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기생충', 中 영화제 상영 취소 왜?…기술 문제vs검열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7.30 07:04 수정 2019.07.30 08:58 조회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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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중국 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갑자기 취소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날 중국 서북부 칭하이(靑海)성의 성도 시닝시에서 열린 시닝퍼스트청년영화제의 폐막식에서 상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최 측은 하루 전에 상영을 취소했다.

그 이유에 대해 주최 측은 "기술적 이유"라고 밝혔지만, "검열 때문 아니겠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사건을 보도한 글로벌타임스도 '기술적 이유'는 중국 관리들이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이라고 전했다. 영화를 기다린 중국 관객들은 SNS를 통해 불만을 드러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은 빈자와 부자의 대비를 통해 사회 양극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중국에서는 이 소재를 불편해한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전쟁 영화 '800'도 지난달 제22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이유' 때문에 일정이 취소됐다. 영화는 1930년대 항일전쟁 때 국민당 군인들의 활약상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영 취소에 이어 자국 내 개봉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4세대의 거장으로 꼽히는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1초'는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었으나 역시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막판에 취소됐다. 이 영화는 1966∼1976년 문화대혁명 시기 혼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알려졌다.

중국의 심의와 검열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유명하다. 천안문 사태를 그린 '여름 궁전', 동성애를 소재로 한 '춘곤증' 등을 만들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로우 예 감독은 과거 중국 당국의 검열을 거치지 않고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영화를 출품했다는 이유로 중국 내 상영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당시 로우 예 감독은 "심의와 검열은 중국 영화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생충'은 중국에서 정식으로 개봉하지 않았지만 다른 경로로 미리 작품을 접한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20일 개봉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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