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19금 입담에 가려졌던 '겁 많은' 안영미의 본모습

최종편집 : 2019-01-10 08: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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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2018년은 여성 희극인들이 돋보인 한 해였다. 연예대상을 휩쓴 이영자를 필두로 박나래, 송은이, 김숙 등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동료들이 훨훨 나는 동안, 개그우먼 안영미는 TV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셀럽파이브 멤버로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그룹이 아닌 안영미 개인의 존재감은 과거 '김코뚜레' 명성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18년은 안영미에게 '도전'의 해였다. 예능인으로서 TV에 얼굴을 비추기 보단, 라디오 DJ로, 팟캐스트 진행자로, 드라마 속 연기자로, 댄스그룹의 멤버로 대중을 만났다. 그러다보니 특유의 19금 개그로 웃음을 빵빵 터뜨리는 안영미의 모습을 TV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영미가 TV방송 활동을 예전만큼 활발하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웃기기 위해 19금 발언이나 과격한 행동을 능청스럽게 하는 '센 언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안영미는 겁 많고 여린 성격이다. 웃기다는 호응 이면에 반드시 따라오는 날 선 악플러들의 반응에 안영미는 상처받고 움츠러들었다. 그러다보니 얼굴을 드러내는 TV방송보다 목소리로 웃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개그라는 정공법 대신 연기나 가요의 문을 두드렸다.

안영미에게 지난해는 여러가지 새로운 도전을 해서 의미 있었던 반면, 무엇 하나 쉬운 건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은 하루하루였다. 또 악플에 겁먹었던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각성한 뜻깊은 한 해였다. 이와 더불어, 여성 희극인으로서 후배들을 위해 자신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선배들의 진심을 어떻게 따를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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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계룡선녀전'에서 신(神) 조봉대 역으로 출연해 코믹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영미: 작년 1년을 거의 이 드라마와 함께 보냈다. 1월초에 캐스팅 제안을 받고, 2월에 감독님과 미팅하고, 대본을 받아 준비하다가 4월 첫 촬영에 들어가 12월에 끝났다. 정말 2018년을 이 드라마로 시작해 이 드라마로 끝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게 끝난 게 맞나, 싶다. 끝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기분이 묘하다. 끝난 거 같지 않다.

Q. '계룡선녀전'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안영미: 처음에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서열 두번째의 중요한 신 역할이래서 겁이 났다. 그런데 원작 웹툰을 보니 그렇게 큰 비중이 아니라,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싶어 하겠다고 했다. 그 후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하며 또 덜컥 겁이 났다. 대본을 보니 원작보다 비중이 커져 조봉대가 매 회 나오고 대사도 많더라. 잠깐 치고 빠지는 역할이 아니었다. 부담이 확 밀려왔다. 그래서 미팅 후, 바로 연기선생님을 알아봤다.

Q. 연기선생님이 붙으니 좀 낫던가?

안영미: 연기선생님과는 드라마 전체리딩 하기 전에 하루 연습한 게 전부다. 막상 수업을 받아보니 선생님은 연기적인 스킬만 알려줘, 내가 그 틀 안에 갇히는 거 같았다. 연기는 다른 배우들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주거니 받거니가 되어야 하는 건데, 그 기술적인 틀에 갇히니 오히려 연기가 더 어색해졌다. 감독님도 어색해 보였는지 "그동안 해왔던 대로 편하게, 재미있게 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사실, 그 "알아서 재밌게 해달라"는 말이 더 부담스러운 거다. '코빅' 스타일로 해달라는 건지, 'SNL' 스타일로 해달라는 건지, 그 선을 모르니까 더 어렵더라. 뭔가 확실한 게 없어서, 조봉대라는 캐릭터를 잡는 게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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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콩트연기를 해 온 희극인으로서, 정극에 출연하는 게 부담스러울 거 같긴 하다. 감초 역할을 맡기려 희극인을 드라마에 캐스팅하는 건데, 그렇다고 또 너무 콩트스러우면 안 되니까. 콩트와 정극 사이, 그 적정한 기준을 잡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안영미: 후배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 여기서 내가 꽁트를 해서 평이 안 좋아버리면 앞으로 개그우먼을 정극에 안 쓸 수도 있는 거고, '개그맨은 그래서 안 돼', '저러니까 안 쓰지'란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개그우먼도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캐스팅이 되고 나서 촬영에 들어갈 때까지 기간이 좀 있어 연습을 많이 했다. 어색한 게 티가 나버릴까 봐, 자연스럽게 대사를 하기 위해 진짜 연습을 많이 했다. 씻을 때도 대사를 계속 읊었고, 조봉대 말투로 사람을 대했다. 그렇게 조봉대로 살며 많이 노력했다.

