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기자들이 상을 줬는데...왜 눈물이 나죠?"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2.01 11:53 수정 2019.02.01 14:56 조회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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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영화상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올해의 발견상, 상 이름부터 의미까지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죄 많은 소녀' 저도 재밌게 봤는데... 전여빈, 그 친구 너무 괜찮은 거 같아. 수상 소감 말할 때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

1월 30일 밤, 제10회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이 끝나고 만난 김혜수는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이날 본 풍경의 감상을 쏟아냈다. 기자들이 무대에 올라 상을 수여할 배우, 감독, 제작자, 영화에 대한 애정 어린 시상사를 하고, 호명된 영화인들은 무대에 올라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준 감동이 너무나 놀라웠다는 것이었다.

2010년 제정된 '올해의 영화상'은 미디어의 눈으로 영화의 예술적 가치와 산업적 의미를 동시에 조명하고 이를 통해 한국 영화산업이 더욱 발전하도록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올해 수상자와 수상작은 201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본상 11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독립영화상, 외국어영화상, 발견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신인남녀배우상)과 특별상 7개 부문(특별공로상, 심사위원상, 한국영화100년 민족영화상, 올해의 영화인상, 올해의 홍보인상, 올해의 영화기자상)등 총 18개 부문에서 시상됐다.

심사도 기자, 시상도 기자가 하는 시상식이다. 한국영화기자협회 64개사 90여 명의 기자들이 투표권을 갖고 각 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김혜수는 이날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자신의 수상보다 '올해의 발견상'을 받은 후배 전여빈의 수상 소감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무엇보다 영화 기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기자들이 직접 시상까지 하는 '올해의 영화상' 의 성격과 특징에 대해 놀라워했다.

영화인들 눈에 다소 생소해 보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시상식이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이한 2019년,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은 열 번째 축제를 열었다. 웃음과 눈물이 가득했던 소박하지만 정겨웠던 그 날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권율

◆ 배우 권율의 의미 있는 봉사활동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은 지난해부터 네이버 V앱을 통해 생중계되기 시작했다. 시상식을 준비한 기자들은 행사를 열고 닫을 진행자로 배우 권율을 섭외했다. 그는 지난해 매끄러운 진행으로 호평받았다.

지난해 5월 영화 '챔피언'의 언론시사회 자리에서 권율은 "기자님들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최근에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 사회를 봤습니다. 내년에도 불러 주신다면 열심히 할 테니 우리 영화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려요"라고 깨알 홍보를 했다. 사랑스러운 셀프 어필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의 약속은 빈 말이 아니었다. 권율은 올해도 시상식 사회를 봤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위트까지 적당히 녹여가며 지난해 보다 능숙한 진행 솜씨를 보였다. 데뷔 12년 차의 권율은 성실한 배우다. 안방극장과 영화를 오가며 올해도 다양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죄많은 소녀

◆ 전여빈, 김혜수 울린 수상 소감 "올해도 발견될 수 있도록…"

첫 번째 시상 부문은 '올해의 발견상'이었다. 권혜림 기자의 시상사부터 전여빈의 수상소감으로 이어질 때 좌석 1열에 앉았던 배우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렸다. 김혜수도 한지민도, 신인인 김다미도 그랬다. 척박한 독립영화 환경에서 뚝심과 집념으로 완성된 영화에 대한 평가와 캐릭터의 내·외면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연기에 몰입한 배우에 대한 공감 어린 극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여빈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눈물을 흘렸다. 무대에 오른 후 트로피를 거머쥐고 상이 가지는 의미와 그 안에 담은 기자들의 격려와 응원을 되새기며 "이 상을 저희 '죄 많은 소녀' 팀에 잘 전달하겠다. 2019년에도 발견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가장 빼어난 독립영화로도 꼽힌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에서 전여빈은 친구의 죽음으로 모든 죄를 떠안은 소녀 '영희'로 분해 놀라운 열연을 펼쳤다. 영화에서 발산한 무시무시한 에너지는 전여빈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게 했다.

최근 5년간 '올해의 발견상'의 주인공은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 '오피스'의 배성우, '부산행'의 연상호, '범죄도시' 윤계상이었다.

남주혁

◆ 남주혁 "시청 역에 계신 기자님...저 수상했습니다"

남주혁은 이날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으로 신인 남우상을 수상했다. 청룡영화상, 영평상 등에 이은 다섯 번째 신인상 트로피였다. 기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된 에피소드도 있었다. 남주혁의 시상을 맡기로 한 기자가 시간에 맞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시상식인 만큼 한국영화기자협회의 김신성 회장이 황급히 무대 위로 올라가 대리 시상을 했다. 남주혁은 무대에 올라 "이 상은 기자들이 주는 상이라 또 다른 의미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앞으로도 노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안시성'을 찍고 인터뷰를 할 때 정말 많이 떨었다. 기자들이 안 떨어도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더 떨렸다. 앞으로는 떨지 않고 열심히 인터뷰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상 소감 말미 "지금 시청 역에 막 도착하셨다는 기자님, 저 수상했습니다.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라는 말로 지각 기자를 위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안시성'으로 충무로의 눈도장을 찍은 남주혁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안방극장 컴백을 앞두고 있다.

