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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강남스캔들' 주인공이 되기까지..임윤호가 '버틴' 이유

작성 : 2019-03-21 09:18:05

조회 : 3676

임윤호

[SBS 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톱스타들이 즐비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미니시리즈보다, 일일드라마 출연으로 신인 배우들이 얼굴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아침드라마 도 보면, 얼굴은 낯선데 개성 있는 배우들의 면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가운데 남자 주인공 최서준 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임윤호는 모든 게 새롭다. 신선한 마스크도 그렇고, 마냥 철없고 밝을 줄만 알았던 캐릭터 성격이 점차 진중해져 가며 보여주는 연기력의 발전도 인상적이다. 신인인데 첫 주연까지 맡아 잔뜩 힘이 들어가 보였던 초반 연기가 조금씩 안정궤도에 오르며 임윤호는 속 최서준에 점점 더 동화되어 가고 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통제를 모르던 하룻강아지가 체계적인 훈련과 연습 속에서 멋지고 늠름한 중견으로 점차 성장해 가는 모양새다.

사실 처음 남녀 주인공이 모두 신인이라 알려졌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아무리 시청 소비층이 남다른 아침드라마라 하나, 검증 안 된 배우들을 앞세운다는 게 못 미더웠다. 보는 입장에서도 불안한데, 실제 당사자는 오죽했으랴.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과 부담감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원래 성격이 내향적인 편이라면 그 긴장감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촬영 초반에 엄청 떨었어요. 제가 덜덜 떠니,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왜 그러냐'고 걱정할 정도였죠. 심지어 그냥 대본의 글을 읽기만 하면 되는 대본 리딩 때조차도 엄청 떨었어요.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 내가 잘하고 있나, 내가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부담이 정말 컸어요. 원래 긴장을 잘하는 성격이라, 초반에 더 정신을 못 차렸던 거 같아요."

임윤호

보통 배우가 긴장을 하면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몸은 경직되고 대사처리는 어색해진다. 임윤호의 초반 촬영분을 보면 그런 단점이 고스란히 보인다. 하지만 방송 80회 차가 넘어간 지금, 임윤호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성장한 극 중 최서준처럼, 임윤호도 한 작품 안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지난해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갔으니, 벌써 6개월 가까이 됐네요. 그 시간만큼 촬영장에서 사람들과도 친해지니, 보다 더 여유를 갖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거 같아요. 처음보다 조금이나마 연기가 나아진 거 같다는 칭찬을 들으면 부끄러워요. 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거든요. 틈틈이 연기수업도 받고, 대본을 보며 캐릭터 분석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해요. 그런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배우들에게 일일드라마 촬영장은 '연기학교'다. 경력과 연륜에서 '선생님'이라 불리는 중견배우들이 즐비해 배울 게 많고, 보통 6개월이 넘는 장기 촬영이라 꾸준히 연기를 트레이닝할 수 있다. 그래서 젊은 배우들은 일일드라마 한 번에 연기가 일취월장하곤 한다.

임윤호도 로 인연을 맺은 임채무, 방은희, 견미리 등 선배 배우들을 보며 "정말 대단한 거 같다"면서 "그분들을 보며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를 배운다"고 말했다. 특히 극 중 부자(父子)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임채무가 친히 대본숙지법을 알려준 것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임채무 선생님은 대사량이 엄청 많은 데도 연기할 때 한 번도 틀리지 않으시더라고요. 그게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대사를 외우면 되는지 여쭤봤어요. 선생님이 친절하게 대사 외우는 법을 알려주셨죠. 처음에는 내용을 파악하며 한 번 쭉 읽고, 그다음에는 상대방의 반응을 생각하면서 읽고, 또 연상되는 것들을 떠올리며 외우는 방식을 설명해 주셨는데, 그렇게 외우니 정말 대사 숙지가 수월하더라고요. 전 그냥 무턱대고 통으로 외우려고만 했거든요. 임채무 선생님 덕에 감사하게도 좋은 연기 스킬을 배웠죠."

임윤호

임윤호는 촬영장의 분위기가 "서로 으쌰으쌰 해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촬영장의 밝은 분위기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여주인공 은소유 역의 배우 신고은을 꼽았다. 뮤지컬 배우 출신 신고은도 드라마 주연은 이번 작품이 처음. 똑같이 드라마 첫 주연인데, 그 무게감을 잘 버티며 주변을 챙기고 이끌어가는 신고은의 힘에 임윤호는 극찬을 보냈다.

"'존경'이란 단어까지 쓰면 오버일 거 같지만, 그만큼 고은 누나는 정말 대단해요. 제가 많이 의지하죠. 누나도 드라마가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현장에 적응하고 주변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뛰어나요. 전 제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말이죠. 누나 덕에 현장 분위기가 항상 밝아요. 주연이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고은 누나를 보며 느껴요."

임윤호의 주연 발탁은 극적이었다. 오랫동안 작품을 쉬어 살이 한창 쪘을 때이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디션 현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그런데 살이 오른 얼굴이, 안 좋은 컨디션을 밝게 포장하려 했던 태도가, 의외로 제작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강남스캔들'의 최서준 역할은 그렇게 임윤호에게 운명처럼 찾아왔다.

