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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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스윙키즈', 물 만난 도경수…달아오른 흥을 깬 건 OO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2.19 18:50 수정 2018.12.20 08:38 조회 2,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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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그야말로 물 만났다.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가수가 배우로 변신한 건 이 영화를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찰떡궁합이다. 도경수와 '스윙키즈'(감독 강형철)의 조합이 그렇다.

오늘(19일) 개봉한 '스윙키즈'는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낼 사람들에게 적합한 작품이다.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배경으로 깔고 있지만 춤과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답게 흥겨운 순간이 폭죽처럼 터진다.

1951년 한국 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에 새로 부임해 온 소장은 수용소의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전쟁 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전직 브로드웨이의 탭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에게 이 임무를 맡기고, 잭슨은 오키나와에 있는 약혼녀를 만나게 해 준다는 조건에 이 제안을 수락한다.

잭슨은 우여곡절 끝에 수용소 내 최고의 사고뭉치 로기수(도경수),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사랑꾼 강병삼(오정세)을 멤버로 한 댄스단 '스윙키즈'를 결성한다. 각자의 이유로 댄스단에 몸을 실었지만 탭댄스에 매력에 빠진 4인방은 데뷔 무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스윙키즈

영화의 모티브는 창작 뮤지컬 '로기수'다. 한국전쟁 당시 종군 기자 베르너 비숍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강형철 감독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의 역사와 '춤'이라는 가장 신나는 소재의 이질적 조합을 통해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고자 한 영화적 야심을 발산했다. 한국 오락 영화 중에서 탭댄스라는 소재를 사용한 영화는 처음이다.

강형철 감독은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통해 충무로에서도 음악을 활용한 영화의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스윙키즈'는 춤과 음악이 내러티브의 중요한 축이 되는 작품인 만큼 두 요소에 힘을 제대로 실었다.

특히 음악 구성이 매력적이다.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 엘린 바톤의 'If I Knew You Were Comin' I'd've Baked a Cake', 정수라의 히트곡 '환희', 바흐의 '평균율 1권 1번 다장조',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의 'The Christmas Song' 등 가요부터 클래식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곡들이 영화의 분위기에 맞춰 적시적소에 흐른다. 플레이리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는 비틀즈의 'Free As A Bird'다. 저작권 관리에 엄격한 비틀즈가 한국 영화에 원곡 삽입을 허락한 것은 최초다.

스윙

'스윙키즈'는 도경수의 '아이돌 스타'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써먹은 영화다. 춤에 반하고, 빠지고, 즐기는 로기수는 연기력으로만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경험을 도경수는 체화한 바 있다. 그 경험치를 연기에 활용한다. 단순히 춤추는 오브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맹수처럼 반짝이는 눈빛과 연민을 자아내는 섬세한 감정 연기 또한 수준급에 올랐다는 것도 보여준다.

도경수 매력이 극대화되는 순간이자 영화적으로 가장 훌륭한 순간은 로기수와 양판래의 탭댄스가 교차 편집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와 함께 어우러진 두 배우의 탭댄스 연기는 보고 있는 관객들의 발끝까지 들썩이게 할 정도로 경쾌하다.

영국의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명장면을 오마주한 듯한 이 장면은 춤이 자유의 무기가 되고 환희의 마약이 될 수 있음을 유려한 장면 전환 기법을 통해 보여준다.

스윙키즈

'스윙키즈'는 전반 한 시간까지는 춤 영화의 장점을 최대치로 보여주다가 이후부터는 시대의 비극을 소환한다. 그러나 극의 분위기가 급전환되는 데다가 후반부의 시나리오가 성겨 큰 아쉬움을 노출한다.

강형철 감독이 말하고자 한 반전(反戰)의 의도는 뚜렷하지만 상투적이고 투박한 이념 전쟁의 서사는 쌓아놓은 흥을 갈아먹는 단점이다.

한국 전쟁 배경의 영화에서 이념 갈등과 반전 메시지는 놓치고 갈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전, 후반부를 탭댄스 입문기와 이념전쟁으로 나눠놓은 것처럼 보이는 전개 때문에 결과적으로 두 요소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후반에 등장하는 한 인물의 경우, 캐릭터가 납작한 것은 물론 연기 역시 투박해 실소를 자아내는 수준이다.

반면, 이 영화를 통해 '발견'에 가까운 배우들도 만날 수 있다. 양판래 역의 박혜수와 샤오팡 역의 김민호가 그 주인공. 특히 박혜수는 박보영, 심은경을 발굴해낸 강형철 감독의 남다른 안목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재목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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