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포기하지 마세요"…스물여섯 남주혁, 청춘에게 고함

강선애 기자 작성 2019.04.02 09:53 수정 2019.04.02 09:57 조회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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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커피프렌즈'에서 남주혁을 처음 본 백종원은 "잘생겼다"며 감탄했다. 배우 조재윤도 남주혁을 보자마자 꺼낸 말이 "잘생겼다"였다. 187cm의 큰 키에 동성인 남자들조차 반할 만큼 빼어난 외모. 이미 오래전, 모델로 활동할 당시부터 온라인에서 수많은 '남친짤'을 만들어내며 여심을 흔들었던 남주혁은 누가 봐도 정말 '잘생긴' 배우다.

수려한 외모 덕인지 남주혁은 연기 데뷔 초반부터 청춘물에 주연급으로 출연하며 순탄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쏟아졌던 외모 칭찬만큼의 연기력 칭찬은 뒤따르지 않았다. 외모는 외모고 배우는 자고로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대중의 냉정한 기준은 남주혁에게도 적용됐다. 신랄한 연기력 평가가 이어졌고, 특히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 때는 가혹할 만큼 비판에 직면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잘생기고 트렌디한 청춘스타 정도로 여겨졌던 남주혁이 '진짜 배우'로서의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첫 스크린 진출작 영화 '안시성'으로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의 인정을 받더니, 다시 돌아온 브라운관에서도 연기력 극찬을 이끌어냈다.

남주혁

남주혁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이준하 역을 맡아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연기로 안방극장을 눈물짓게 했다. 불우한 환경과 나쁜 어른들, 나아가 암울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결국 꿈도 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어둡게 침전하는 청년 이준하를 공감 가는 슬픔으로 그려냈다. 스치는 눈빛 하나에 준하의 고독과 상처가 오롯이 느껴질 만큼, 남주혁은 이준하 그 자체였다.

자신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입으니, 남주혁은 훨훨 날았다. 그저 잘생기기만 한 배우가 아니란 걸 스스로 실력으로 증명했다.

▲ "연기력 칭찬? 아직도 많이 부족하죠"

남주혁은 최근 자신을 향한 연기력 칭찬에 감사해하면서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라고 겸손해했다. 특히 달콤한 칭찬에 취해 안일하게 연기할 것을 스스로 경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칭찬은 언제나 감사하지만, 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칭찬에 취해 살아가다 보면, 제가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그게 맞는 길이라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고 연기할 거 같아서요. 절 칭찬해 주시는 것은 너무 감사하지만, 거기에 취하지는 않으려고요."

남주혁

그냥 겸손을 떠는 말이 아닌, 진심이었다. 자신이 '배우'라는 수식어로 불리는 것조차 아직 어색하다는 남주혁이다. 그는 "그런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제가 매번 좋은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라고 말했다. 배우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잘 알고 있었다. 연기에 대한 그의 진지한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의 연기력 성장은 주변인들이 이미 인정한 바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대선배, 배우 김혜자도 남주혁을 극찬했다. 존경하는 선배의 인정만큼 가슴 벅찬 칭찬이 있을까.

"김혜자 선생님이 촬영 때마다 제게 '어린 친구가 참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곤 했어요. 선생님과 같이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꿈같은데, 칭찬까지 받으니 너무 감사하고 좋았죠. 선생님이 '이번 작품을 통해서 주혁이 너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바뀔 거야', '초심 잃지 말고, 지금처럼만 하렴', '항상 열심히 해서 더 성장하는 배우가 되어라' 등 좋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선생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제가 더 고민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제목을 본 첫 순간부터 마음속에 들어왔던 '눈이 부시게'

남주혁은 '눈이 부시게'의 제목만 보고도 이 작품에 끌렸다고 말한다.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를 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드라마를 찾던 중, 운명처럼 '눈이 부시게'가 그에게 왔다.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평범한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때 마침 '눈이 부시게'란 대본이 들어왔죠. 대본을 펼치기 전, 앞에 쓰인 '눈이 부시게'란 제목만 보고도 '이거다!'란 느낌이 왔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대본을 다 읽었죠.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도전해보고 싶었던 캐릭터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대본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어요. 거기에 김혜자, 한지민 등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도 너무 감사했고요."

남주혁은 이번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김혜자, 한지민을 만났다. 한지민과 풋풋한 멜로 연기로 설렘을 선사했고, 김혜자와도 코믹과 감동을 넘나드는 찰떡같은 케미를 선보였다. 한지민과는 12세 띠동갑 차, 김혜자와는 무려 53세 나이차다. 자신보다 한참 위인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게 충분히 부담스러웠을 텐데, 남주혁은 이준하로 거듭나 전혀 어색함 없이 그들과 안정적인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남주혁

"걱정을 많이 했죠. 부담도 됐고요. 제가 이 작품의 오점이 되고 싶지 않다,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어느 작품에서든 항상 노력했지만, 이번에도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부담을 내려놓고 현장에 집중하려 했어요."

남주혁은 대선배인 김혜자와 함께 연기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분명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 이게 연기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안 갈만큼 상황과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내공 만렙' 김혜자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경험이었다.

"김혜자 선생님은 분명 대사대로 말하는데, 그게 연기를 하는 거 같지 않아요. TV로 본 시청자들도 '빨려 들어간다'라고 하잖아요? 현장에서 김혜자 선생님 바로 앞에서 연기를 하면, 정말 저도 거기에 빨려 들어가요. 그래서 '내가 연기를 했나?' 싶을 정도로 저조차도 연기를 한 거 같지 않은 순간을 경험하게 되죠. 서로 그 상황에 몰입해 대사가 아닌, 서로 그냥 이야기를 한 것처럼 느껴져요. 내공이 어마어마하신 선배님 덕에 저도 연기적으로 좋은 경험을 한 거 같아요."

