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그것이 알고싶다' 처음 아닌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전문가 "터질 일이 터졌다"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19.06.30 00:50 수정 2019.06.30 13:50 조회 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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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숙명여고 쌍둥이들은 억울한 피해자일까?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노력의 기적인가, 빗나간 부정인가-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의 전말'이란 부제로 교무부장 현 모씨가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실을 따라나섰다.

지난해 7월 대치동 학원가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전교 1등을 차지했다는 것.

불과 1년 전 전교 121등과 전교 59등을 기록했던 쌍둥이였기에 놀라운 성적 향상에 대해 많은 이들은 의아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쌍둥이의 아버지가 쌍둥이의 학교 교무부장이라는 사실 때문. 특히 교무부장에게는 정기고사 시험 답안지에 대한 결재권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심은 더 깊어졌다.

그리고 쌍둥이들의 성적 향상에 대한 의혹에 아버지 현 모 씨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며 의혹은 더욱 커졌다. 쌍둥이 아버지는 "내신 위주로 열심히 공부했다. 답안지는 교무부장으로서 결재 과정에서 1분 정도 본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믿을 수 없던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원성에 결국 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조사 결과 교부 무장 현 씨가 시험 직전 혼자 교무실에서 야근을 했던 것이 포착되었다. 또한 쌍둥이의 방에서 시험 과목 정답이 빼곡하게 적힌 암기장과 의문의 쪽지 등이 증거물로 확보되었다.

이는 답안지 유출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 증거들. 이에 지난 5월, 법원은 업무 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교무부장 현 씨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현 씨는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이에 제작진은 쌍둥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추적에 나섰다. 그리고 제작진은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쌍둥이 가족의 지인이었다.

그는 "잘못을 안 저질렀는데 어떻게 반성을 한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어떤 바보가 증거들을 집에 두겠냐"라며 불리한 증거들을 은폐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전에 만났는데 펑펑 울더라. 차라리 자기가 유출을 했으면 자기가 실토하겠다고 하더라. 어느 아빠가 자식들이 경찰서에 불려 다니고 어떤 아빠가 그 사실을 숨길 수가 있겠냐"라며 "만약 이 사람들이 결백하다면 이들은 어디에 가서 보상을 받아야 하냐"라고 되물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시험 답안을 보관하는 금고가 놓여있었다. 교육청 감사 결과 총 6차례 시험지와 답안이 쌍둥이 아버지의 손과 눈을 거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교무 부장의 유출의 정황은 있지만 유출의 단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쌍둥이 자매는 학교에서도 독특한 아이들이었다. 많은 부분이 닮았다는 자매에 대해 학생들은 "친구들이 거의 없다. 서로 다른 반인데 둘이서 늘 함께 다녔다"라고 증언했다.

단짝 친구 같던 자매는 고등학교도 같은 곳으로 진학했다. 쌍둥이들이 진학한 학교는 아버지가 20년 넘게 근무 중이었던 숙명여고였다.

쌍둥이 아버지에 대해 숙명여고 졸업생들은 "항상 웃으시고 친절한 분이셨다. 좋은 분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설마 그랬겠냐는 생각을 했다"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시험지 유출 의혹이 제기되며 그의 행동도 의심을 샀다. 그는 중간고사를 앞둔 시점에 혼자 야근을 했던 것이 포착되었다. 또한 그는 야근을 했음에도 근무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아 의혹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에 숙명여고 전 교사는 "근무 일지를 써야 한다. 그리고 이 학교는 초과 근무를 거의 안 하는 분위기다"라며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또한 금고 비밀 번호를 모른다고 주장하던 아버지는 검찰 조사를 통해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쌍둥이 가족 지인은 "비밀번호를 안다고 금고를 연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 아니냐. 초과 근무는 일상적이라서 근무 일지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쌍둥이 성적에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대치동 학부모들은 "그 학교에는 지나가는 개미도 노는 애들이 없다"라며 숙명여고는 내신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또한 숙명여고 학생들은 "넘어갈 수 없는 벽이 있다. 20등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해도 전교 1등이 갑자기 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리고 내신 성적과 차이가 큰 모의고사 성적도 문제였다. 이에 쌍둥이 아버지는 "준비를 하지 않아서 성적이 나빴던 것뿐이다"라며 마킹을 하지 않았던 답안지에 대해서는 "한 문제가 풀리지 않아 아예 문제를 풀지 않아서 그랬다"라고 해명했다.

