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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롱 리브 더 '라이온 킹'"…최고 기술로 되살린 고전의 감동

최종편집 : 2019-07-12 15:08:38

조회 : 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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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프라이드 랜드의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수십 종의 동물이 무파사에게 경의를 표하는 오프닝은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의 상징과 같은 장면이다. 이때 흐르는 OST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는 장엄한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을 스크린으로 빨아 당겼다.

이 극적인 장면이 만화가 아닌 실사로 되살아났다. 오는 7월 17일 개봉하는 영화 '라이온 킹'을 통해서다. 원작의 감동은 실사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의 기념비 같은 작품이다. '인어공주', '알라딘' 등 동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디즈니 최초의 창작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모티프를 얻은 '라이온 킹'은 쉬운 이야기, 보편적인 주제, 아름다운 OST로 1994년 개봉 당시 북미 및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및 역대 전체 관람가 영화 최고 흥행 기록(약 1조 1,400억 원)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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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명작은 명작이다. 2019년판 '라이온 킹'은 원작의 충실한 재현으로 오랜 팬들의 기대감에 부응하며, 전체관람가 영화로서의 보편적인 재미와 감동으로 신규 관객도 대거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도 일부 반영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은 암사자 날라 캐릭터의 입체화다. 또한 무파사→심바로 이어지는 왕위 계승 설정이 현시대에서는 군주제 옹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부드러운 변화를 줬다. 심바, 무파사, 스카의 독무대가 아닌 다채로운 캐릭터의 폭넓은 활용을 통해 지배와 수용이 아닌 상생과 공존의 메시지를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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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동물이 나오지 않는 '라이온 킹'…진짜 같은 가짜

원작의 90%에 가까운 동일한 스토리 전개와 복붙(복사+붙이기) 수준의 장면 묘사라면 왜 '라이온 킹'을 실사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생생한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서클 오브 라이프'가 흐르는 오프닝 장면을 보고 있으면 흡사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 아프리카 초원의 야생 동물원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라이온 킹'에는 진짜 동물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이 모든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

2016년 영화 '정글북'으로 디즈니 실사 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존 파브로 감독('아이언맨' 시리즈의 '해피'로도 유명한 배우 겸 감독)은 '라이온 킹'에서 한 단계 진화된 기술력으로 원작의 감동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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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은 실사 영화 기법과 포토리얼 CGI를 합친 혁신적인 스토리텔링 기술로 완성됐다. 게임 엔진 내에서 정글 환경을 디자인했고 최첨단 가상현실 도구를 이용해 동물들이 함께하는 샷을 완성해냈다. 물론 동물들의 표정 연기가 만화만큼 다채롭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털 한 올 한 올까지 움직임을 자랑하며 클로즈업 샷에서 빛을 발하는 무파사, 심파의 눈빛 연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 충분하다.

이 작품을 있노라면 향후 수년 내에 인간이 직접 연기하지 않는 극영화도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라이온 킹'은 꿈의 공장 할리우드, 그곳에서도 콘텐츠와 기술의 융화에 있어서 최고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디즈니 역량의 정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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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받을 필요 없어"…암사자 날라의 변화

'라이온 킹'의 핵심 캐릭터인 무파사와 심바, 스카는 원작의 DNA를 고스란히 계승했다. 세 캐릭터의 카리스마와 매력은 25년이 흘렀어도 압도적이다. 캐릭터의 흥미로운 진화는 암사자 날라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날라는 심바의 프라이드 랜드 귀환을 이끄는 조력자였다. 2019년판에서도 이 역할에는 변함이 없지만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났다. 독재자 스카에 의해 프라이드 랜드가 폐허가 되자 날라는 스카에 대항하고 고향을 떠나고자 한다. 만류하는 자주와 암사자 군단에게 날라는 "이제 보호받을 필요는 없어"라고 당차게 말한다.

극의 클라이맥스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심바의 파트너로 맹활약을 펼친다. 앞서 개봉한 '알라딘' 자스민의 캐릭터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함께 보면 더욱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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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바와 티몬의 재롱잔치…'라이온 킹'의 신스틸러

1994년 '라이온 킹'의 러닝타임은 98분이었다. 2019년 만들어진 실사 영화는 118분이다. 20여분의 분량 차는 심바가 프라이드 랜드를 떠난 이후 생긴 것이다. 아버지를 잃고 실의에 빠진 심바의 자아 성장과 주체성 확립까지의 서사가 보다 풍성하게 설계됐다. 여기에 품바와 티몬이라는 핵심 캐릭터가 다채로운 활약을 펼치며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영화로는 무궁무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면 묘사도 돋보인다. 프라이드 랜드의 주술사 라피키가 심바의 생존을 예감하는 신이 대표적이다. 원작에서는 라피키가 바람의 기운으로 감지하는 것으로 짧게 묘사했지만 영화는 이 장면을 털 한 올의 움직임을 쫓아가며 라피키에게 닿는 것으로 공들여 묘사했다. 생명의 순환이라는 프라이드 랜드의 섭리를 보여주기도 하는 영화적인 장면이다.

'라이온 킹'의 웃음보를 책임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멧돼지 품바와 미어캣 티몬 콤비다. 실사가 애니보다 월등하게 좋은 것은 두 캐릭터의 활용도다. 품바와 티몬은 원작보다 더 많은 개인기와 재롱을 보여주며 어두웠던 분위기를 금세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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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목소리 어땠나…제레미 아이언스의 공백↑

'라이온 킹'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명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다. 흥미롭게도 심바, 날라, 무파사, 스카 등 주요 캐릭터의 목소리는 모두 아프리카계 흑인 배우가 맡았다. 1994년 '라이온 킹'의 더빙 캐스트가 대부분 백인 배우였던 것과 비교해 큰 변화다.

무파사 역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제임스 얼 존스가 연기했다. 덕분에 'REMEMBER, WHO YOU ARE(기억해라, 네가 누구인지)'로 대표되는 명대사의 감동은 예나 지금이나 생생하게 다가온다.

새 목소리들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한다. 특히 품바 역의 세스 로건과 티몬 역의 빌리 아이크너의 코미디 연기는 발군이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두 캐릭터는 스토리가 비극에서 희극으로 넘어가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원작보다 비중이 늘어난 데다 보다 다채로운 코미디 연기로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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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의 목소리를 연기한 비욘세 역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 연기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OST의 기여도 측면에서도 일등 공신이다.

2019년 OST의 새로운 노래인 'Spirit'은 날라의 테마곡으로 비욘세의 파워풀한 가창력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날라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캐릭터와도 어우러지는 이 노래는 'Long live the king'(왕이시여, 영원하시옵소서)이라는 뜻의 스와힐리어(동아프리카 언어) 'Uishi kwa muda mrefu mfalme'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클라이맥스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다만 스카의 목소리는 원작에서 활약한 제레미 아이언스가 적역이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이는 치웨텔 에지오포가 연기를 못했다기보다는 원작 목소리의 존재감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또 스카 분량의 명장면이자 메인 테마곡인 'Be prepared'도 축소돼 등장한다.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의견을 반영해 내린 결정으로 알려졌다.

'라이온 킹'은 21세기 최고의 영상 기술로 고전의 감동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원작과의 비교는 불가피하지만 실사 영화만의 매력이 뚜렷한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영상, 연기, 음악 등 기술의 진화를 눈과 귀로 체감하고자 한다면 아이맥스 혹은 MX관 등 특화관에서 즐기기를 추천한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