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내려놓지 않으면 못 견디겠더라"…김남길, 그가 단단해진 이유

최종편집 : 2019-05-14 15: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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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내려놓지 않으면 못 견디겠더라"…김남길, 그가 단단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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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열혈사제 김해일 같은 신부가 현실에도 있으면 좋겠다."

사회 권력층의 각종 비리와 유착 의혹에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는 이때,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다 보면 김해일 신부를 그리워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적폐 세력에 발차기를 날리고 욕설을 쏟아내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속 김해일 신부를 말이다.

신부가 폭력에 욕이라니. 전후 맥락 없이 이 부분만 보면 천인공노할 일이다. 하지만 의 김해일은 이게 용인되는 유일한 사제다. 국정원 요원 출신의 탁월한 무술 실력과 통찰력으로 '나쁜 놈'들을 때려잡고,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온순하게 말은 못 해도 '뼈 때리는' 일침으로 주변의 변화를 이끌어내던 김해일 신부다. 통쾌했고 유쾌했고 정의로웠던 김해일 신부의 활약에 힘입어 '열혈사제'는 시청률 23%를 찍으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김해일이 이토록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건, 천의 얼굴로 이 역할을 찰떡처럼 소화한 배우 김남길의 힘이다. 시청자는 김해일의 분노에 같이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의 시원한 액션에 박수치며 환호했고, 그의 슬픔에 함께 가슴 아파했으며, 잔망스러운 개그에는 깔깔 거리며 웃었다. 그런 다채로운 김해일의 모습들은 김남길이기에 표현 가능했고, 그라서 설득력이 있었다. 신부 역할이라 연기하는데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었을 텐데, 김남길은 이마저도 시청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열혈배우 김남길은 그 자체였다.

종영 이후 포상휴가를 받을 만큼 는 '대박'이 났고, 그 중심에는 김남길이 있다. 하지만 김남길은 들떠있지 않았다. 저마다 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동료 배우들과 끝까지 흔들림 없이 달린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고, "난 전과 다를 게 없다"며 차분하게 자기 소신대로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김남길과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술술 나오는 그의 답변이었다. 를 비롯해 자신의 연기 인생, 삶에 대한 그의 대답들은 유쾌했지만 가볍지 않았고, 오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났다. 김남길은 달변가이기에 앞서 사색가였다. 그래서 '김남길이 진짜 사제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잠깐의 재미있는 상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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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 시청률 20%를 넘기며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주연배우로서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김남길: 무엇보다 는 주연만 돋보이는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어떤 인물도 허투루 만들어진 게 없고, 이를 연기한 많은 배우들이 다 잘 살아났죠. 작품은 주연만 돋보일 게 아니라 캐릭터 간의 관계성, 앙상블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열혈사제'는 그런 점에서 최고였던 거 같아요. 또 사회의 약자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각성해서 정의로운 길을 가려하고, 적폐 세력이라 불리던 이도 잘못을 반성하고 옳은 방향으로 가려하는, 그런 전개도 좋았어요. 지금 현실이 더 드라마 같잖아요? '열혈사제'가 현실에서 막히는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면서도, 그걸 마냥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내 많은 시청자가 좋아해 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Q. 사제복이 잘 어울리던데요. 특히 기존의 사제 캐릭터들과 달리, 사제복과 롱코트를 펄럭이며 멋지게 돌려차기를 하는 김해일 신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김남길: 사제 역할은 다른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했던 거라 제 자신한테도 식상한 면이 있었어요. 그래도 의 김해일 신부가 신선했던 건, 특수부대 출신의 사제라는 남다른 능력치죠. '베트맨'의 고담시처럼, '열혈사제'에는 부패한 지역으로 가상의 도시인 구담시가 나와요. '열혈사제'가 히어로물은 아니지만, 베트맨 같은 히어로를 연상케 하는 상징적인 스타일로 베트맨의 망토 대신 까만 롱코트를 입으면 괜찮을 거 같아 시도해봤어요. 그 롱코트가 펄럭이는 장면과 사제복의 핏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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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액션신을 소화하며 부상도 여러 차례 당했잖아요. 늑골 골절에 손목, 손가락도 다치고.