Q. 정극연기는 첫 도전이었는데, 해보니 어떤가?
안영미: 재밌었다. 해보니 또 해보고 싶어진다. 그 전엔 카메오로 출연하거나 웹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전부였는데, 사실 그 때도 내가 뭘 알고 한 건 아니었다. 모니터를 보고 손발이 오그라져서 창피한 적이 많긴 하지만,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알면 알수록 재밌는 거 같다.

Q. 자신의 연기나 출연 방송에 대한 반응을 찾아보는 편인가?

안영미: 많이 확인한다. 요즘엔 실시간 톡이란 게 있어서,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볼 수 있다. 평소에 기사 댓글 같은 것도 잘 찾아본다. 정제되지 않은 (악플러의) 표현들에 내가 겁을 많이 먹었었다. 그 사람들이 전부인양, 이게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그렇게 겁을 많이 먹어 방송에도 안 나가려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날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날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다는 걸, 난 혼자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라디오 DJ를 하며 팬클럽이 생겼는데, 그 친구들의 애정어린 편지와 메시지들을 통해,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진심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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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코뚜레' 같은 캐릭터도 하고, 19금 개그도 잘하니 '안영미는 세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다보니 날 선 악플들이 따라오는 거 같다.

안영미: '센 언니' 캐릭터를 하니 그런 방송만 섭외가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 방송에 나가 또 오버하게 된다. 그렇게 보여지는 내 모습이 다라고 생각하니 당연히 오해가 생기는 거다. 난 또 그런 오해가 싫어 피하게 되는 거고. 원래 안영미란 사람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애매했다.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강유미 씨랑 유튜브를 하면서, 라디오 DJ로 내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진짜 나에 대해 알아주기 시작했다. 천둥벌거숭이인 줄만 알았던 안영미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안영미도 눈물이 있는 아이라는 걸, 알아주시며 호감을 갖는 분들이 생겨났다.

Q. 라디오 DJ로서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를 하고 있다. '2018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라디오 신인상을 받으며 "방송 초반에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수상소감이 인상적이었다.
안영미: 처음 시사라디오로 DJ 제안이 들어왔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내 2018년 목표가 안 했던 분야에 도전하는 거라 하겠다고 했다. 시사에 대해 잘 몰랐지만, 프로그램의 취지가 나처럼 시사를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해서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그런데 방송을 시작하니, 시사를 잘 모르는 안영미가 진행자로서 자격이 있냐고 자질을 문제 삼는 악플이 엄청났다. 욕도 욕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라디오는 장거리 달리기인데, 매일 생방을 하며 혹시나 내가 정치적인 발언을 잘못해서 대중의 뭇매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너무 아무 준비 없이 섣불리 덤볐구나 싶었다. 그래서 방송 한 달만에 그만두겠다고 했었다.

Q. 그만둘 고비를 넘기고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안영미: 주변에선 이렇게 그만 두면 악플러한테 지는 거라고 했지만, 내 생각을 달랐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했다. 억지로 끌고 가는 것보단 지금 빨리 손을 놓는 게 용기라고 여겨 그만두겠다고 했던 거다. 그렇지만 최욱 오빠랑 제작진, 많은 분들이 다시 해보자며 손을 잡아주셨다. 그런 초반의 과도기를 거쳐 점점 의견을 조율하고 케미를 맞춰 가며 지금의 '에헤라디오'가 만들어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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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라디오 DJ를 해보니 어떤가. 라디오만의 매력이 있다면?

