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순위 경쟁, 무의미"…정우성X이정재의 아름다운 동행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3.06 17:40 수정 2019.03.07 09:53 조회 946
기사 인쇄하기
정우성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충무로에서는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일이 빈번하다. 한 영화를 찍으면서 우정을 다지다가 차기작에서는 흥행 라이벌로 만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의 입에서 "제 영화뿐만 아니라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상생(相生), 쌍끌이를 이야기하는 건 빈말이 아닌 진심일 것이다.

2019년 극장가에 아름다운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정우성 주연의 '증인'과 이정재 주연의 '사바하'다. 마치 바통 터치를 하듯 1위 자리를 넘겨받으며 흥미로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20년 지기 절친이자, 연예 기획사 아티스트 컴퍼니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영화가 개봉하면 기자들은 일일 박스오피스 기사를 쓰고 경쟁 구도를 만들곤 한다. 누군가는 1위에 올랐다는 기사의 주인공이 되고 누군가는 2위로 밀려났다는 기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쌍끌이 흥행'이라는 수식의 주어가 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정우성과 이정재는 동시기 신작을 내놓으며 서로의 영화까지도 응원했고, 실제로 상생의 결과가 빚어졌다. 게다가 두 영화 모두 높은 만족도를 선사하며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을 헛되지 않게 했다.

사바하

'증인'과 '사바하'는 '극한직업'의 천만 흥행으로 빛났던 한국 영화의 좋은 기운을 장르 영화로 이어가며 쌍끌이 흥행 중이다. '증인'은 개봉 일주일 만에 1,400만 영화 '극한직업'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뒤이어 개봉한 '사바하'는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이후 두 영화는 박스오피스 1,2위를 오가며 관객 수를 늘려나갔다. 그 결과 '증인'은 개봉 3주 차에 220만 관객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사바하'는 빠른 속도로 손익분기점을 향해 질주 중이다.

두 영화의 중심엔 정우성과 이정재라는 배우가 있다. 데뷔 25년 차인 두 사람은 충무로의 중역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데뷔 때부터 스타였던 이들이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타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것은 '뜨고 지는 일'이 빈번한 연예계에서 특별한 의미다.

배우로서 20~30대 겪었던 선택의 시행착오들도 지금의 탁월한 결정을 하는 밑바탕이 됐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만큼 도전적이지만 그때보다 더 안정적인 결과물을 내고 있다.

증인

'증인'은 배우의 성품과 이미지가 영화의 소재, 메시지와 어우러져 빛을 발한 경우다. 이 영화는 '좋은 사람을 연기하는 정우성'이 아닌 '좋은 사람 정우성'을 녹여냈다.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장르 도전과 캐릭터 확장을 통해 정우성은 매 작품 성장하는 배우임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증인'에서 그가 맡은 '순호'는 '인간 정우성'을 투영한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휴먼 드라마 장르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이한 감독은 '증인'을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영화적 지향을 재확인시켰다. 의미 있는 메시지를 빛내는 것은 진정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국의 라세 할스트롬'이라 불릴 만하다.

'증인'은 다소 무거워 보이는 주제 때문에 선뜻 손이 안 가는 영화일 순 있어도 보고 나서 불만이 나오는 영화는 아니다. 실관람객의 호평 릴레이가 작품이 가진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고 있다. '착한 메시지의 영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날려 버린 재미있는 상업영화다.

정우성은 발로 뛰는 홍보로도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개봉 전 주부터 5주 연속 무대 인사를 돌며 수만 명의 관객과 직접 만났다. 보통의 무대인사 일정이 길어도 2주 차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많은 관객과 만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는 배우의 자발적 의지로 완성된 일정이었다.

사바하

이정재의 '사바하' 역시 2019년 한국 영화를 한층 풍성하게 하는 반가운 장르 영화였다. 오컬트 영화로 홍보됐지만 종교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을 눈여겨봤던 이정재는 주저 없이 '사바하'를 선택했다. 그가 분한 박 목사는 영화의 화자 역할을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박 목사는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며 "믿음이란 무엇인가", "진짜란 무엇인가"와 같은 핵심적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

기독교와 불교의 반대되는 상징을 혼합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초반에 던진 떡밥을 후반부에 이르러 친절하게 회수하며 만족도를 높였다. 감독의 확장된 세계관과 그 세계에서 실감 나는 연기로 뛰어논 배우들이 있어 '사바하'는 빛났다.

이정재는 인터뷰에서 박정민, 이다윗, 이재인, 유지태 등 처음 호흡을 맞춘 후배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각 배우들의 개성과 매력이 자신에 선사한 좋은 영향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는 겸손은 빈 말이 아니라 함께하는 배우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거듭된 자가발전의 밑바탕이다.

'증인', '사바하'의 뒤를 이어 1위 자리에 오른 영화는 정우성, 이정재가 아끼는 후배이자 한솥밥을 먹는 식구 고아성의 '항거: 유관순 이야기'였다. 두 배우는 의미 있는 영화에 혼신의 연기로 힘을 더한 고아성의 선택과 활약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정우성

'언제나 청춘', '영원한 젊은 남자'일 것 같은 두 사람에게서 '어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티스트 컴퍼니'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수십 여명의 배우들과 함께 '연기의 길'을 동행해나가는 여정도 아름답다. 배우라서 배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의 작품 활동은 계속된다. 정우성은 촬영을 마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가을께 선보일 예정이다. 동갑내기 배우인 전도연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대망의 연출 데뷔작도 각색 작업에 한창이다.

이정재는 오랜만에 안방극장까지 시야를 넓혀 드라마 대본을 검토 중이다.

2019년 두 배우는 또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설까. 분명한 건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선사하는 아름다운 동행은 올해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