김남길: 갈비뼈는 생각보다 빨리 붙었는데, 손목은 계속 사용하다 보니 아직 완치가 안됐어요. 양쪽 손목뼈가 어긋나 들려있는 상태인데, 당분간 몸을 회복하는데 시간을 써야 할 거 같아요. 액션 연기는 합을 잘 맞춰야 안 다치는데, 제가 어설프게 하다 보니 다친 거죠 뭐. 드라마 반응이 좋고 순항 중일 때 다쳐서, 그때 많이 속상했어요. 그 흐름을 끊으면 안 되는데, 제 부상 때문에 액션도 더 못 넣고, 스태프도 제게 뭔가를 더 요구하지 못하고, 주변 배우들도 아무래도 불편하니까요. 그때 많이 미안했죠.

Q. 그런 부상투혼 속에 탄생한 표 액션들이 세련됐다며 큰 호평을 받았어요.
김남길: 전부터 액션을 많이 해온 편이라 액션에 거부감은 없어요. 또 이번에 함께 한 액션감독님 두 분이 저와 과거에 작품을 해봤던 분들이라 저의 장단점을 잘 아세요. 그래서 최대한 저의 장점을 뽑아내는 액션 장면을 만들어 주셨어요. '열혈사제'에선 투박하지 않고 무용하듯 힘을 빼고 하는 액션을 시도했는데, 그걸 시청자가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제가 발차기를 허공에 해도 진짜 맞고 쓰러지는 것처럼 연기해준 액션팀과, 다리가 길어 보이게 밑에서 잘 찍어준 카메라팀 덕분이죠.(웃음)

Q. 김남길은 철부지처럼 잔망미 가득한 모습부터 치명적인 퇴폐미까지, 극과 극인 매력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속 김해일도 그런 매력들의 집약체였고요.

김남길: 지금 제가 코믹 연기를 해도 어떤 분들은 아직도 절 드라마 '나쁜 남자' 속 이미지로 바라보세요. 예전에는 그렇게 각인된 이미지가 싫어 탈피하고자 했는데,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저란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다는 걸 보여주자고 마음먹었죠. 어릴 땐 양조위 같은 배우들의 이미지를 추구했다면, 서른 중반쯤 부터는 주성치를 표방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B급 코미디나, 만화적인 감성, 표현을 좋아해요. 그래서 연기 공부 할 때 만화를 많이 보는 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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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덕여왕' 비담, '나쁜남자' 건욱 같은 캐릭터가 강렬하긴 했죠. 이번 김해일도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배우 김남길의 인생 캐릭터로 남을 거 같아요.

김남길: 예전엔 그저 얼굴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출연한 작품이 터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그보다 한 작품 한 작품, 제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을 고쳤죠. 지난 10년간 꾸준히 여러 동료들과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만들어왔고, 도 그 일환이었어요. 어쩌다 보니 운이 따라 시청률까지 잘 나온 것뿐이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다양성이 있는 작품들을 계속해 나갈 겁니다.

Q. 그렇게 배우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김남길: 내려놓지 않으면 제가 못 견디겠더라고요.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맡아 오다가 2009년에 비담으로 얼굴을 알리게 됐죠. 이제야 제가 할 수 있는 연기를 좀 할 수 있겠다 싶을 때, 그걸 못하고 군대에 갔어요. 그 이후로 제 의지랑 상관없이 저란 존재는 점점 잊혀지더라고요. 이게 제 배우 인생의 마지막인가 싶었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됐어요. 그러면서 주위를 더 돌아보고, 저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작은 거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 건 그때 이후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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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무뢰한'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전도연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들었어요.

