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도경수라는 가능성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1.11 16:13 수정 2019.01.11 18:40 조회 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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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2014년 영화 '카트'에 도경수가 등장했을 때 놀랐던 것은 극 안에서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이 보이지 않게 남아있던 시기였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다룬 다소 무거운 주제의 영화에서 도경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 '태영'으로 분했다. 만약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도경수가 지나왔을 법한 일상의 소소함이 묻어나는 연기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해냈다.

당시는 엑소가 '으르렁', '중독'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시기였다. 소박해서 더 인상적인 연기 데뷔였다.

도경수에겐 엑소의 디오(D.O.)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연기 데뷔작으로 연대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선택했고, 이 작품에서는 디오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캐릭터로 오롯이 섰다. 그렇게 '배우 도경수'의 미약한 역사가 시작됐다.

도경수

도경수는 또래의 배우와 차별된 장기를 가지고 있었다. 춤과 노래에 능하다는 것이다. 그간의 영화에서 이 무기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6번째 영화 '스윙키즈'가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은 건 강형철 감독이 미완의 대기인 배우 도경수를 제대로 써먹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스윙키즈'는 흥행에 실패했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던 지난해 겨울 영화 시장에서 '스윙키즈'는 한국 영화 BIG3 중 가장 적은 관객 수(145만 명)를 기록했다. 이 영화의 의미를 찾자면 도경수의 또 다른 얼굴을 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배우 도경수는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도경수

◆ 신인 배우 도경수의 '자세'

아이돌 가수로는 베테랑이지만, 배우로 치자면 이제 막 신인 딱지를 뗐다. 도경수는 영화계에서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 민낯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대학교 신입생처럼 기자들을 맞았다. 인터뷰 자세는 마치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처럼 조금은 긴장하고 경직된 모습이었다. 인상적이었다.

배우의 자세를 논한다는 것은 조금 우습지만, 신인의 태도는 향후 그릇을 감지할 수 있는 바로 미터가 되기도 한다. 도경수의 자세는 순수하고 진지했다.

도경수는 '스윙키즈'를 선택한 이유로 강형철 감독을 꼽았다. 그는 "'과속스캔들', '써니' 등 강형철 감독님 작품들이 너무 훌륭하잖아요. 제가 아직 배우로서의 경험이 부족해서 많이 배우고 싶었어요. 감독님은 예상보다 훨씬 섬세해서 촬영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많이 늘었어요."라고 말했다.

영화로는 7번째 작품이었다. 데뷔작과 비교하면 긴장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졌다는 것이었다.

"'카트' 때를 생각하면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이제는 긴장보다는 기분 좋은 설렘이 있는 것 같아요. 선배들이랑 호흡을 맞추는 것도 너무 즐겁고요. 감정 표현도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스윙

◆ 도경수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다니!

도경수의 얼굴엔 반전이 있다. 멍뭉미 가득한 이목구비의 소유자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눈빛이 야수로 변한다. '스윙키즈'에는 그 눈빛을 볼 수 있는 순간이 잦다. 아마도 이번 영화를 통해 도경수의 연기를 처음 접한 관객이라면 '이런 얼굴이 있었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모던 러브' 신에서 행복하게 웃으면서 춤추는 장면에서의 제 얼굴이 좋아요.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 웃으면서 춤을 춰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멋있게 짜인 퍼포먼스만 해오다가 이번 영화에서는 자유롭게 탭댄스를 추는 것도 재밌었고요. 그 장면을 큰 스크린으로 확인하는데 제가 그렇게 밝게 웃는지 몰랐어요."

준비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경수는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어느 정도 디렉팅을 주시긴 했지만 '네가 한번 표현해봐'라면서 표현에 대해서는 열어 두셨거든요. 제가 춤을 추면서 느꼈던 답답한 마음과, 춤이 완성됐을 때 해소된 마음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됐네요."라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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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로기수'는 탭댄스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한다. 스텝 소리를 환청으로 듣고 속앓이를 하는 장면에서의 도경수의 표정이 낯설지만은 않다. 아마도 한두 번쯤은 경험해본 감정이었을 것이다.

"네 맞아요. 엑소의 새로운 안무가 나올 때마다 그 안무를 계속 생각하거든요. 그런 신들은 개인적으로도 공감지수가 높았어요."

관객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던 엔딩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밝혔다. 도경수는 "비극적 결말이 있어서 스윙키즈 멤버가 더 안타깝고 소중하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도경수

◆ "현장이 스승이다"

요즘 아이돌은 가수 활동과 연기 공부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 도경수도 같은 케이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따로 연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카트'라는 작품을 할 때 시나리오가 뭔지도 몰랐고, 어떻게 영화 촬영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가수를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오래전부터 이쪽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그때 '카트'라는 좋은 작품을 제안받고 무조건 하고 싶다고 이사(남경수)님께 말씀드렸어요. 이사님도 '카트'의 좋은 메시지에 공감하셔서 흔쾌히 추천하셨고요."

도경수는 작품 선택에 관한 한 남경수 이사와 가장 많은 상의를 하고 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역시 도경수와 남 이사의 안목이 빛을 발한 선택이었다.

따로 연기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도경수에게 있어 성장의 기폭제가 된 것은 무엇일까. 주저 없이 '현장'을 스승으로 꼽았다.

도경수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현장에서 배우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배우들의 눈을 보고 연기할 때 느껴지는 감정을 통해 많이 배워요. 지금 이 순간 '괜찮아 사랑이야' 마지막 회 촬영이 기억이 나네요. 제가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조인성 선배와 호흡을 맞추면서 처음으로 '울컥'이라는 감정을 느꼈어요. 현실에서도 잘 못 느껴본 감정을 촬영을 하며 느낀 거죠. 그런 경험들을 통해 감정을 알고, 표현하는 것을 배워가는 것 같아요."

도경수는 연기할 때의 쾌감과 무대에 오를 때의 쾌감이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연기는 제가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쾌감이 있고요. 노래하고 춤 출 때는 무대가 마냥 행복해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은 관객의 눈을 못 보잖아요. 그런데 무대에 오르면 내 앞에 있는 관객의 눈을 보고 소통할 수 있어요. 저희 무대를 보고 행복해하는 팬들의 눈을 보면 마냥 행복해져요."

배우와 가수를 겸하고 있는 도경수에겐 영화 촬영 및 개봉, 엑소 활동이 겹치는 경우도 적잖았다. 도경수는 에너자이저처럼 양쪽의 활동을 병행해왔다. 노력과 의지로 피곤함을 물리치는 모습이 대단하면서도 안타깝게 보이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어렸을 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흉내 내는 것도 좋아했어요. 노래는 꾸준히 해왔는데 너무 좋은 기회로 에스엠(SM)에 들어오게 됐고 엑소로 데뷔하게 됐어요. 물론 양쪽 일을 병행하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이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해요. 행복을 찾지 않으면 힘들어지니까요. 무대에 설 때의 행복, 연기할 때의 행복을 찾아서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노력해요."

인기가요 엑소

배우로서의 소박한 포부도 밝혔다. 그는 "최대한 열심히 해서 보시는 분들에게 공감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과 연기를 하고 있어요. 또 에너지와 메시지를 전하고 싶기도 하고요.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을 정해놓고 있지는 않아요. 멜로든 누와르든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질문에는 안경 너머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 영화는 다 좋아해요"라고 말한 뒤 "그중에서도 휴먼 드라마, 일상에서 벌어지는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연기력 논란 한번 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에는 배시시 웃으며 "너무 감사한 말이죠. 책임감이 많이 생겨요. 자극도 많이 되고요.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또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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