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영화를 살리자"…'미쓰백'→'걸캅스'로 이어진 '영혼 보내기'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5.13 11:22 수정 2019.05.13 13:06 조회 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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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최근 극장가에서 새로운 응원 문화로 '영혼 보내기'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이 무슨 섬뜩한 단어인가 싶겠지만 속뜻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몸은 집에 있지만 극장은 영혼에 있다"는 말에서 비롯된 '영혼 보내기'는 특정 영화를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티켓을 구매하는 행태를 말한다. 이미 영화를 봤기 때문에 혹은 시간 여유가 없어 극장에 직접 갈 수 없을 때 티켓만 구매해 영화와 영화를 만든 이를 응원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응원 문화는 대작의 흥행세에 기를 펴지 못하는 작은 영화들 혹은 기획 자체가 적은 여성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지난해 10월 개봉한 '미쓰백'과 최근 개봉한 '걸캅스'다.

'미쓰백'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아동 학대를 소재로 한 영화로 한지민과 김시아, 이희준이 주연을 맡았다. 의미 있는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며 완성도를 능가하는 호평과 응원을 받았다.

미쓰백

특히 이 작품은 '쓰백러'라는 마니아 관객을 만들어내 장기 상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쓰백러들은 반복 관람과 영혼 보내기 등을 통해 영화를 응원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 앞으로도 이런 기획이 이어질 것이라는 염원도 담겨 있었다. 그 결과 전국 7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제작비 16억으로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였지만 손익분기점을 웃도는 성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지난 9일 개봉한 '걸캅스'도 '영혼 보내기' 열풍이 뜨겁다. '걸캅스'는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한 형사물이다. 라미란이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상업 영화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충무로 최초의 여성 투톱 형사물인 데다가 '버닝썬 사태'로 관심을 모은 디지털 성범죄를 다뤘다는 점에서 관객의 응원을 받고 있다.

영혼

개봉 전 페미니즘 영화, 남성 비하 영화 등의 오해를 받으며 평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 개봉 첫 주 6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특히 좌석 판매율은 천만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앞서며 내실 있는 흥행을 이뤄나가고 있다.

이 영화 역시 영혼 보내기를 인증하는 글을 SNS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영화 상영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초반 스코어는 매우 중요하다. 영혼 보내기는 예매율을 올리는데도 보탬이 돼 잠재 관객의 영화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걸캅스'를 응원하는 영혼 보내기는 실제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평일 조조 시간, 앞자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영혼 보내기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존재한다. 관객 수를 조작하기 위한 사재기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반면 응원하는 마음으로 하는 행동이고 불법이 아닌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도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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