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뺑반' 한준희 감독이 '쾌감'보다 '캐릭터'에 집중한 이유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2.11 09:56 수정 2019.02.11 16:05 조회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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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2015년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은 전국 147만 명을 동원하며 의미 있는 성적을 냈다. 남성의 장르로만 인식되어온 누와르를 여성 서사로 구축한 이 작품은 김혜수, 김고은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충무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 손이 부지런한 데다 대학 시절부터 영화 스태프로 현장을 경험해 실전 감각까지 겸비한 '준비된 신인'이었기 때문이다.

충무로는 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신인 감독의 데뷔가 험난했다면 지금은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 다만 얼마나 준비됐고,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데뷔작 이후의 행보가 결정된다. 이는 데뷔작 이후 차기작을 만날 수 없는 신인 감독도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차이나타운'으로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준 한준희 감독은 자신이 직접 쓴 창작 시나리오의 영화화와 쇼박스 자체 기획작인 '뺑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했다.

뺑반

'뺑반'은 한국 영화에서는 최초로 '뺑소니 전담반'을 소재로 한 형사물이다. '카트', '1987'로 일급 시나리오 작가로 떠오른 김경찬 작가가 쓴 각본이다. 한준희 감독은 김경찬 작가의 시나리오를 각색하며 자신만의 시각과 개성을 투영했다.

영화는 지난달 30일 개봉해 현재까지 전국 165만 관객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이 약 3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뺑반'은 개봉 전 언론 시사 단계에서부터 호불호가 큰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견됐다. 장점도 크지만 단점도 뚜렷한, 관객에 따라 "장르물의 특성을 살린 캐릭터 무비"일 수도 "지루한 형사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영화 개봉 후 관객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작품에 대한 평가와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는 하지만 '뺑반'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영화다. 장르적 특성 위에서 펼치는 캐릭터 플레이는 이제 막 두 번째 영화를 만든 감독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유연하고 노련하다.
관객이 이 영화에 가지는 아쉬움을 불만이 아닌 물음표라고 가정하고 감독에게 대신 물었다. '뺑반'은 왜 속도의 쾌감 대신 캐릭터 플레이에 집중했을까.

Q. 개봉 첫날을 어떻게 보냈지 궁금하다.

A. 배우들과 함께 신촌, 홍대, 합정 지역의 무대 인사를 돌았다. 배우들 팬이 많아서인지 관이 꽉 찼더라.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Q. 가벼운 질문부터 하겠다. 정재철(조정석)이 "엄마 차야? 니 차야?" 하면서 박살 내는 럭셔리카가 빨간색 마세라티로 설정된 점이 흥미로웠다. 촬영을 위해 진짜 차를 부셨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내 가슴이 쓰리기도 하고.

A. 그 모델일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다만 내겐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아, 그리고 진짜 새 차를 부셨다. 촬영 후엔 폐차까진 아니고 수리를 해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뺑반

Q. 정재철(조정석)은 F1 선수 출신의 사업가로 설정돼있다.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정재철의 전사(前史)에 대한 조합이 가능한데, 흙수저인 정재철이 난다 긴다 하는 모태 금수저 위에 군림하고, 경찰 청장까지 주물럭 거리는 설정이 조금 갸우뚱했다.

A. F1은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스포츠지만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힌다. 이 무대에서 성공한 레이서라면 굉장한 부와 명성을 얻지 않았을까. 그 기반에서 사업을 시작한 건 맞는데 이제 막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해가는 정도로 볼 수 있다. 정재철 스스로는 엄청나게 잘 나가는 척 하지만 원활하게 풀리지 않아서 돈을 빌려 트랙을 짓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단계다. 그래서 그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Q. 배우들이 직접 차를 몰았다. 정재철(조정석)과 서민재(류준열)는 차를 몰때의 얼굴과 디테일에서부터 캐릭터 간 성격 차이가 드러난다. 재철은 표정이 드라마틱하게 변모하고, 민재는 시종일관 차분하다.