올해의 영화상

◆ 안성기 "올해로 연기 인생 62년, 징그럽게..."

'영원한 국민배우' 안성기는 이날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오랜만에 시상식에 참석한 안성기는 후배들과 애정 어린 덕담을 주고받으며 시상식을 훈훈하게 달궜다.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건네받은 안성기는 "몇 해 전에 한 시상식에서 공로상 받았는데 '저 공로상 받을 나이 아닙니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 이 상은 참으로 뜻깊게 다가온다. 더구나 올해는 한국 영화 100주년 되는 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올해로 연기를 한 지 62년이 됐다. 징그럽게 오래됐다고 할 수 있는데 기자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몇 년 안에 꼭 이 시상식의 본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이라는 근사한 수상 소감으로 후배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혜수

◆ 김혜수 "기자들이 언제 이렇게... 떨리는 무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김혜수는 예정된 광고 촬영으로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정까지 변경해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식에서 그 어느 관계자보다 뜨거운 리액션과 애정 어린 시선을 보여 기자들의 어깨를 든든하게 했다.

이희승 기자의 애정과 존경을 담은 시상사를 듣고 난 후 무대에 오른 김혜수는 "이 자리에 앉아 시상을 하며 이야기하는 기자분들, 수상한 후 소감을 말하는 영화인들을 보며 굉장히 감동했다. 기자분들이 바쁜 와중에 언제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이런 자리를 준비한 지 놀랍기만 하다. '국가부도의 날'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 영화가 정말 잘 만들어져 많은 분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영화의 시작, 개봉 전후로 기자분들과 함께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어떤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할 수 없는 순간도 있었고, 스스로 작품을 하면서 놓쳤던 부분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느낄 때가 많았다. 그만큼 여러분과의 만남은 소중한 시간이다. 늘 감사하고 고맙다"라고 진심을 가득 담은 수상 소감을 남겼다.

김혜수는 지난해 11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로 전국 375만 명을 동원하며 관객들의 사랑과 신뢰를 확인했다. 여배우의 역량과 매력을 살린 영화가 드문 충무로에서 이 영화의 기획과 상업적 성공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김혜수는 군더더기 없는 연기로 '베테랑 배우의 품격'을 보여줬다.

시상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담소를 나눈 김혜수는 "청룡영화상 사회도 보지만 오늘 수상 소감을 할 때는 정말 떨리더라. 생각해 둔 말이 있었는데 무대에 올라가니 머리가 하얗게 되더라. 시상식에 참석해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라고 거듭 감사함을 표했다.

사나이 픽쳐스 한재덕 대표

◆ '공작' 한재덕 대표 "기자들이 진심으로…"

'올해의 영화상' 작품상은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의 차지였다. 윤종빈 감독의 제작사 월광과 영화를 공동 제작한 사나이 픽처스의 한재덕 대표는 시상식장 뒤편에 있다가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수여받았다.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한재덕 대표는 '사나이 픽처스'를 만들어 '신세계', '무뢰한', '아수라' 등을 제작했고 '공작'으로 올해의 영화상에서 첫 작품상 트로피를 받았다.

한재덕 대표는 먼저 "안성기 선배님이 출연한 '고래사냥'을 보고 자라고,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과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보고 영화의 꿈을 키웠다. 오늘 시상식에서 이분들과 한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저기 뒤에 계속 서있었다."라며 선배 영화인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이어 '공작'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많았다. 이 상은 영화를 연출하고 함께 제작한 윤종빈 감독이 제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를 알리는데 큰 도움을 주신 기자들께도 감사드린다. 진심으로 영화에 대한 기사를 잘 쓰실 수 있도록 조금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라고 윤종빈 감독과 기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재덕 대표는 부상으로 수여된 만년필에 '호연지기'(浩然之氣)라는 고사성어를 새겼다. 영화 '공작'을 본 관객이라면 이 단어가 가진 남다른 의미를 잘 알 것이다.

ebada@sbs.co.kr

◆ 이하 '제10회 올해의 영화상' 수상자(작)

▲ 작품상='공작'(제작 사나이픽처스·월광)

▲ 감독상=이창동 감독('버닝')

▲ 남우주연상=이성민('공작')

▲ 여우주연상=한지민('미쓰백')

▲ 남우조연상=주지훈('공작')

▲ 여우조연상=진서연('독전')

▲ 신인남우상=남주혁('안시성')

▲ 신인여우상=김다미('마녀')

▲ 올해의 발견상=전여빈('죄 많은 소녀')

▲ 올해의 영화인상=김용화 감독('신과함께-인과연')

▲ 올해의 영화기자상=김경학 경향신문 기자

▲ 올해의 홍보인상=윤인호 CJ엔터테인먼트 홍보부장

▲ 올해의 독립영화상='죄 많은 소녀'

▲ 올해의 외국어영화상='보헤미안 랩소디'

▲ 특별공로상=안성기, 정지영 감독

▲ 심사위원상 특별상=김혜수('국가부도의 날')

▲ 한국영화100년 민족영화상='사랑을 찾아서'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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