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어벤져스4' 본 당신에게…이 영화는 어때요?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5.03 13:38 수정 2019.05.03 13:57 조회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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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누가 뭐래도 5월은 '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의 달이다. 4월 마지막 주에 개봉해 5월 여러 연휴까지 장악한 '어벤져스4'의 흥행 광풍은 막을 수도 없고, 막히지도 않는다. 이 영화는 흥행 열풍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남녀노소 누가 봐도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동시기 개봉작 혹은 후발 주자들은 '어벤져스4'의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 아니면 '어벤져스' 시리즈와 이별한 관객들의 허전한 마음을 공략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어벤져스' 천하에도 개봉작은 쏟아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볼만한 영화들이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는 확연히 다른 색깔과 경쟁력을 가진 영화들을 소개한다.

러브리스

◆ '러브리스' 사랑 없는, 사랑을 모르는 세상의 비극

제냐(마리아나 스피바크)와 보리스(알렉세이 로진)는 이혼을 준비 중이다. 알로샤(마트베이 노비코프)는 부모의 갈등을 지켜보며 남몰래 눈물 흘린다. 부부가 각자의 연인들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알로샤가 실종된다. 아들의 행방을 찾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원망하고 저주하기 바쁘다.

2015년 영화 '리바이어던'으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으며 세계적 거장으로 떠오른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신작이다. 이 작품 역시 2017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3등 상인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즈비아긴체프는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날카로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픽션이 아닌 영화 밖 세상을 투영하고 반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회 속 인간의 불안과 고통을 그려내고 있다.

러브리스

사랑이 뭔지 모르고 베풀 준비도 안된 제냐와 보리스는 가족이 아닌 타인을 통해 사랑의 갈증을 채우려 한다. 미성숙한 부모인 두 사람은 아들을 새 출발에 방해나 되는 짐짝 취급한다. 사랑의 씨가 마른 가정에서 자란 알로샤는 부모가 싸울 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고통을 삭힐 뿐이다.

비정한 인간들을 통해 사랑 없는 세상이 곧 21세기 지옥임을 보여준다. 간담이 서늘하고 가슴이 황폐해지는 비극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차가운 호수, 겨울 숲의 황량함, 버려진 건물의 스산함이 영화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영화 내내 비극의 전조를 조성한다.

감독은 붕괴된 한 가정을 통해 오늘날 러시아 사회를 은유한다. '돈바스 전쟁'(2014년 4월에 발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친러 성향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의 전쟁)으로 길에 나앉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눈물이 뉴스 화면을 가득 채울 때 제냐는 무표정으로 응시한다. 영화는 관계 형성 이후의 무책임, 방종, 유·무형의 폭력이 어떤 비극을 낳는지 사회와 가정을 통해 신랄하게 보여준다.

무거운 이야기와 묵직한 소재 때문에 자칫 지루한 예술 영화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상영 시간 내내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는 수작이다.

나의

◆ '나의 특별한 형제', 착한 영화는 재미없다고요?

'착한 영화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가진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다. 지체 장애인 세하(신하균)와 지적 장애인 동구(이광수)는 어린 시절 사회복지시설에서 만나 함께 자란다. 동구는 세하의 손과 발이 돼주고, 세하는 동구의 브레인 역할을 하며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는 삶을 살고 있다.

시설을 꾸려나가던 원장 신부(권해효)가 세상을 떠나자 정부의 지원금이 끊이고 둘은 헤어져야 할 위기에 놓인다. 세하는 동구의 천부적인 수영 실력을 이용해 복지관을 살리려고 한다. 이 가운데 동구의 생모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진짜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상반된 캐릭터가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며 후반부에는 따뜻한 감동으로 가슴을 적신다. 영화는 장애인을 부족하고 불안전한 사람들로 규정하거나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두 사람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는 에피소드들로 보여준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인물의 형제애를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다. 더불어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 서로가 서로를 채우는 연대의 힘은 설득력 있는 연출과 진실된 연기의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신하균의 연기가 영화의 중심축을 형성하며, 이광수는 기대 이상의 감정 연기로 보는 이들을 웃기고 울린다.

파업

◆ '파업전야', 전설의 노동 영화 30년 만에 정식 개봉

노동 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파업전야'가 극장에 정식으로 걸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년이다. 영화가 처음 공개된 것은 1990년 3월, 당시 노태우 정부는 필름을 압수하고 경찰을 동원해 상영을 가로막았다. 어렵게 도둑 상영을 이어간 끝에 영화는 당시 약 30만 명(비공식 집계)의 관객을 모았다.

영화를 만든 건 각 대학 영화 동아리 출신들이 모인 '장산곶매'였다.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바람난 가족', '건축학개론' 등을 만든 제작사 명필름의 이은 대표와 '접속'으로 1990년대 충무로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장윤현 감독도 이곳 출신이다.

'파업전야'는 저임금과 비인간적인 처우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담았다. 인천의 한 금속 공장을 배경으로 한 노동자 한수의 각성 드라마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네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슴속에 스며든다. 30년 전 작품이지만 영화와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걸캅스

◆ '걸캅스', 여성 콤비 형사물은 어떻게 다를까

'걸캅스'는 전설의 형사 미영(라미란)과 현직 꼴통 형사 지혜(이성경)가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비공식으로 수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형사물이다. 한국 영화 최초의 여성 투톱의 형사물로 알려지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년)로 영화에 데뷔한 이래 무려 48편의 작품에서 관객을 웃기고 울렸던 라미란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스크린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역량과 책임감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듯 시종일관 열연을 펼친다.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통쾌한 액션까지 선보인다.

걸캅스

신예 이성경과 최수영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만 여성 형사물이라는 야심 찬 기획을 받쳐주지 못하는 평범한 각본이 아쉽다. '버닝썬' 사태로 경각심을 갖게 된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삼은 건 시의성 높지만 날카롭지 못하다.

이 영화에 단 한 가지만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제목'을 손대고 싶다. 여성 콤비를 내세운 형사물임을 부각하기 위한 제목이겠지만 오히려 젠더 규정 안에 가두는 것처럼 보인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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