A. 콘티를 짜면서 배우들과 직업 운전할 신(Scene)과 스턴트 배우를 쓸 신(Scene)을 구분했다. 가장 중요한 건 운전하고 있는 캐릭터의 얼굴이었다. 광분하는 재철의 얼굴과 차분한 민재의 대비가 필요했다. 다행히 배우들이 운전을 하면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준희

Q. 아마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많이 기획되는 장르 중 하나가 형사물일 것이다. 김경찬 작가의 원작을 보면서 매력을 느꼈던 건 어떤 점이었나?

A. 통쾌하고 신나는 장르 영화의 결도 있으면서도 직업 세계에 대한 묘사가 세밀한 시나리오였다.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찰은 굉장히 멋있거나 아니면 타락한 인물로 그려진다. 나는 조금은 자연스러운 경찰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경찰이 가지고 있는 사명감이 멋있고 거창한 게 아니라 이상하게 몸에 뵌 친절함도 있고, 무의식 속에서 사명감이 드러나는 캐릭터 말이다. 서민재가 그 예다. 보통 이런 캐릭터는 기존 영화에서 단역으로 등장한다. '뺑반'은 룰을 지키는 경찰과 지키지 않는 경찰이 불리한 싸움을 한다. 장르의 결과 안 닿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런 것도 장르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각색의 포인트는 역시나 캐릭터였을 것으로 보인다.

A. 그렇다. 캐릭터 위주의 각색이었다. 원작도 충분히 재미 있고 취재 또한 많이 돼있었지만 직업의 윤리적 부분에 포커싱 돼있었다. 캐릭터를 만듦에 있어 변형시키거나 요소를 더 집어넣었다. 원 시나리오의 장점을 가져가면서 사건을 구성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거나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캐릭터에 필요한 사건을 만드는 식이라 그렇게 진행됐다.

Q. 여성 캐릭터의 다양함이 돋보인다. 전작 '차이나타운'에서도 여성 캐릭터를 멋지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A.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도 의식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넣어야지가 아니라 인간 군상을 만들고 거기에 어울리는 역할을 만드는 식으로 발전시켜나갔다. 우선영(전혜진) 계장의 경우 지하 사무실에 앉아 가습기 틀어놓고 있는 임신한 여자 경찰의 모습이 떠올랐다. 윤지현(염정아) 과장은 명예를 추구하는 캐릭터로 시작했다. 그런 미술관 같은 갤러리 카페 공간에서 클래식을 틀어놓고 위스키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여성 캐릭터가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설정에서 다른 지점들을 주고자 했을 때 모두 어울리는 캐릭터기 때문에 만들었다.

뺑반

Q 공효진이 연기한 은시연 캐릭터는?

A. 시연이나 민재나 영화에서 성장하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연은 극의 화자다. 우리끼리는 이 영화를 1부와 2부로 나누는데 은시연은 1부에서 개인의 목표를 달성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뭔가 찜찜해한다. 시연이 자신의 일과 직업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그렇지만 전체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 축이면서 여러 캐릭터를 다 상대해야 하니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A. 그렇다. 하지만 공효진이라는 배우의 강력한 힘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진짜'로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민재나 재철은 만화적인 부분이 있고, 윤 과장과 우 계장도 대립각이 확실한 역할인데 시연와 민재, 재철의 대립구도는 떠 보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시연의 서사도 존재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땅에 발 붙일 수 있는 밸런스를 구축하고 싶었다. '공블리'라는 이미지도 그런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지만 보고 있으면 '저게 되네'하는 느낌을 주는 배우다. 게다가 자연인 공효진의 성격이 은시연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쿨하고 단호하다. 그러면서 두루 잘 보듬기도 하고. 리더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Q. 각 캐릭터들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각자의 개성을 살린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역시 (연기)선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A. 그렇다. 내가 생각해도 난 배우 복이 많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같이 하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할 거란 예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내 머릿속에 이러한 생각이 있으니까 '이게 맞아'하는 식으로 접근하지도 않는다. 내가 역할을 만들긴 해도 6개월가량 이 인물을 살아내는 건 배우니까. 조금 더 증폭시키는 건 내 몫이지만 면면을 해석해오는 건 배우다.

뺑반

Q. 앞선 인터뷰에서 배우 조정석이 "한준희 감독은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라고 한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A. '뺑반'은 캐릭터 무비고 사건도 캐릭터가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 방식을 어색해하고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촬영장에서 모니터를 통해 배우들의 어떤 얼굴이나 연기를 볼 때 '이거 재밌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Q. 그 순간의 쾌감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을 하나만 꼽아달라.