단순한 암기 과목이 아닌 수학에서도 놀라운 향상을 보였던 쌍둥이. 이에 수학 강사는 "이런 성적표는 쉽지 않다"라며 "동생의 시험지에 이상한 것이 보인다. 풀이 과정이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답을 도출하는 데까지 필요한 과정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학생들은 "이걸 암산으로 했으면 바로 멘사가 되는 거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리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던 동생. 하지만 물리 시험에서도 풀이 과정은 생략되어 있었다. 이에 쌍둥이는 "공부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암기만으로 풀이를 할 수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담당 교사는 "쌍둥이 말대로라면 100점이 수두룩했을 거다"라며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쌍둥이가 틀린 문제에 대해 재학생들은 "그게 화학 시험 중에 가장 쉬운 문제였다. 그걸 틀릴 수는 없다"라고 했다. 알고 보니 쌍둥이가 써낸 답은 답안을 수정하기 이전의 답안과 일치했던 것.

또한 영어 기말고사에 등장한 주관식 문제가 있었는데, 이 답이 쌍둥이의 휴대폰 메모장에 그대로 저장되어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특히 완전한 문장이 아니라 답에 해당하는 특정한 문장만이 저장되어 의혹을 샀다. 그리고 이 문장을 저장한 날은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야근을 한 지 1주일이 지난날이었다.

쌍둥이들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목격담도 등장했다. 재학생은 "메모장을 보면서 달달달 외우고 있었다"라고 했다. 실제 쌍둥이들이 외우고 있었던 것은 정답이 빼곡히 적혀있던 메모였다. 그리고 이는 시험지 여러 군데 등장해 의심을 증폭시켰다. 이에 쌍둥이들은 시험 후 반장이 불러준 정답을 적은 것이라 해명했다.

제작진은 쌍둥이 가족들과 끈질긴 연락 끝에 쌍둥이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다. 그리고 그는 제작진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했다.

쌍둥이 어머니는 "어떻게 표현을 못 하겠다.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졌고 지금은 하루하루 버티는 게 가장 큰 숙제다"라고 힘들어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정말 안 한 거냐고 물어봤는데 아이들이 엄마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냐더라"라며 "딸들에게 왜 이렇게 열심히 했냐고까지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쌍둥이 어머니는 "아이들이 어떻게 노력했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아이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 같다"라며 남편이 교무부장이기 때문에 법의 심판을 받기 전 여론 재판을 받게 되었고 이것이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쌍둥이 측은 아버지와 자매들의 시험에 대한 일상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것이 다른 정황들에 대한 해명이 될 수는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 만으로 답안 유출을 안 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심리학 전문가는 이들의 대화에 대해 "매 시험이 끝날 때마다 성적을 보고하는 상황에서 세 부녀가 성적에 집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이것은 아버지가 딸들의 성적을 관리하고 있다는 정황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밀접할뿐더러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강박 관념까지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숙명여고 전 교사는 "비가 많이 오던 날 쌍둥이 둘 다 밖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길 위에서 공부를 하고 있더라. 그걸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하지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에 쌍둥이 지인은 "정말 결백하기 때문에 우리가 열심히 해서 증명하려는 의지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중간고사에서 쌍둥이들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성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세 모녀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던 당시 이들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여 모두를 의아하게 했다. 이에 심리학 전문가는 "진짜 유출을 안 했다면 오히려 담담하기가 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명예라든가 이것이 무너지는 순간 다 쓰러지는 거다. 잃을 게 너무 많은 거다. 그리고 이 쌍둥이들은 보안 유지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가능성이 높은 관계다.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아주 철저하게 내부적으로 결속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제작진은 쌍둥이 아버지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쌍둥이 아버지 현 씨는 "항소 재판을 앞두고 있어 만남은 어렵다. 밝힐 수 있는 것은 내가 무죄이며 지금의 상황이 매우 억울하다. 빨리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접했다. 학부모는 "전 교사의 딸이 명문대 교대를 가고, 명문대 의대를 갔다. 뭔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또한 전직 숙명여고 교사는 "이게 전통 아닌가 싶다. 전 교사의 딸이 명문대에 갔다"라며 현 교사 이전에 답안을 관리하던 선생님의 딸도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것.