안영미: 많은 DJ들이 "청취자가 가족같다"고 하는데, 그 말이 뭔지 알겠더라. 내 목소리를 들으려 일부러 그 시간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두고, 특별할 거 없는 내 말에 "안영미 씨 덕분에 힐링된다", "오늘 하루 힘들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댓글들, 점점 발전하는 게 보인다며 응원하겠다는 반응들을 보면 정말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기분이다. 라디오 진짜 오래오래 하고 싶다. 청취자랑 같이 나이 먹는 기분, 나도 느끼고 싶다. 그래서 '에헤라디오'의 끝인사는 항상 "내일도 하고 싶어요"다.(웃음)

Q. 송은이, 김신영 같은 셀럽파이브 멤버들도 라디오 DJ를 하고 있는데.
안영미: 송은이 선배님의 라디오에 게스트로 나가 많은 걸 보고 배웠다. 사연 하나를 읽어도, 예전의 나는 안 틀리고 잘 읽으려는 마음만 앞섰는데, 송선배님은 그 사연 속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더라. 그저 웃기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라디오를 하며 무조건 웃기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개그우먼들은 언제 어디서든 웃기려 하는 일종의 직업병이 있긴 하더라. 일반인 남자친구와 오랫동안 공개연애 중인데, 연애할 때도 남자친구를 웃기려고 하는 편인가.

안영미: 연애초반에는 그런 면이 있었다. 괜히 웃긴 걸로 '나 이런 사람이야'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무리수를 몇 번 던졌다. 지금은 많이 내려놨다. 본연의 내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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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기에, 라디오에, 셀럽파이브에, 팟캐스트 '귀르가즘'까지. 2018년에 참 많은 도전들을 해왔다. 그 도전들 속에서 느낀 게 있다면?

안영미: 셀럽파이브를 하면서 아이돌을 존경하게 됐다. 그들이 무대에 한 번 서기까지 진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잠깐이지만 합숙도 하고 매일 연습도 해봤는데, 정말 쉬운 게 아니더라. 팟캐스트는 처음 시작하며 19금 토크가 주제라 거부반응이 클 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호응해주시는 분들의 반응을 보며, 이런 이야기를 터놓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그동안 없긴 했구나, 연애에 대해 묻고 이야기하며 풀 곳이 없었다는 걸 느꼈다. 또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도 팟캐스트는 매일 배우면서 하고 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는 정말 극한 직업이란 걸 느꼈다.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잠 못 자고 힘들게 촬영하는 걸 보며, 왜 곳곳에서 한국드라마 촬영요건이 더 나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지 알게 됐다. 이런 여러 도전들을 하며 나름 좋은 결과를 얻어 행복했지만, 정말 무엇 하나 쉬운 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Q.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니, 개그가 더 쉽게 느껴졌던 건가?
안영미: 개그우먼이란 직업이 정말 나와 잘 맞는 행복한 직업이란 걸 깨달았지, 그렇다고 개그가 더 쉽다고 느낀 건 아니다. 개그도 어려운 직업이다. 매일 회의해야하고, 남을 웃기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요즘에는 웃음코드의 변화가 빨라 더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후배들이 더 힘겨워 하는 거 같다.

Q. 희극인들, 특히 여성 희극인들은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이 유독 애틋한 거 같더라.
안영미: 송은이, 이영자 같은 선배님들이 왜 그토록 열일을 하는지 안다. 그렇게 자주 얼굴을 비쳐야 여성 희극인이 잘 하고 있다는 평을 들을 수 있고,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써줄테니까. 선배님들이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잠도 못 자고 열일하는 게, 힘들지만 내가 잘해야 후배들도 불러줄 거라는 시너지 효과를 바라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잘 하는 후배들이 많다. 그래서 안타깝다. 방송은 이미 알려진 사람만 쓰려고 하지 않나. 조금 더, 여성 예능인이 놀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드라마도 그렇다. 연기 정말 잘하는 개그우먼 후배들 진짜 많다. 판을 깔아주면 잘 할 친구들이다. 그런 친구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길, 관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Q. 이제 2019년인데, 올 해도 새롭게 도전할 계획이 있나.
안영미: 셀럽파이브로서 다양한 도전을 이어갈 거 같다. 이미 송선배와 김신영씨가 많은 계획을 짜놨더라. 또 개인적으로는 '안영미쇼'라는 공연을 하고 싶다. 예전부터 품고 있던 꿈인데, 이번엔 그냥 말만 하지 않고 정말 제대로 기획해서 무대에 올리고 싶다. 재미도 재미지만, 끝나고 나면 여운도 남는 그런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 또 이런 공연도 후배들이 설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