"당연히 오디션에서 떨어질 줄 알았어요. 외적으로는 살이 많이 쪘던 때이고, 오디션 날 컨디션도 별로라 저 스스로 마음에 드는 연기가 아니었거든요. 근데 그게 의외로 플러스가 됐어요. 마르지 않은 풍채가 오히려 재벌 서준이 역할에 맞고, 제게서 서준이의 밝고 명랑한 모습이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서준이의 이미지와 가장 부합한다는 긍정적인 오디션 결과를 얻었고, 결국 이렇게 서준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죠."

오디션 합격 이후 임윤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다이어트였다. 다른 남배우들보다 상대적으로 풍채가 있던 게 최서준 캐릭터를 따내게 해 준 이점이었으나, 브라운관을 통해 만날 일반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역설적으로 체중감량이 필요했다. 그래서 혹독한 식단 조절과 자기 관리를 통해 7kg을 뺐고, 그렇게 의 서준이로 거듭났다.

임윤호

임윤호가 최서준이 되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최서준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전 낯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그런데 서준이는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장난기도 많죠. 저와 성격이 너무 달라, 이걸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의 밝은 모습을 최대한 끌어내려 노력했고, 하다 보니 서준이의 그런 면을 연기하는 게 편해졌어요. 근데 요즘은 흐름이 전과 달라요. 극 중 서준이가 힘든 일을 많이 겪으며 밝은 신보다 진지하고 슬픈 신들이 많아졌죠. 그래서 일상에서도 풀어지지 않고 계속 서준이의 감정에 몰입하려 해요. 그게 연기할 때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임윤호는 이제 갓 데뷔한 '생초짜' 신인은 아니다. 지난 2013년 MBC 드라마 '7급공무원'에서 스파이 JJ 역으로 처음 데뷔한 후 일일드라마, 단막극, 웹드라마 등에 소소하게 출연해 온 '중고신인'에 가깝다. 하지만 2015년 이후로 작품 활동이 뜸했고, 3년이란 세월이 지나 로 다시 브라운관에 컴백했다.

그 사이 임윤호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차고 리딩까지 했다가 다른 외적인 문제로 하차당하고, 촬영했던 영화도 다른 문제들이 불거지며 개봉 자체가 불발됐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계속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 배우는 잊혀져 갔다. 스스로는 "잘 안 풀렸다"라며 멋쩍게 웃었지만, 세상의 매정함과 부조리에 상처 받았을 그의 아픔이 느껴졌다.

그래도 임윤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라. 버티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뼛속까지 새겼고, 그 힘으로 진짜 '버텨'왔다.

"아버지가 저와 술 한 잔 하면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아버지도 어렸을 적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적이 있었대요. 근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 그 힘들었던 경험이 다 도움으로 돌아오더래요. 어려움을 극복해내야 성공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러려면 무조건 버텨야 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그런 아버지의 조언대로, 아무리 힘들어도 '이게 지나면 나아지겠지'란 생각으로 버텼어요. 그러다 보니 진짜 같은 기회가 제게 찾아왔죠."

임윤호

항상 응원해주는 부모님과 여동생, 손자가 출연하는 드라마를 매일 모니터 하는 할머니 등 가족들은 임윤호가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물론 처음부터 배우의 길을 걷겠다는 임윤호를 지지해준 것은 아니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영을 공부하던, 남들이 부러워할 '엄친아' 아들이 배우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두 손 들고 환영할 부모가 어디 있으랴.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해왔는데, 대학에 진학할 때쯤 처음 부모님께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당연히 반대하셨죠. 그땐 부모님의 설득과 걱정에 예정대로 대학에 갔고, 2년간 경영·회계 쪽을 공부했어요. 근데 저랑 잘 맞지 않았어요. 이걸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한다한들, 제 인생이 행복할 거 같지가 않았어요. 그렇게 생각이 바뀌어갈 때쯤, 휴학을 하고 한국에 들어와 군대를 갔어요. 군대에서 제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런 제 생각을 다시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얼마나 확고한 결심인 지 느끼셨는지, 부모님도 그때부터 절 응원해주시기 시작했어요."

임윤호에게 물었다. 좋은 대학을 그만두고, 고되고 상처 받는 일 많은 배우의 길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후회 안 한다"라고. 학교에 남았을 경우 그 이후의 생활들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며, 비록 여기까지 오는 게 힘들었지만 이라는 좋은 기회가 자기에게 온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며 겸손하게 미소 지었다.

물론 자신의 연기를 보면 여전히 부끄럽고, 문제점 밖에 보이지 않는 임윤호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걸 스스로 잘 알기에, 자기반성도 잘하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줄 아는 그이다. 임윤호는 지금 자신의 노력이 훗날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갖춘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발판이 될 거란 걸 믿는다.

그래서 기대된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버티다' 보면 언젠가 걷게 될 찬란할 꽃길이.

"지금 제가 갈고닦는 것들이 제 커리어를 더 발전시키는 단계가 될 거라 생각해요. 이걸 발판으로 40대, 50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안정감 있는 연기력의 배우가 되어 가지 않을까요? '저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좋더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믿보배'가 되고 싶어요. 그 꿈에 조금씩,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는 거 같아요."

[사진제공=두에이치컬처클럽]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