답안 유출의 의혹을 받은 또 다른 전직 교사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우리 아이는 공부를 정말 잘했다"라며 답안 관리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겠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현 선생님에 대해서도 여론 재판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족을 여론 재판으로 망가뜨린 것 같다"라며 쌍둥이 아버지를 두둔했다.

이는 학교 측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제작진은 학교를 직접 찾았다. 제작진은 "국민 청원에서 이전 선생님의 자녀들에 대한 전수 조사까지 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떻게 된 거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우리는 교육청에 모든 자료를 전달했고 우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입장이 없다"라며 이 전 교사의 자녀에 대한 일은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숙명여고만의 일이 아니다. 터질 게 터졌고 터질 수밖에 없던 것이 이렇게 터졌구나"라고 모두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는 달라진 대학 입시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신과 학교 생활 기록부의 비중이 커지고 교사의 재량이 커지면서 내신 성적과 관련된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학생부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재, 성적뿐만 아니라 수상 경력, 봉사 활동 등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대치동 학원가에도 학종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에 대치동 과외 강사는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한다면 기본이 천만 원이다. 상담에만 돈이 분 당 4만 원이다. 그리고 원서를 써주는 건 싸게는 4백 정도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제작진은 숙명여고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나섰다.

분당의 한 고등학교 교무부장이 딸을 자신의 학교로 진학시켰고, 고3 때 일이 터졌다는 것. 당시 담임교사는 "제가 학생부에 적지 않은 내용이 적혀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감사에 들어갔고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관은 "학생부의 전체 영역을 다 건드렸다. 동아리 활동, 자율 활동 등 전체적으로 다 건드렸다"라고 말했다. 이는 교무부장이었던 학생의 어머니가 딸의 고등학교 생활 내내 학생부를 조작했던 것.

이에 교무 무장의 딸이 입학한 대학의 관계자는 "이렇게 문제가 있는 애들을 골라낼 수 없다. 고등학교에서 써준 학생부를 믿을 수밖에 없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측은 이 일을 막을 수 없었을까. 현재 딸의 학생부를 조작한 어머니인 교무부장은 파면을 당한 상태.

해당 학교의 교장은 "행정 관리 권한을 교무부장에게 줬다. 그런데 이게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 버린 거다"라며 책임을 나쁜 마음을 먹은 교무부장에게 돌렸다. 그리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학생이 한 논문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포착되었다. 논문의 저자는 학생의 아버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학생의 아버지는 "도움이 될까 해서 기재한 것뿐이다"라며 딸이 연구에 참여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사건에 한 학부모는 "세상은 불공정한 게 반칙한 게 잘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안 들켰으면 서울대 의대 갔을 거다"라며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학생들은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비리는 계속되고 그럼 나는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분명한 점은 입시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절박했다. 숙명여고 사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대입 제도가 가진 문제점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교육 당국에도 유죄를 선고했다. 입시에서 정기고사 비중이 커졌음에도 처리 절차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은 점도 숙명여고 사건의 하나의 원인이라 지적했다.

역사학자와 의사가 꿈이었던 쌍둥이들은 더 이상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분당의 한 어머니의 모정은 캠퍼스 생활을 누리고 있던 딸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숙명 여고 학생들은 이 사건 후 친구, 선생님, 학교에 대한 신뢰를 모두 잃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숙명 여고 학생들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가 따라온다". 우리는 이것이 공정과 정의라고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믿으며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깨어진 믿음을 학교가 다시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제도에 앞서 정의와 공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숙명여고 사태는 또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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