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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랩]"동학혁명으로 들여다본 이 시대의 희망"…'녹두꽃'의 묵직한 메시지

강선애 기자 작성 2019.04.17 16:07 수정 2019.04.17 19:11 조회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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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포스터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동학농민혁명을 다룬다길래, 제목마저 '녹두꽃'이길래, 녹두장군 전봉준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담당 연출자가 밝힌 드라마 '녹두꽃'은 125년 전 동학농민혁명의 이야기를 빌어, 2019년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좌절과 이를 뛰어넘는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의 연출을 맡은 신경수 PD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를 담는 드라마다. 이복형제 역할로 중심축을 이룰 조정석(백이강 역), 윤시윤(백이현 역)을 비롯해, 한예리(송자인 역), 최무성(전봉준 역), 박혁권(백가 역) 등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드라마 '정도전'의 정현민 작가와 '육룡의 나르샤'의 신경수 PD가 의기투합한다는 사실만으로 '꼭 봐야 할' 드라마로 손꼽히고 있다.

신경수 PD는 먼저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잡은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는 "동학농민운동은 그 정신이 임시정부로 이어져서 대한민국을 여는, 굉장히 중요한 한국 전·근·현대로 이어지는 굵직한 흐름이다. 드라마가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따라가긴 하지만, 정현민 작가와 제가 이 시대를 선택한 건, 201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겪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그걸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신 PD는 "동학농민혁명은 배경이고, 사실상 저희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형제와 가족, 젊은이들의 사랑, 그리고 분노를 넘어선 희망에 대한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민초들의 삶에서 현재를 봤다. 신 PD는 "우리 선대의 젊은이들이 겪었던 고군분투와 좌절, 그리고 어떤 지점으로 넘어서기 위한 도약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의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희망과 격려를 던져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의도로, '녹두꽃'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삼아 형제들의 이야기를 그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녹두꽃 신경수PD

이런 이유로, 동학농민운동의 상징적인 존재인 '녹두장군' 전봉준은 드라마 전면이 아닌 후면에서 다뤄진다. 그보다 조정석-윤시윤이 연기하는 이복형제의 우애와 갈등, 가족 이야기가 우선이다.

신경수 PD는 "지난해 초, 초반에 드라마를 기획할 때는 전봉준을 전면에 내세워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역사와 전봉준이란 인물이 주는 아우라를 쉽사리 드라마로 풀어내기가 어려웠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또 "전봉준에 매이다 보면, 이게 그냥 역사드라마처럼 흘러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우려됐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녹두꽃' 제작진은 주인공을 전봉준에서, 당시를 살았던 민초들로 변경했다. 신 PD는 "어떤 영웅 한 명의 개인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보통 평범한 사람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형이고 아우인,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전봉준을 약간 뒤편에 놓고, 우리가 그리고 싶은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그래서 이런 포맷의 드라마가 나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신 PD에 따르면, 조정석이 연기할 형 백이강 캐릭터는 동학혁명을 겪으며 구체제 조선을 넘어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여는 인물이 되어가고, 반대로 윤시윤이 소화할 동생 백이현 역은 구체제의 끝을 맺는 지점의 인물로 변화한다. 신 PD는 "엇갈린 형제의 갈등과 투쟁의 과정을 통해, 형은 희망, 동생은 좌절로서, 전·근대를 거치게 된다"며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녹두꽃' 속 이복형제의 운명을 지켜봐 달라 당부했다.

신 PD는"세 주인공의 배우들이 현장에서 좌절을 겪고 있는 제게 희망과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며 주연을 맡은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녹두꽃

조정석에 대해 신 PD는 "조정석 배우는 스타로서의 권위 같은 게 없다. 정말 소박하고 소탈하다"며 "촬영장에 와서 좌중을 들었다 놨다 웃기며, 고생하는 스태프들과 다른 배우들에게 에너지를 준다. 항상 밝은 얼굴로 나와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 PD는 조정석이 주연으로서 솔선수범해 현장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정석은 어린 후배 배우들과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연기 호흡을 맞춰주며, 드라마의 맏형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또 연기적으로도 "디테일하고 순발력이 좋아 현장에서 잘 만들어주고 있다"라고 칭찬을 덧붙였다.

윤시윤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는 신 PD는 "너무 철두철미하고 성실하게 현장에 나와서 준비를 해준다. 대본은 이런저런 메모로 항상 새까맣다. 경우에 따라, 세 가지 정도의 대안을 미리 생각해오더라. 모든 지점에서 완벽하게 준비해오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윤시윤 배우의 성실하고 모범적인 청년의 모습은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실 텐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굉장히 깊이 있는 반전, 대 변신을 기대해도 될 거 같다"며 윤시윤의 연기 변신을 예고하기도 했다.

신 PD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무술 고수 척사광 역할로 활약한 한예리와 이번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한예리는 '녹두꽃'에서 조선 최고의 대상을 꿈꾸는 '철의 여인' 송자인 역을 맡았다.

신 PD는 "전작에서 한예리 배우와 함께 하며 (액션만 보여주는 거 같아) 갈증이 있었다. 이 배우와 깊이 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다시 의기투합하게 됐다"라고 기뻐하며 "한예리 배우는 드라마의 깊이감을 만들어주는, 내적인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녹두꽃'은 현재 방영 중인 '열혈사제' 후속이다. '열혈사제'가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후속작의 수장으로서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신 PD는 "전작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기도, 이율배반적으로 '내가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감이 있기도 하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그래도 저희한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열혈사제'가 길을 잘 열어줬으니, 저희가 잘 이어가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신 PD는 '녹두꽃'에 대해 "굵직하고 무겁고 역사적인 의미의 사건들이 다뤄질 건데, 그보다 그런 배경 안에 놓인 형제와 가족, 남녀의 사랑, 우애,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해서 보면 좋을 거 같다"며 "재미있고 말랑말랑하고, 웃을 수도 있고, 가슴 아픈 눈물도 함께 하는 드라마가 될 거다. 기대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녹두꽃'은 오는 26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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