A. 많아서 고르기는 어렵지만....나는 배우들끼리 붙어서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시연(공효진), 민재(류준열), 태호(손석구)가 한 차를 타고 가면서 서로를 소개하는 것을 쓰리샷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대본에 모두 있는 대사긴 하지만 각자 자신의 캐릭터에서 자신의 시선과 대화를 주고받는 게 재밌었다. 또 재철과 민재가 맞닥뜨리는 두 번의 긴 대화 신이 있는데 두 개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길 바랐다. 배우들이 그 의도를 연기로 잘 표현해줬다. 시연의 경우 윤혜진(염정아) 과장, 우선영(전혜진) 계장과 있을 때 조금씩 다른 얼굴이나 태도를 보였으면 했다. 우 계장은 되게 어색해하면서 약간 깔보는 뉘앙스긴 하지만 상사니까 지킬 건 지키려는 모습이라면, 윤 과장은 존경하는 상대지만 편해하는 분위기를 대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뺑반

Q.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희극적인 캐릭터로 유명한 조정석에게 악역을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다.

A. 재철이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적대자,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지만 조금 이상한 악당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굉장히 폭력적이고 강해 보이지만 애 같은 불안함도 기저에 깔고 있는 인물 말이다. 예전에 조정석 선배가 출연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본 적 있다. 불안함에 전착해 미쳐가는 고등학생 역할을 했는데 너무 좋았다. 그런 모습을 스크린에서도 보여주고 싶었다. 내겐 1순위였다.

Q. 재철(조정석)과 경찰청장(유연수)의 커넥션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재철이 청장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했는데, 중반 이후에는 청장이 재철을 목덜미를 잡고 윽박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A. 인물 간의 밸런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인물이 자신의 적의가 있으면서 반대급부도 있었으면 했다. 관계의 상하구조도 누가 더 세고 약함이 아니라 밸런스가 그때그때 무너질 수 있는 구도 말이다. 기업가에게 돈을 받는 고위 공무원이라고 해도 무조건 저자세는 아닐 것이다. 좀 더 선명한 관계 구축을 원하는 관객에겐 이상할 수 있겠지만 다른 재미를 주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이 '청장 역할을 한 유연수 배우는 누구지?' 하는 호기심도 갖기를 바랐다. (유연수는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 배우로 봉준호 감독의 단편 '지리멸렬'과 '괴물' 등에도 출연했다.)

Q. '뺑반'은 상영 한 시간이 지날 무렵 다른 영화로 전환하는 느낌이다. 시점이 시연(공효진)에서 민재(류준열)로 옮겨가면서 극의 분위기가 달라진달까?

A. 시나리오에서부터 좋았던 게 이야기의 1,2부가 있는 듯한, 시점이 바뀌는 듯한 구조에 매력을 느꼈다. 통쾌한 형사물, 달리는 카 액션물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영화, 캐릭터들의 관계가 제일 중요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의 첫 번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시연은 어떤 지점에서 목표를 달성한다. 하지만 찜찜해한다. 이때 또 다른 주인공 민재에게 어떤 목표가 생기고 그 지점부터 민재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게 더 좋다는 게 아니라 이런 시도를 해봤으면 했다. 대중 영화에서 신나고 통쾌한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다른 부분을 가져가도 쾌감이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질감, 불균질을 의도한 건 맞다. 관객들이 그 재미를 못 느꼈다면 내 역량 부족이다. 

뺑반

Q. 서민재라는 역할을 통해 류준열의 잠재력이 폭발하고, 이전에 못 봤던 매력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류준열에 대한 만족감을 누누이 표해왔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그의 매력을 설명해달라.

A. 기본적으로 류준열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민재는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더 어둡고 건조한 인물이었다. 류준열은 민재 캐릭터에 진폭을 두는 데 동의를 하고, 1부·2부의 캐릭터 결을 달리하자는 제안도 해줬다. 정말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하더라. 촬영장에 오기 전에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와서 현장에서는 풀어놓고 자유롭게 연기한다. 그 점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작품이 '소셜포비아'(2015)라고 봤을 때 그로부터 3~4년밖에 안 지났지만 오랫동안 실력을 갈고닦은 준비된 배우다. 그의 연기는 설득력을 부여하는 힘이 있다. 굉장히 능수능란하다. '뺑반'만 보더라도 웃겼다가 분노했다가 어떨 때는 맛이 가는 얼굴을 보여준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에서 이런 다양한 이미지와 연기를 보여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있다. 신(SCENE)과 신(SCENE)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이 만든 프레임 안에서 이동을 너무 잘한다.

