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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뺑반', 카 액션만큼 돋보였던 건…캐릭터의 매력

최종편집 : 2019-01-25 16:01:27

조회 :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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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충무로에 형사물은 차고 넘쳤다.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은 틈새를 공략한 소재를 내세웠다. 뺑소니 전담반, 경찰서 내부의 특수조직이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팀명조차 생소하다.

한국 영화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다룬 적 없는 팀을 소재로 한 영화인 만큼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게다가 수사극과 카 액션이 만났으니 영화에서 표현될 '카체이싱'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2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뺑반'은 카 액션만큼이나 캐릭터에 대한 정밀 묘사가 돋보이는 장르물이었다.

경찰 내 최고 엘리트 조직 내사과 소속 경위 '은시연'(공효진)은 조직에서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윤지현' 과장(염정아)와 함께 F1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무리한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오명을 쓰고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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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은 이곳에서 경찰대 수석 출신 만삭의 리더 '우선영' 계장(전혜진)과 차에 대한 천부적 감각을 지닌 에이스 순경 '서민재'(류준열)을 만난다. 매뉴얼도 인력도 시간도 없지만 뺑소니 잡는 실력만큼은 최고인 '뺑반'에서 시연은 미해결 뺑소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재철임을 알게 된다. 뺑소니친 놈은 끝까지 쫓는 뺑반 에이스 민재와 온갖 비리를 일삼는 재철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시연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뭉친다.

'뺑반'의 흥미로움은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한데 어우러져 벌이는 팀 플레이에 있다. 공효진과 조정석을 제외하고는 출연진 대부분이 첫 호흡이라 조합부터 새롭게 여겨진다. 이들은 각각 특징이 뚜렷한 캐릭터를 부여받아 한 장면에서 어우러졌을 때 재미있는 화학작용을 보여준다. 은시연이 추구하는 매뉴얼 수사와 서민재가 천부적 능력을 보이는 감각 수사가 접점을 찾는 흐름이 탄탄한 드라마로 펼쳐진다.

각본을 쓴 김경찬 작가는 '카트', '1987' 등의 작품을 통해 세계와 집단에 대한 정밀 묘사에 탁월한 실력을 발휘해왔다. 이번 작품 역시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경찰 내 특수 조직의 흥미로움을 바탕에 깔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앙상블을 통해 비슷하지만 다른 형사물을 만들어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의 역량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5년 '차이나타운'으로 여성 누아르의 새 장을 열었던 한준희 감독은 충무로에서 시도된 바 없는 카체이싱 액션에 도전해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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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범죄 액션이 사건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한준희 감독은 캐릭터 묘사에 보다 더 힘을 실어 경찰이라는 세계와 그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역동성을 부각했다.

카체이싱 장면은 중·후반부에 집중돼있다. 류준열과 조정석은 영화 속 등장하는 운전 장면을 실제로 수행하며 사실성과 박진감을 높였다. 조정석은 F3 머신 주행을 연습하고, 류준열은 촬영이 없는 날에도 카 액션 소화를 위해 연습을 거듭했다.

제작진은 카센터, 오피스텔, F1 경기장 등 가상의 공간을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구현하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캐릭터의 설정을 반영해 극에 생생함을 더했다. 수많은 사전 조사와 로케이션 헌팅을 통해 인천, 영암, 오산, 부산, 화성 등 전국 각지의 미개통 국도, 좁은 골목부터 공사장, 레이싱 경기장까지 다채로운 배경에서 방대한 분량의 카 액션을 담아낼 수 있었다.

류준열의 성장과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확실하다. '더 킹', '택시운전사', , '독전' 등의 다양한 영화를 통해 현장의 경험과 선배들의 노하우를 몸과 머리로 체득한 이 배우는 '뺑반'에서 한 작품을 이끌 주연으로서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어두운 과거를 지녔지만 차에 대한 감각만큼은 천부적인 인물을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구축해냈고, 중·후반부 감정 연기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한층 깊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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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의 묘사도 돋보인다. 공효진이 연기한 은시연을 필두로 염정아가 연기한 윤지현 과장, 전혜진이 연기한 뺑반 리더 우선영 계장 등은 형사물인 '뺑반'의 장르적 속성을 한층 풍성하게 한다.

특히 염정아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세워 내사과 리더의 모습을 멋지게 완성했다. 등장 때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염정아라는 배우가 가진 내공과 연기력의 힘이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사건에 개입해 적잖은 충격파를 안긴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염정아는 "오랜만에 누군가의 엄마가 아내가 아닌 역할에 도전했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또 만삭의 뺑반 리더 우선영 계장 역의 전혜진은 여성 경찰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대사들로 현실감을 높였다.  

한준희 감독은 전작 '차이나타운'에서 엄태구, 조현철, 이수경, 이민지 등 독립영화계의 신성을 적지적소에 배치하는 탁월한 안목을 보여줬다. 이번 작품에서도 흥미로운 조합의 주연진뿐만 아니라 새로운 얼굴을 대거 등장시켜 발견의 재미를 선사했다. 유연수, 손석구, 이학주, 박예영, 배유람, 김기범(키)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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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단편 '지리멸렬'(1994)에서 교수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괴물'(2006)에서도 활약한 중견배우 유연수는 이번 작품에서 경찰 청장 역할로 등장해 품격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또 드라마 '마더'와 '최고의 이혼' 등을 통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손석구는 금수저 검사 '기태호'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자칫 무겁고 어두워 보일 수 있는 사건 전개 속에서 재기 발랄한 연기로 숨통과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가 끝난 후 섣불리 자리를 떠서는 안 된다. 깜짝 놀랄만한 배우가 카메오로 출연해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게 하는 등장이다.

올해 설 연휴를 겨냥한 유일한 범죄 액션 영화인 '뺑반'은 오는 1월 30일 개봉한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