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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조'(Zoe), 사랑의 다른 이름

최종편집 : 2019-07-28 16:09:12

조회 :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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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커플들의 연애 성공률을 예측해주는 연구소가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조'(레아 세이두)는 함께 일하는 '콜'(이완 맥그리거)을 짝사랑하고 있다. 호기심에 콜과의 연애 성공률을 측정해봤다가 큰 충격에 빠진다.

'0%'.

이 테스트를 맹신해왔던 조는 결과에 대한 반감으로 용기를 낸다. 콜에게 자신의 숨겨뒀던 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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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은 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조는 아름답고 똑똑한 데다 인간과 유사한 감정까지 느낄 줄 안다. 어느 날 콜은 조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고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이 말은 해야만 했다.

"조, 사실 당신은 내가 만든 로봇이야."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인공지능 로봇 만은 아닐 것이다. 캐릭터의 이름을 제목으로 선택한 것은 영화에서 '조'(Zoe)는 사랑의 다른 이름처럼 쓰이고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떠오르는 또 한 편의 영화가 있다. 2014년 개봉한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그녀'(Her)다.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관계의 본질까지 꿰뚫은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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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그녀'가 보여줬던 사유의 넓이와 깊이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흥미로운 설정에 비해 통찰의 깊이가 얕은 편이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영상과 감각적인 음악, 레아 세이두와 이완 맥그리거의 절제된 감정 연기는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기 충분하다.

영화를 연출한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사랑은 절대적인 화두다. 2015년 발표한 영화 '이퀄스'에서는 미래 사회의 감정통제구역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금기된 사랑을 그렸고, 2017년 개봉한 '뉴니스'에서는 데이팅 앱으로 만난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다자 연애에 관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도리머스 감독은 유일하거나 영원한 사랑은 없고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불신하는 시선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고귀함과 숭고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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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멜로 영화 속에서 감정의 암초로 작용하는 건 시스템('이퀄스')이거나 운영체제('조'), 물리적 거리('라이크 크레이지'), 제도('우리가 사랑한 시간')다. 엄청난 설정에 비해 제시하는 결말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역경을 이겨내는 건 결국 진실된 사랑뿐이라고 말한다.

'조'가 선택한 결말도 뻔하고 순진하다. 그러나, 어쩌면, 이 영화가 그려낸 근미래가 도래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공포심이 들었다. 사랑의 알약을 먹어야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메마른 세상 말이다. 그래서일까. 머리로는 동의할 수 없는 이 결말이 가슴으로는 와 닿았다.

관계는 쉽고, 이별은 흔하며, 사랑은 귀한 세상이다. 가짜 인간이 보여주는 진짜 사랑 그리고 그 영속성에 마음이 동했다. 콜을 부르는 조의 목소리가, 조를 부르는 콜의 목소리가 남의 것 같지 않아 귓가에 내내 맴돌았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