Q. 처음 시도해본 카(Car) 액션인 만큼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큰 어려움은?

A. 거의 모든 게 처음이었다. 촬영 여건상 외국에서 하는 것처럼 길을 만들고 하는 게 아니라 도로를 막고 촬영을 했다. 몇 백 미터만 막아도 민원이 속출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속도의 쾌감은 컨디션의 문제라기보다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찍었으면 했다. 일반적인 영화의 카체이싱 장면을 보면 쾌감을 위해 달려 나가고 죽어나가는 사람은 순경 1,2,3인 경우가 많다. 그런 장면에서 쾌감을 위해 소비되는 단역들이 있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쫓아가는 형사들, 거기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민재가 순경으로 설정된 것이다. 신나 하면서 달려가는 카체이스라기보다는 차를 멈추는 행위가 됐건 멈칫하고 뒤를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랐다.

뺑반

Q. 배우 캐스팅에 꽤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전작에서도 엄태구, 이수경, 조현철, 박보검 등 당시로서는 새로운 인물을 많이 캐스팅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기태호 검사' 역할의 손석구가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상업영화에서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과 호흡을 맞추는데 긴장하는 기색 없이 능청스럽게 녹아들더라.

A. '태호'역은 촬영 2주 전에 결정됐다. 정말 많은 배우를 미팅하고 오디션도 진행했다. 권력을 쫓는 검사, 자신 의 능력을 발휘하는 검사 말고 사건에 관여하는 계기가 사적인 것에서 출발했으면 했다. 윤 과장, 우 계장 같은 베테랑이 있다면 시연, 민재, 태호는 성장하는 캐릭터이길 바랐다. 태호도 시작은 사적일 수 있지만 시연 때문에 마지막에 그런 결정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두 캐릭터와는 조금 다른 형식의 성장사를 그리고 싶었다. '뺑반' 프리 프로덕션 할 때 드라마 '마더' 1화를 봤는데 손석구 씨가 너무 연기를 잘하더라. 폭력적이고 한 번도 안 웃는 얼굴로 나오는데 '저 배우가 이 역할(기태호)을 하면 되게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다. 미팅을 했는데 본인도 시나리오에서 기태호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하더라.

Q. 김고은의 카메오 출연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준비된 것이었나?

A. 그렇다.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한 신(Scene)이고 잠깐 나오지만 '관객들이 이 사람에 대한 서사도 궁금해하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감사하게도 바로 "할게요"라고 답을 줬다.

한준희

Q. 엄청난 배우복은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나? 이건 감독의 능력이기도 하다.

A. 그 배우의 필모가 백 개가 됐건 한 개가 됐건 안 해 본 뭔가를 제안해보고 같이 만들어가는 것도 영화감독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즐겁고 재밌는 작업의 기저다. 나라는 사람보다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나한테 왜 이 책이?', '이 역할을 왜? 하는 재밌는 생각을 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나도 즐겁다.

Q. '차이나타운', '뺑반' 두 작품을 보고 나니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A. 지난 영화에서는 '생존'과 더불어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 목표인 사람들을 그렸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사람답게 살고는 있지만 '좋은 사람은 뭘까?'에 대한 이야기도 그려보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재철도 방식은 잘못됐지만 생존을 위한 것이기는 하다. 시연과 민재는 각자 정의가 다르고 각자 범죄를 막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지만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 이런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장르와 이야기, 캐릭터를 생각하는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A. 첫 영화 때는 많은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모든 게 처음 겪어보는 것이기에....두 번째 영화는 예산의 규모가 커져서가 아니라 개인적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있어 "책임감을 가지고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영화 이후 도움 주신 분들에게 많이 갚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막 두 번째 영화를 완성했고, 상영 중이다. 관객들의 평가를 수렴하는 것도 연출자에겐 중요한 일 같다. 이후의 결과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건지 계속해서 곱씹어야 할 것 같다.

ebada@sbs.co.kr

<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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