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미투 가해자, 13억 역고소 오만"…대책위원회, 김기덕 자숙 요구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4.18 14:17 수정 2021.04.21 10:57 조회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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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김기덕 감독에게 2차 가해를 멈추고 자숙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감독김기덕공동대책위원회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MBC 'PD수첩'은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고소 남발 김기덕 감독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박건식 'PD수첩' PD,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한유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부소장은 "김기덕 감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달 뒤에 또 연다는 게 분노스럽다. 지난해 김 감독은 피해자와 'PD수첩'을 무고죄로 고소했다. 혐의 없음 처분이 됐으면서도 김 감독은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총 13억 원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진실의 목소리를 막을 수 없다. 피해자의 연대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김기덕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피해자가 가해자 김기덕 감독에게 바란 것은 사과였다. 그러나 그는 사과 요청에도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PD수첩'이 방영 이후에도 반성과 사죄를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폭행죄가 유죄를 받았음에도 유바리영화제에 개막작이 초청되고 모스크바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피해자가 현장을 무단이탈했다는 누명을 씌운 프로듀서 역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오히려 김기덕 측의 역고소로 인해 피해자는 병원에 입원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가해자는 살아남고 피해자는 죽어버린 영화계가 한심하다. 영화계에서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과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반성과 사죄조차 하지 않은 몰인식한 자들에 대해서는 영화제 퇴출 운동까지 감행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김기덕 미투 혐의 관련 방송을 제작한 'PD수첩' 박건식 PD는 "미투 운동이 촉발된 미국에서는 실명을 밝히고 고소한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 그 결과 가해자는 영화계를 영원히 떠나게 됐다. 그에 반해 한국은 한 분 외에는 고소에 나서지 못했다. 우리에게 증언했던 분들도 대부분이 결국 고소하지 못했다. 방송 전 가처분 금지로 언론에 성폭행이라는 잘못된 문구가 나가면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기덕

이어 "우리 영화계에서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하나다. 피해자 인터뷰를 보면 김기덕 감독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초라함과 비참함을 느꼈다고 한다. '차라리 거부하지 않고 요구를 따랐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더라. 가해자가 승승장구하는 현실은 분명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3차, 4차 가해를 막고, 피해자가 떳떳해지는 세상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김기덕 감독은 단 한 번의 사과나 성찰도 없이 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의 미투 가해자들이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다"며 "피해자와 'PD수첩'에 대한 형사 고소, 지원단체인 민우회에 대한 3억 손해배상 소송, 피해자와 'PD수첩'에 대한 10억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고소와 소송도 남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여배우 A 씨는 지난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도중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뺨을 때리고 사전 협의 없이 남성 배우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행위를 강요했다며 김기덕 감독을 고소했다. 당시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김기덕 감독의 성추행 관련 혐의를 무혐의 처분하고, 뺨을 때린 혐의(폭행)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지난해 3월 'PD수첩'은 배우 조재현과 김기덕 감독의 성추행 혐의 등을 다룬 '거장의 민낯' 편과 '거장의 민낯 그 후'를 방송해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후 김기덕 감독은 'PD수첩'은 물론 피해를 주장하는 A 씨, 방송에 출연한 여배우 2명을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의 증언과 방송의 내용이 허위 사실로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기덕 감독은 물러서지 않았다. 최근 또다시 MBC 'PD수첩'에 대한 형사 고소, 지원단체인 민우회에 대한 3억 손해배상 소송, 피해자와 MBC 'PD수첩'에 대한 10억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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