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로딩이미지
로딩중
뉴스> TV 리뷰> TV 잡설

[TV랩]'미우새' 배정남, 바르게 클 수 있었던 '인생의 은인들'

최종편집 : 2018-12-17 14:17:13

조회수 : 3351

[TV랩]'미우새' 배정남, 바르게 클 수 있었던 '인생의 은인들'
이미지

[SBS 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진한 이목구비와 '모델', '배우'라는 직업에서 풍기는 도회적인 이미지와 달리, 밝고 솔직한 성격과 남다른 친화력,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왠지 모를 친근함을 자아냈던 배정남. 그가 어릴 적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미 수차례 방송을 통해 알려졌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배정남이 어릴 적 하숙했던 집의 주인 할머니를 20여 년 만에 재회한 SBS 방송이 가슴 먹먹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배정남은 어릴 적 부모의 이혼 후 외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힘들고 외롭게 지냈다. 하지만 주변에는 그를 아껴준 사람들이 존재했다. 녹록지 않은 삶이었지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그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인생의 '은인'들이 있었다.

를 통해 드러난, 배정남의 인생의 은인들을 살펴봤다.

이미지

# 꼬마 남이를 엄마처럼 돌봐줬던, 하숙집 차순남 할머니

배정남이 11세 초등학생이던 시절, 아버지는 하숙집에 그를 맡기고 돈을 벌러 갔다. 어린 배정남은 좁은 골목에 위치한 작은 집의 2층 다락방에서 홀로 지냈다. 배정남을 돌본 사람은 하숙집 할머니 차순남 씨였다. 배정남은 "아버지가 한 달에 한 번 하숙집에 생활비를 줬다. 외할머니 다음으로 제일 오래 같이 산 사람이 하숙집 할머니였다"라고 회상했다.

차순남 할머니는 어린 배정남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끼니를 챙겼고, 배정남이 혼자 자는 게 무섭다고 하면 기꺼이 곁을 내줬다. 배정남이 누군가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되면 엄마 대신 가서 싸우기도 했다. 배정남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꽃다발을 안고 찾아온 유일한 이도 차순남 할머니였다.

"정말 고마운 분인데, 어려웠을 때는 할머니를 못 찾겠더라. 이제는 그래도 내 몫을 하고 있으니 할머니를 찾아보고 싶다"던 배정남은 차순남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 생생한 기억을 따라 먼저 20여 년 전 살았던 하숙집을 찾았고, 어릴 적 배정남을 기억하는 이웃주민들의 도움으로 현재 진해 요양원에 계시는 차순남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요양원에서 할머니를 만나기 직전, 만감이 교차한 배정남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진짜 눈 앞에 나타나자 오열했다. "할머니 남이. 남이 기억나요?"라고 물으며 눈물을 흘리는 배정남에게 차순남 할머니는 "알지. 정남이"라고 화답했다. "너무 늦게 왔어요. 미안해요"라는 배정남에게 차순남 할머니는 "지금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죽겠다"며 손을 꼭 맞잡았다.

"할머니가 잘 키워줘서 잘 컸다. 훌륭한 사람은 못 돼도 바르게는 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배정남은 자신이 손주 다섯을 낳을 때까지 살아계시라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차순남 할머니도 "아들 하나 더 생겼다"라고 기뻐하며 "오래 살겠다"라고 약속했다. 배정남과 차순남 할머니의 20여 년 만의 재회를 지켜본 모두가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이미지

# 대학 등록금까지 마련해줬던 진정한 우정, 친구 명래 씨

배정남은 고등학생 시절 일찍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고3 배정남은 공장에서 일하며 야간작업까지 하면서 남들보다 3배의 월급을 받았다. 그는 "무식하게 일했다. 그때 돈의 가치를 알았다"라며 일찍 철든 자신의 과거에 씁쓸해했다.

아파도 병원비가 아까워 병원에 가지 못했다는 당시 배정남에게 대학은 사치였다. 수능시험도 대학 진학이 아닌 하루 쉬기 위한 수단으로 봤다. 비록 돈벌이 때문에 공장에서 일하지만, 그 역시도 남들처럼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배정남은 당시에 대해 "그때 말로는 대학 안 간다고 막 이야기했지만, 사실 대학에 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대학에 합격한 고3 배정남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난생처음 친척들에게 손을 벌렸다. 그런데 모두가 등을 돌렸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던 그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다른 '어른'이 아니었다. 그와 동갑인, 역시 10대의 어린 나이인, 친구 명래 씨였다. 학창 시절 배정남과 함께 취업에 나섰던 명래 씨는 "친구야 같이 대학에 가자"라며 자신이 힘들게 번 돈을 배정남에게 등록금으로 쓰라고 선뜻 빌려줬다.

명래 씨의 도움으로 대학에 등록한 배정남. 하지만 금방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등록금 못지않게 들어가는 예상치 못한 비용들 때문이었다. 배정남은 등록했던 대학에서 등록금 반액을 환불받고, 바로 명래 씨에게 빌렸던 돈을 갚았다.

배정남은 명래 씨에게 "그 때 등록금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명래 씨는 "친구인데 당연하다"라고 멋쩍어했다. 대학의 꿈을 결국 이루지 못했지만, 배정남은 명래 씨로 인해 대학교육 이상의 참된 우정을 배웠다.

이미지

# 때론 아버지처럼, 때론 큰 형처럼, 배우 이성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하숙하며 혼자 컸다"라는 배정남은 "어릴 땐 원망도 많이 했다. '난 왜 이렇게 컸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낯선 타향살이에 밑거름이 됐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성민은 그런 배정남의 아픔을 알고 챙겨준 선배 배우다.

배정남은 이성민에 대해 "마음속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밝혔다. 영화 '보안관'에 함께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두 사람. 이성민은 명절에 혼자 있을 배정남을 집에 불러 식사를 챙겨주고 가족과 함께 하는 정을 깨닫게 해 준 인물이다.

배정남은 "명절에 가면 민폐 될까 거절하려 했는데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해서 갔다. 그랬더니 형수가 크게 진수성찬을 차려주셨다. 형수님이 날 예뻐해 주셔서 4시간 동안 밥을 먹었다"며 그 이후로도 명절 때마다 이성민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단 둘이, 혹은 홀로 명절을 보내왔던 배정남이다. 명절날 가족이 모여 북적북적 거리는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한 그다. 이성민은 그런 배정남에게 따뜻한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배정남은 "명절에 가면 조카(이성민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데, 형님과 형수님은 괜찮다고 한다. 그런 것에서 가족의 정이 느껴졌다. 그 따뜻함이 좋더라. 형님 덕분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배정남과 이성민은 영화 '미스터주' 에도 함께 출연했다. 이들이 함께 한 촬영장 모습은 방송을 통해서도 공개됐다. 배정남은 이성민 옆에 착 붙어, 최근 패션쇼에 섰던 근황, 예능 선배로서 조언 등을 조잘조잘 이야기했다. 이성민은 그런 배정남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들이 자아낸 큰 형과 막내 동생 같은 케미는 방송을 본 시청자들마저 흐뭇하게 만들었다.

배정남은 어릴 적 수도 없이 눈물 젖은 빵을 먹었으나, 엇나가지 않고 바른 어른으로 자랐다. 바닥부터 시작한 모델 일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뒀고 배우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식 없고 솔직한 성격으로 사랑받는다. 눈물 젖은 빵 대신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어준, 주변의 좋은 사람들 때문이었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