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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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Y] 화려한 조명 뒤 깊은 그늘…허투루 들을 수 없는 공민지의 고백

강경윤 기자 작성 2018.12.25 10:57 수정 2018.12.25 15:31 조회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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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지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공민지(24)는 재능을 타고난 가수다. 타고난 리듬감과 성인 못지않은 댄스 실력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공민지는 2009년 YG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2NE1의 막내 멤버로 합류해 8년간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공민지가 2NE1에 합류한 건 재능과 더불어 운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공민지가 초등학생 6학년 때였던 2005년, 누군가 광주에서 열린 한 댄스경연대회에 공민지가 출전해 춤추는 영상을 YG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올렸고,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이 동영상을 보면서 공민지를 직접 발탁했다는 건 연습생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적인 아이돌 제작 노하우를 가진 매니지먼트사에서 공민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5년간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았고, 데뷔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7년 뒤인 공민지는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그즈음 2NE1 팀 활동이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민지의 탈퇴가 막연히 팀 활동 감소에 따른 이견이라고만 추측했다.

최근 미국 빌보드와 인터뷰를 한 공민지는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2NE1 활동 시절 가졌던 고민들부터 탈퇴를 결심한 이유까지 솔직하게 공개했다. 그동안 공민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고, 여기에 운까지 뒷받침된 성공한 가수로만 비쳤기에 그녀의 인터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 인터뷰에서 공민지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걸그룹 중 한 곳에서 보낸 10~20대 초반의 시절이 그녀에게는 불안정과 혼란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10대 초반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이른바 '사회생활'을 시작한 공민지는 작은 실수와 경험들을 통해 인간관계를 연습할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

공민지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을 알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통제된 환경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서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친구들과 놀아본 적이 없고 오직 훈련만 있었다."고 고백했다.

공민지

2NE1의 성공은 공민지의 결핍을 채워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은 결핍으로 이어진 듯 했다.

공민지는 "가요계 정상에 오른 적도 있었지만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느꼈다. 무대에 있으면 모두가 나를 사랑하지만 무대가 끝나면 호텔에서 비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인생은 단지 무대처럼 느껴졌다. 나는 내 인생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신앙을 통해서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2NE1은 여성스럽고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소녀 이미지가 전반을 이루는 걸그룹들과는 달리, 강렬한 퍼포먼스와 실력을 내세운 걸그룹을 표방하고 탄생했다. 그러나 2NE1을 따라다녔던 비난 중 하나는 '못생긴 그룹'이라는 말.

공민지는 "양현석 대표로부터 '정말 못생겼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고, 네티즌들로부터 못생긴 걸그룹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듣고 우울증에 시달렸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샤이니 故 종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민지는 새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2016년 솔로가수로 전향했다. 12차례 가요계 정상을 차지했고, 전 세계 팬들을 거느렸던 2NE1의 영광을 뒤로하고 공민지는 뒤늦었지만 보다 전문적이고 새로운 것들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좀 더 자신에게 어울리는 음악 작업을 하기 위해 작사, 작곡에도 도전하기도 했다.

공민지

최근 10대 청소년들에게 가장 선망받는 직업 중 하나는 바로 연예인이다. 그중에서도 몇몇 아이돌 그룹들이 세계적 성취까지 이뤄내며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10대 청소년들은 아이돌 가수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 아이돌그룹의 특성은 두 가지다. 연령이 어리지만 그 실력이 월등하다는 점이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시되는 연예계에서 사회적인 경험이 결핍된 상태로 맹목적인 목적의식이나 선망만으로 아이돌 가수를 꿈꾼다면, 설령 그 꿈을 이룬다고 할지라도 화려한 조명 뒤 여러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

빌보드 인터뷰에서 공민지는 2NE1을 떠나서 가수 공민지로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밝혔다. "아이돌 세계에서 성공은 당신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다."

스스로의 이름을 찾기 위한 공민지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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