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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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콜드 워', 이념 전쟁 위에 핀 사랑 그 숭고함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1.30 13:49 수정 2019.01.30 14:44 조회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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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서슬 퍼런 이념 전쟁의 시대에 꽃 핀 사랑은 사치일까 기적일까. 영화 '콜드 워'(Cold War)는 냉전이라는 뜻의 차가운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랑의 숭고함을 시적인 영상과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그려낸 뜨거운 연가다.

1949년 공산주의 체제하의 폴란드, 도시 빈민가 출신인 줄라(요안나 쿨릭)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민속 음악단 '마주르카'의 오디션을 본다. 음악 감독 빅토르(토마즈 코트)는 줄라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발탁한다.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보호 관찰 대상인 줄라는 정치적 사상을 의심받는 빅토르를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상황을 알게 된 빅토르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파리로의 도피를 제안하지만 걱정이 앞선 줄라는 망명을 거절한다. 5년 후 두 사람은 파리에서 재회해 뜨겁게 불타오르지만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갈등한다.

콜드워

영화를 연출한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2015년 영화 '이다'로 폴란드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콜드 워'는 '이다'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역작이다. 오는 2월 24일 열리는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과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번에도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흑백 영화를 내놓았다. 전작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여인의 성장담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두 남녀의 숭고한 사랑을 담은 멜로 영화다. 전형적인 멜로 서사를 띠고 있지만 뻔한 신파가 아니라 격조 높은 클래식으로 다가오는 것은 미학적 요소가 영화와 어우러져 감정적 동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여자야", "중요한 건 사랑이지"와 같은 대사는 냉전 시대의 삼엄한 분위기 아래에도 짠하고 아련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이다'와 마찬가지로 4:3 화면비의 흑백 화면을 선택했다. 프레임의 조율을 통해 구도의 미학을 추구하면서도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관객으로 하여금 따라가게 만든다.

전작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는 정적인 화면과 비정형 구도로 인물의 불안한 내면을 극대화했다면 이번 작품은 화면비는 같지만 보다 역동적인 화면 구성으로 금기의 사랑을 자유분방하게 담아냈다.

콜드워

이 영화에서 하나의 언어로 작용하는 듯한 음악 또한 이야기에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폴란드 민속음악과 재즈를 중심으로 한 OST는 15년에 걸친 두 사람의 사랑에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특히 마주르카 음악단의 메인 넘버이자 영화 속에서 줄라와 빅토르의 슬프고도 강렬한 사랑을 상징하는 노래 '심장'이 인상적이다. '줄라'역의 요안나 쿨릭이 직접 부른 '심장'은 단순한 선율의 솔로곡으로, 앙상블과 함께한 전통 민요풍으로, 프랑스어 가사를 붙인 재즈 버전으로 총 세 번 등장하는데 장면마다 각기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카메라의 우아한 시선과 품격 있는 음악은 두 배우의 열연으로 한층 더 빛난다. '이다'에서 가수로 짧게 특별 출연했던 요안나 쿨릭은 '콜드 워'에서 감독의 뮤즈로서 노래와 연기에 있어서 최고의 역량을 뽐냈다. 소녀 같은 발랄함과 요부 같은 섹시함을 넘나드는 극단의 매력은 흑백의 화면 안에서도 내내 반짝인다.

콜드워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길 위에서 영화를 마무리한다. 두 남녀의 뒷모습을 잡은 풀샷에는 두 갈래의 길이 배경처럼 등장한다. 이들의 결단은 시대가 낳은 비극일까 아니면 불완전한 사랑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완성하는 해피엔딩일까.

영화는 마침표를 찍지 않은 책처럼 닫는다. 짧지만 강렬한 여운이 가슴에 내려앉는다. 아름다운 마무리다.

개봉 2월 7일, 상영시간 88분, 15세 관람가.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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