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봉준호 '기생충', 칸영화제 황금종려상…한국 영화 100년史 '최초'(종합)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5.26 03:40 수정 2019.05.26 16:31 조회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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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11일간의 영화 축제를 마무리하고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8개 부문의 본상이 발표됐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봉준호의 '기생충'을 호명했다.

칸영화제

객석에 앉아있던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와 환호성을 지르며 생애 최고의 기쁨을 누렸다. 무대 위로 올라온 봉준호 감독은 객석에 앉아있던 송강호와 제작사 바른손의 곽신애 대표를 무대 위로 불러들였다.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의 명배우 까뜨린느 드뇌브로부터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뒤 "메르시"라고 프랑스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 영어로 "미안하다. 불어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나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기생충'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홍경표 촬영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그 많은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맘껏 지원해준 CJ 엔터테인먼트와 바른손 식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이 영화는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단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다"라고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와 투자배급사, 제작사, 배우들의 공을 일일이 언급했다.

칸영화제

봉준호 감독은 "가족이 여기 2층 어디에 있는데 찾지를 못하겠다. 가족에게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무대에 함께 오른 송강호는 봉준호의 가족의 위치를 손으로 가리켰고, 카메라는 봉준호 가족의 환희하는 모습을 비추었다.

이어 "저는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길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봉준호는 '기생충'의 주역인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송강호는 마이크를 잡고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주신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들에게 이상을 바치고 싶습니다."라며 이날의 영광을 한국의 배우들과 함께 나눴다.

기생충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로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 이야기 영화. 송강호,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등이 주연을 맡았다.

지난 21일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된 후 유럽과 북미 언론의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영국의 스크린 데일리, 미국의 아이온 시네마, 프랑스의 르 필름 프랑세즈 모두 '기생충'에 최고 평점을 줬다. 영화제 내내 이어진 호평 분위기는 폐막식까지 이어져 황금종려상이라는 놀라운 성취를 이뤄냈다.

올해 칸영화제는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미국 배우 엘르 패닝과 부르키나파소 감독 겸 배우 마우모나 느다예, 미국의 감독 겸 각본가 켈리 라이차트, 이탈리아 감독 앨리스 로르와허, 프랑스 그래픽 노블 작가 겸 감독 엔키 빌라이, 프랑스의 감독 겸 각본가 로빈 캄필로, 그리스의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폴란드 감독 파웰 파월코우스키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칸영화제

봉준호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데뷔작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447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출세작은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이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두 형사의 집요한 추적기를 다룬 영화로 그해 전국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평단의 호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06년에는 '괴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천만 감독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저예산 영화 '마더'를 발표했다.

칸영화제와의 인연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괴물'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돼 첫 인연을 맺은 후 '마더'와 '도쿄'가 주목할만한 시선에 연이어 초청돼 인연을 이어갔다.

2017년에는 넷플릭스 제작의 영화 '옥자'로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당시에는 무관에 그쳤지만 2년 만에 '기생충'으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 수상의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영화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100년 영화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하 제72회 칸영화제 수상 결과-

황금종려상(그랑프리) : '기생충'(감독 봉준호)
심사위원 대상(2등) : '아틀란틱' (감독 마티 디옵)
남우주연상 : 안토니오 반데라스('페인 앤 글로리')
심사위원상(3등) : '레미제라블', '바쿠라우'
감독상 - 다르덴 형제('영 아메드')
여우주연상 - 에밀리 비챔('리틀 조')
각본상: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감독 셀린 시아마)
심사위원 특별언급: '잇 머스트 비 헤븐' (감독 엘리아 슐레이만)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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