▲ "안타까웠던 청년 준하, 행복하면 좋겠다"

'눈이 부시게' 속 이준하는 폭력적인 아버지에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할머니의 애틋한 돌봄 아래 기자가 되겠다는 꿈으로 성실하게 살았다. 혜자(한지민 분)와 '썸'을 타며 기분 좋은 미소도 지을 줄 아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혜자마저 사라진 후 미소를 잃었고, 급기야 믿었던 형 희원(김희원 분)에게 처참하게 배신당했다.

"뒤로 갈수록 준하가 힘들어질 걸 아니까 초반 행복한 장면을 연기할 때도 슬펐어요. 그래서 힘들었어요. 행복한데 슬픈, 그런 극과 극 감정을 왔다 갔다 한 거 같아요. 준하라는 친구가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준하를 연기하며 마음에 와 닿는 것도 많았고요. 준하가 내뱉는 모든 대사들에서, 순간순간 많은 걸 느꼈어요."

남주혁

특히 샤넬할머니(정영숙 분) 장례식에서 혜자(김혜자 분)의 "너도 네 인생이 애틋했으면 해"란 말에 오열하던 준하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상처와 슬픔을 꾹꾹 눌러 담고 겨우 두 다리로 버티고 서있던 준하가 쓰러져 내려 모든 울분을 토해내던 이 장면은, 남주혁의 뜨거운 오열 연기로 시청자의 가슴도 울렸다.

"극 후반부라 그동안 준하로서 많은 감정들을 쌓아왔는데, 그게 '네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다'라는 한 마디에 무너져 내리는 거였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그 순간에 모든 감정이 토해내듯 올라오는 기분이었어요. 준하라는 친구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왜 주변 환경은 그런 친구를 도와주지 않는지, 얼마나 힘들었으면 말 한마디에 그렇게 무너질 수가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준하가 너무 안타까워요."

남주혁은 이준하에게 애정이 깊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스물여섯 같은 나이라는 점, 인생의 힘든 순간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는 청춘이란 점에서 동질감을 느끼는 듯 했다.

"준하는 태어난 순간부터 스물여섯이 된 지금까지 계속 힘든 길을 가고 있어요. 그런데 준하는 포기하지 않을 친구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봤을 땐 준하가 모든 걸 놔버렸다고 여길 수도 있는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에 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준하는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준하랑 저랑 같은 나이인데, 준하를 보며 제 인생, 나아가 청춘이란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힘들지만 계속 준하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행복한 순간을 맞을 수 있을 거라 봐요."

▲ 그 역시 순탄치 않았던 삶,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청춘'

남주혁은 자신과 준하 같은 젊은 청춘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힘든 상황에 처한 청춘들이 많을 거예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순탄치 않고, 마음대로 되는 일도 없고, 정말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인생은 길잖아요? 긴 인생을 붙잡고 하루하루 노력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빛을 발할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그런 빛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자기가 했던 노력들의 힘으로 그 빛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정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준하도 그토록 힘든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았어요. 우리 인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뒤돌아 웃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스물여섯, 아직 어린 축의 나이인 남주혁의 노인네 같은 청춘예찬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나이와 경험은 정확하게 비례하지 않는다. 25년, 짧다면 짧은 세월 속에서 남주혁도 이준하 못지않은 순탄치 않은 삶을 걸어왔다. 농구선수를 꿈꿨으나 다리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었고,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1년 내내 라면만 먹었던 때도 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력은 '커피프렌즈'에서 그를 유능한 아르바이트 고수로 만들기도 했다.

남주혁

"제가 청춘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저 역시도 똑같은 청춘의 한 명으로서, 언젠가는 빛을 발할 날이 올 거라 굳게 믿고 그 순간을 기다리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한테는 그게 '연기'인데, 몇십 년이 걸리든, 지쳐서 쓰러질지라도, 제가 세운 '목표'를 향해 계속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거예요."

남주혁을 끊임없이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 그 '목표'가 뭔지 물었다.

"모델을 하다가 21살 때 연기란 꿈을 처음 가지게 됐는데, 그 당시에 세운 목표가 있어요. 좋은 연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한테 공감을 주고 울고 웃을 수 있게 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거요. 물론, 당장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했죠. 그래서 10년의 계획과 목표를 세웠어요. 연기한 지 10년이 되는 서른 살이 되면, 완벽하게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런 배우에 조금 더 가까워지면 좋겠어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도 계속 노력하는 과정 속에 있어요."

'눈이 부시게'는 사전제작 드라마로 지난해 10월 촬영에 들어갔고, 올 1월 중순에 촬영이 끝났다. 이제 방송도 완전히 종료했다. 남주혁의 차기작도 정해졌다. 배우 정유미와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눈이 부시게'는 남주혁에게 '눈이 부신' 기억을 남기고 완전한 작별을 고한다.

"정말 많이 뿌듯해요. 좋은 작품에 연기자로 참여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워요. '눈이 부시게'를 하면서 감독님이 '네가 이 작품에서 힐링받을 수 있게 해 줄게'라고 하셨는데, 준하란 캐릭터가 힘들고 안타깝고 슬펐지만 저로서는 힐링하면서 작품에 임한 거 같아요. 드라마를 보신 시청자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어요. '눈이 부시게'도, 준하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JTBC '눈이 부시게'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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