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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나랏말싸미', 전미선 불멸의 연기로 기억될

최종편집 : 2019-07-17 11: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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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기까지의 지난한 기록을 담은 영화다.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한글 창제의 비하인드를 그렸다.

세종에 대한 이야기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널리 봐왔지만, 한글 창제에 큰 기여를 한 인물로 묘사된 신미 스님이나 보이지 않는 조력자 역할을 한 소헌왕후에 대한 조명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세종 역의 송강호, 신미 스님 역의 박해일, 소헌황후 역의 전미선의 연기 앙상블 또한 훌륭하다. '나랏말싸미'는 '살인의 추억'(2003)으로 호흡을 맞췄던 세 배우가 16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각자 배우들이 치열하게 그날의 연기를 준비해오고 촬영을 마치면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박해일의 말대로 세 배우 모두 제 역할을 최고의 연기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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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미선의 연기는 은은한 매화 향기처럼 이야기와 캐릭터 사이사이에 스며든다. 소헌왕후(1395 ~ 1446)는 세종에게 소리글자에 통달한 신미 스님을 소개해 필생의 과업인 한글 창제의 길을 터주는 것으로 그려진다.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해온 신하들의 반대 속에 남몰래 우리의 언어를 만들고자 한 세종에게 "더 이상 백성들은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아준다. 조철현 감독에 따르면 이 대사는 전미선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감독이 캐릭터 창조와 해석의 벽에 부딪힐 때 연기를 하는 배우가 그 틈을 매워주는 건 조화로운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전미선은 그걸 기꺼이 할 줄 아는 배우였다.

소헌왕후는 "암탉이 울어야 나라도 번성하리라. 새 문자를 열심히 익혀 사가의 여인들에게도 퍼뜨려라"라는 말로 궁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새 문자가 살아남을 길까지 마련한 인물로 묘사됐다.

이렇듯 반듯하기만 한 대사들이 자칫 딱딱하게 다가올 수도 있었다. 게다가 '나랏말싸미'는 재미보다는 의미가 두드러지는 영화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의미를 관객에게 실어 나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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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욕에 휩싸인 남자들의 이전투구가 치열했던 정치판 더욱이 유교의 나라인 조선에서 여성이며, 역적의 딸이었으며, 나라가 막았던 불교를 숭상했던 소헌왕후는 외유내강으로 52년 인생을 살았다. 전미선은 사료가 담아내지 못한 인물의 정신을 되살려내며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고자 노력했다.

영화는 소헌왕후의 죽음을 천도재(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로 기린다. 상처와 아픔, 고난 등을 불심으로 달랬던 고인을 기리기 위한 세종의 선택이었다. 이 장면은 영화 속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고 영화 밖 배우의 마지막과 맞물려 더욱 무겁고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세상을 떠난 전미선 배우를 기리기 위해 관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배우가 담긴 연기를 음미하고 캐릭터를 만들어내기까지의 노고를 헤아려주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배우는 연기로 기억된다. '나랏말싸미'는 전미선의 마지막 작품이 아니라 불멸의 연기가 담긴 영화로 남게 됐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