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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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1등이 아닌 '작은 인정'을 바라요" 가수 효민이 말하고 싶은 것

강경윤 기자 작성 2019.01.21 14:48 수정 2019.01.21 15:11 조회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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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민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그룹 티아라의 멤버로 9년, 홀로서기로 1년. 짧지 않은 기간 가수이자 '연예인'으로 살았던 효민이지만, 그는 여전히 취재진을 만날 때는 여린 마음이 숨기지 못한다. 그렇지만 효민은 가수로서 자신의 행보나 실패담 등 매우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외로 덤덤함을 잃지 않고 솔직하게 답하려고 했다.

"'망하는데 왜 계속 나오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사실 성적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 지는 꽤 됐어요. 그래서 그런 말에 큰 상처를 받지 않아요. 언젠가 나중에 '쟤가 그래도 음악에 욕심이 있고, 좀 생각이 있네' 이렇게 느껴주신다면 저는 그거로도 만족할 수 있어요."

티아라의 멤버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활약했던 영광스러운 과거를 뒤로하고 효민은 솔로로 데뷔했다. 그리고 디지털 솔로앨범 '망고'에 이어 4개월 만에 '으음으음'을 발표했다. 음악에 색감을 덧입히고 싶었다는 효민은 '망고'를 아주 환한 노란빛으로, '으음으음'을 보기만 해도 청량한 에메랄드빛으로 소화했다.

효민

수많은 NG를 낸 끝에, 원테이크로 촬영해 성공한 뮤직비디오를 보면 '으음으음'을 통해 효민이 표현하려고 한 청량감과 밝음이 무엇이었는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효민은 "왜 겨울에는 꼭 서정적이고 잔잔한 분위기의 곡들만 나와야 할까, '왜 안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으음으음'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으음으음'은 사랑에 깊이 빠지는 걸 허밍으로 표현한 단어다. 그 단어에 에메랄드빛 청량감과 효민 특유의 건강한 섹시 퍼포먼스를 더했다. 파격적인 노란빛 무대의 '망고'와는 확실히 다르다. 다음 달 나올 새 앨범이 강렬한 레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노란색과 옐로우 사이에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효민은 덧붙였다.

색감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색깔로 자신을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효민은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오랜 생각 끝에 내놓은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티아라 활동을 할 때 제 색깔은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가요계에 청술돌, 섹시돌, 성인돌 등 많은데, '왜 우리는 아무런 색이 없지'라고 늘 아쉬워했어요. 굳이 따지자면 다양한 것에 도전했으니 무지개라고 해야 할까요. 큐티, 섹시 등 다양한 도전을 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는데, 돌이켜보니 그게 티아라의 색깔이었네요."

그렇다면 지금 효민이 생각하는 자신의 색깔은 무엇일까.

효민은 "뻔할지도 모르겠지만 화이트"라면서 "그동안은 채워져야 만족이 되는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뚜렷한 색이 없어도 만족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입히고 그려볼 수도 있는 그런 시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효민은 티아라 활동을 마무리 짓고, 첫 휴식기를 가졌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그 기간은 10년 동안 느껴보는 첫 심리적 휴식기였다. 그러다가 "나 이제 뭐하고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효민은 슬펐다고 했다.

"제 또래 친구들은 가정을 꾸리거나, 아니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설렘을 가지고 있을 시기였는데 저는 '이제 뭐하고 살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10년 동안 처음 주어진 휴식이었는데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 생각하고 정말 푹 쉬었어요. 제가 외동딸인데 부모님 보기도 좀 그렇고, 주위에서도 '이렇게 끝낼 순 없지 않니'라고 해주셨어요. 그래서 딱 앨범 하나만 내자고 한 게 '망고'였어요."

솔로 활동에 많은 의미와 수사를 더 할 수 있었을 테지만, 효민의 놀랍도록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망고'가 독특한 컨셉트와 새로운 음악적 도전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적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효민은 덤덤했다.

효민

"효민만의 매력이 뭐냐고 하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솔로를 할 때도 어떤 색깔을 보여줘야지 보다는 음악적이든 비주얼적이든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만 강했거든요. 대대적인 행보가 아니더라도 1~2년에 한 번씩이라도 이렇게 앨범을 내고 싶고, '쟤 그래도 보니까 계속 도전하더라'라는 그런 작은 인정, 그런 걸 바라고 있어요."

'작은 인정'도 소중하지만 정상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없는 건지, 재차 물었다. 효민은 "티아라로 1위를 해봤지 않나. 그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아니까, 그걸 해본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인생에 있어서 1위를 한번 해봤다는 것 자체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 티아라는 10주년을 맞았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멤버들의 이탈도 있었지만 티아라는 여전히 아시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효민

"티아라가 데뷔 두 자릿수가 되니까 '많은 일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10주년인데 이대로 흘려보내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멤버들끼리 많이 나눠요. 팬들과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멤버들끼리 서로 작은 일 하는 것에도 큰 힘을 얻고 응원해줘요. 뭔가 큰 조언을 해주는 건 안 한 지 오래됐고, 서로 '잘하고 있어' 이런 응원들을 해주죠."

효민은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다음 달 나올 레드 컨셉트의 새 앨범도 큰 기대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쇼케이스를 열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효민은 "정말 하고 싶은데, 그것도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라며 현실적인 고민을 드러냈다. 뜨거운 화제와 동시에 논란 속에서 성장한 티아라의 멤버 효민이었지만, 이제는 음악적인 도전을 하며 치열한 고민을 하는 여느 신인가수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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