김남길: 연기가 저랑 안 맞는데 계속 이 직업을 고집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할 때였어요. 전도연 선배는 제가 한 마디도 안 해도, 뭘 고민하는지 귀신같이 알아보더라고요.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마운 말들을 많이 들려줬어요. 전도연 선배는 처음 만났을 때도 남달랐어요. 당시 제가 눈에 다래끼가 나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을 때인데, 제 눈을 보더니 "너 원래 이런 눈을 가졌었구나. 그런데 그동안 왜 그렇게 눈에 힘을 주고 다녔니. 이제 얼굴로 하는 연기는 그만 벗어나고, 가슴에서 나오는 연기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선배 스스로도 거짓되고 억지스러운 연기를 하다 보니 답답했는데, 이창동 감독님과 '밀양'을 하면서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전도연 선배와 '무뢰한'을 함께 하며 저도 다시 연기하는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전도연 선배 뿐만 아니라 제 주변에는 설경구, 정재영, 김혜수 등 좋은 선배들이 많아요. 제가 어긋나거나 삐그덕 거릴 때마다 툭툭 쳐서 다시 바르게 가게끔 이끌어주는 선배들이죠. 저도 후배들한테 그런 좋은 영향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Q. 도 이로 인해 크게 주목받게 된 후배 배우들이 많잖아요?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선배로서 그들에게 해 줄 말이 있을 거 같아요.

김남길: 의 배우들이 역할의 크기를 떠나 다 사랑받고 잘 됐잖아요? 그런데 이들은 제 과거와 달리, 가벼이 들뜨지 않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정말 좋은 배우들이 뭉쳤어요. 누구 하나 뾰족하게 튀어나온 사람이 없어요. 제가 리더 역할을 해서 끌고 가려해도, 안 따라오는 사람은 안 따라와요. 또 이렇게 작품이 화제가 되면, 그 안에서 과하게 자기 욕심을 부리려는 사람이 나타나고요. 그건 사람 욕심이라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여기 '열혈사제'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양보할 땐 양보하고, 서로 진심으로 기뻐했죠. 지금껏 좋은 배우들과 작품을 해왔지만, 제 필모그래피에서 이번 '열혈사제' 같은 배우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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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2013년에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를 설립했는데, 그 활동도 계속 진행 중이죠?

김남길: 계속하고 있죠. 지금 버스 안내방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소속 멤버들이 각자 일이 있는 사람들이라, 같이 모여서 뭘 진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캠페인 하나를 하려 해도 시장조사부터 시작해 해야 할 일이 많고, 또 남을 돕는 일이라 신중하게 생각할 부분도 많거든요. 제 주변 사람들은 지금도, 좋은 일이긴 하나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애쓰지 말고 그만하라고 만류하기도 해요. 그래도 계속해 나갈 겁니다.

Q. 평소 '선한 영향력'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려고 하는 편인가 봐요.
김남길: 요즘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으로 사제가 되고 싶다고 한대요. 그런 것도 일종의 영향력이라 생각은 하는데, 솔직히 선한 영향력이란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막 거창하게 뭘 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걸 과하지 않게, 누구나 마음속으로 알고는 있지만 못하던 걸 잠깐 여유가 생겨 주변을 돌아봐서 하는 정도이죠. 좋은 것들을 잘 받아들이고 주변에 일깨워줄 수 있는, 그런 영향력이면 좋겠어요.

Q. 를 성공적으로 끝냈는데, 이 작품 전과 후, 배우 김남길에게 달라질 게 있을까요?
김남길: 전 달라질 게 없어요. 어떤 작품에 들어가든, 전 그 작품이 잘 되는 것보다도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라고 말해요. 배우는 연기를 잘하고, 카메라는 촬영을 잘하고,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열혈사제'도 그런 마음으로 했던 작품이라, 이 작품의 전과 후, 저 스스로에게 크게 달라질 건 없어요. 어디 가서 "그거 잘 봤어. 좋더라"는 말만 들어도 성공한 거라 생각해요.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머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