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영화 핫 리뷰

[빅픽처] '돈'에 투자하고 싶다…영화가 남긴 가능성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3.20 10:52 수정 2019.03.20 11:23 조회 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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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돈은 최고의 하인이면서 최악의 주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맹목적으로 쫓다가 끝내 지배당하고야 마는 돈의 양면성을 비꼬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 이 쉽고도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나왔다.

'돈'(감독 박누리, 제작 사나이 픽처스·월광)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신입 주식 브로커 일현(류준열)이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된 후 엄청난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박누리 감독이 연출하고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원작인 동명소설('돈:어느 신입사원의 위험한 머니 게임')과 마찬가지로 "숫자 0이 열 개면 얼마인지 아는가?"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으로 시작한다.

돈

'한국의 월스트리트'라 불리는 여의도에 부푼 꿈을 안고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일현'은 돈을 향한 욕망에 눈 뜨며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한다. 실적 꼴찌의 직원이었던 일현은 어둠의 손인 번호표를 만나면서 승승장구한다.

일확천금을 얻고 타락의 길을 걷는 일현의 모습은 영화 중반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직장생활의 희비를 생생하게 다룬 오피스 드라마로 출발한 영화는 일현의 흥망성쇠를 그리는 성장 드라마로 범위를 확장한다. 다만 욕망을 향해 폭주해가는 듯 보였던 일현이 너무 쉽고 빠르게 각성의 길을 택하며 긴장감과 흥미가 감소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주제와 소재에 비해 영화의 판이 작아 보이는 감도 있다.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주식 브로커의 이야기지만, 관련 지식이 없이도 몰입이 가능한 이야기다. 전문 용어가 다수 등장하지만, 자막이나 설명 없이도 이야기 안에서 이해와 소화가 가능하도록 쉬운 구성과 전개를 택했다.

서울 무교동의 한 오피스 건물을 개조해 만든 세트는 실제 여의도 증권가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현실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황상준 음악감독의 유려한 음악도 이야기의 긴장과 이완의 묘를 높이는 좋은 보완재 역할을 한다.

영화는 원작과 다른 결말을 선택하며 영화 '돈'만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 교훈적이고 착한 결말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돈

'돈'은 '더 킹', '택시운전사', '리틀 포레스트', '독전', '뺑반' 등 최근 2~3년 사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캐릭터를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해 온 류준열의 매력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어리바리한 신입사원의 순박한 얼굴과 닳고 닳은 금융맨의 타락한 모습까지 보여주며 극을 흡입력 있게 이끌고 간다.

유지태의 선 굵은 악역 연기와 조우진 특유의 리듬감이 살아있는 캐릭터 연기는 류준열과 근사한 앙상블을 이루며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신예 박누리 감독의 등장도 '돈'의 수확이다. 영화 '부당거래', '베를린', '남자가 사랑할 때'의 조감독으로 현장 경력을 쌓은 박누리 감독은 연출 데뷔작을 통해 기대 이상의 역량을 발휘했다.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금융 범죄극을 명쾌한 스토리로 풀되 속도감을 가미해 몰입감을 높였다.

돈

'돈'은 큰 욕심을 부리거나 원대한 야심을 드러내기보다는 감독이 감당할 수 있는 판을 짜고 그 안에서 배우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영화의 재미를 높였다. 데뷔작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박누리 감독의 활약이 기대된다.

* 다니엘 헤니의 카메오 출연과 황정민의 목소리 출연은 반가운 보너스다.

상영시간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3월 20일 개봉.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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