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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랩]"젊은 영조, 매력있다"…'해치' 정일우가 그린 영조의 이면

강선애 기자 작성 2019.03.12 16:23 수정 2019.03.12 16:51 조회 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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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 정일우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조선왕조 21대 임금 영조(英祖, 1694~1776)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몇몇 있다.

조선시대 평균수명 47세였던 임금들 중 83세까지 장수한 왕, 오래 산 만큼 재위 기간이 무려 52년으로 가장 길었고, 그래서 백발에 흰 수염의 초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성격은 괴팍하고 감정 기복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한 카리스마로 탕평책을 펼쳐 붕당 갈등을 완화시켰던 타고난 리더. 스스로 검소했고 민생정치를 펼쳐, 조선시대 성군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임금. 하지만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일 만큼 매정했던 아버지.

많은 이들이 조선시대 27명의 왕들 중 유독 영조에 대해 잘 아는 이유는,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영조를 다뤘기 때문이다. 영조와 손자 정조의 이야기, 영조의 아버지 숙종과 친모 숙빈 최 씨, 또는 장희빈의 이야기, 아들 사도세자의 비극 등 영조를 중심으로 극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의 줄기가 뻗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영조는 사극의 단골 소재였고, 대중은 영조를 친숙한 캐릭터로 느끼게 됐다.

물론 우리가 아는 영조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 '팩트'는 아니다. 재위 기간이나 정치성향, 아들을 뒤주에 가뒀다는 내용 정도는 역사서에 기반한 사실일지라도, 그의 성격이나 감정 변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작품에서 어떻게 재해석했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영조를 똑같이 작품에 녹여내더라도, 어느 작가가 집필했는지, 어떤 배우가 연기했는지에 따라 우리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영조를 만나왔다. 1998년 MBC 드라마 '대왕의 길'의 박근형, 2007년 MBC '이산'의 이순재, 2014년 SBS '비밀의 문'의 한석규, 2015년 영화 '사도'의 송강호 등이 저마다의 영조를 보여줬다.

영조

그런데 현재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해치'(극본 김이영, 연출 이용석)는 좀 특이하다. 이 작품 속 영조는 지금껏 우리가 접했던 영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할아버지 임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영조가, '해치' 속에서는 젊고 생기가 넘친다. 사후에 붙은 '영조'라는 묘호보다 '연잉군 이금'이라는 진짜 이름이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해치'의 중심축은 배우 정일우가 연기하는 '청년' 영조의 이야기다.

수많은 작품에서 영조를 다뤘지만, '해치'가 신선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영조의 젊은 시절, 감히 왕의 자리를 꿈꾸지 못했던 천한 무수리의 아들이 각성한 후 정의와 열정을 앞세워 진짜 왕이 되어가는 성공기가 짜릿한 쾌감을 안긴다. 그 과정에서 단단하게 쌓여가는 동료들과의 우정, 처음 느끼는 사랑 앞에서의 묘한 설렘 등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재미로 다가온다. '해치'가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사극이 된 결정타는 '청년 영조'가 주인공이란 점이다. 영조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온갖 세상 풍파에 맞서 싸울 때도 있었고, 그런 그에게도 우정과 사랑이 있었을 것이란 김이영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영조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사극을 탄생시켰다.

배우 정일우가 '해치'를 매력적으로 느낀 점도 이 부분이다. 정일우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던 정치가, 할아버지 영조의 캐릭터가 아니라, 젊은 영조란 점이 신선했고 그 부분에서 욕심이 많이 났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영조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캐릭터에 접근해 표현해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김이영 작가의 영조 비틀기와 정일우의 열의가 합쳐지자 매력적인 청년, 연잉군 이금이 탄생했다. 젊은 영조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반응도 좋다. '해치'는 연잉군 이금을 중심으로 한 빠른 전개와 다채로운 캐릭터의 조화가 시청자의 사랑을 얻으며 꾸준히 월화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해치'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연잉군은 역사가 말해주듯 반대와 역경을 딛고 결국 왕의 자리에 올라 '영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까지 '해치'가 보여줄, 청년 영조의 파란만장 팩션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재미다.

지난 11일 방송된 '해치' 17, 18회에선 왕세제가 된 이금이 박문수(권율 분), 여지(고아라 분)를 도우려다가 우연히 목격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에피소드다. '해치'의 연잉군이 이 위기를 또 어떻게 헤쳐나갈지, 어떤 기지를 발휘할지 궁금하다.

'해치'는 12일 밤 10시 19, 20회가 방송된다.

[사진=MBC '이산', SBS '비밀의 문', '해치', 영화 '사도'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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