제 모델 이황순은 누구?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2.14 17:49 수정 2018.12.14 17:54 조회 6,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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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올 겨울 최고의 기대작 중 한 편인 '마약왕'(감독 우민호)이 베일을 벗었다.

14일 오후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마약왕'은 문제적 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답게 강렬한 결과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필로폰 밀조로 마약왕의 자리에 오른 이두삼의 성공과 몰락을 그려낸 영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인 송강호가 타이틀롤을 맡은 '마약왕'은 실제 모델이 존재한다. 바로 1970~80년대 마약 제조 및 밀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황순이다. 황해도 출신인 이황순은 부산 칠성파의 조직원이었다.

70년대 초반 금괴, 시계, 다이아몬드 등을 밀수를 시작으로 마약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국내 유통뿐만 아니라 일본에까지 수출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왕

이황순의 마약 제조 및 밀매 사실은 그가 체포되면서 세상에 적나라하게 알려졌다. 지금도 낯설지만 당시로서는 더욱 놀라운 행적이었다.

경찰은 1980년 3월 19일 이황순을 검거하기 위해 그의 비밀 저택을 찾았고 약 3시간의 총격전 끝에 체포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부산의 산자락에 위치한 이 저택은 집 주변에 강과 산이 있어 마약의 악취를 숨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 안에 약 6평 규모의 마약 제조 공장이 있었다. 이중 대문으로 된 집 안팎에는 수십대의 CCTV가 설치돼 있는 삼엄한 경비를 자랑했다. 경찰은 이 저택에서는 당시 돈으로 약 300억 가치의 마약을 발견했다.

영화 '마약왕'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은 "소시민에서 마약왕이 되고, 그 마약왕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렸다. 1970년대 실제로 벌어졌던 마약 유통사건은 그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굉장히 아이러니했다. 이를 블랙코미디 화법으로 풀어내고자 했다"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마약왕

시작부터 자막을 통해 "실제 사건과 인물은 다르다"는 문구를 삽입했지만 영화의 주요 에피소들은 실화를 극화한 것이 많았다.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약 10년에 걸쳐 이두삼의 흥망성쇠를 드라마틱하게 다뤘다.

타이틀롤은 국민배우 송강호가 맡았다. 송강호는 부산의 말단 조직원에서 마약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로 분해 변화무쌍한 연기를 보여준다. 특유의 희극적인 연기부터 파국을 향해 치닫는 무절제한 연기까지 펼쳐 보였다. 마약 투약 장면은 물론 약에 취해 환각 상태를 보이는 극한의 연기도 돋보였다.

1970~80년대 부산뿐만 아니라 일본 오사카, 고베를 재현한 미술 역시 돋보였다. 종전의 한국 영화에서 못 본 이미지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영화는 방대한 사건과 인물관계를 제대로 교통정리 못한 듯 산만해 보이기도 했다. 영화적인 삶을 살았던 실존 인물을 토대로 만든 이야기지만 사회적 악인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운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관객이 이 인물을 보면서 느낄 도덕적 딜레마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시대와 인물에 관한 블랙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그 칼 끝도 무딘 편이다.

마약왕

송강호뿐만 아니라 조정석, 배두나, 이성민, 조우진, 이희준, 김소진, 김대명, 김홍파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명배우들이 나오고 하나같이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지만 이미지가 쉽게 휘발된다는 느낌도 준다.

당초 지난 여름개봉을 준비했던 '마약왕'은 편집에 만전을 기하며 겨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게 됐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인 만큼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다.

'마약왕'은 오는 19일 전국 극장에 개봉해 관객의 평가를 받는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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