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SBS스페셜' 김보성, "아들과의 거리 너무 멀다"…시인에 도전한 그의 시는?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19.08.05 00:13 수정 2019.08.05 08:21 조회 675
기사 인쇄하기
스페셜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단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그들이 떠올린 것은?

4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詩리얼 - 1주일, 시인으로 살기'라는 주제로 시인이 되는 것에 도전한 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다양한 이들에게 1주일 시인으로 살기에 도전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도전자들은 내 인생 단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자신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19년 차 목수인 김동혁 씨는 시인으로 살기 위해 생각지도 못했던 한 인물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 김동혁 씨는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어머니와 살았는데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17살 당시 아버지에게 달려갔다"라며 "많이 힘들었다. 일도 사실 많이 가르쳐주지 않았고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싫어 도망쳤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일을 시작한 계기는 아버지였고, 아버지 덕에 이 길을 왔다는 것도 알지만 고마움보다는 원망스러움이 더 많다. 아버지랑 연락을 안 한지는 1년 반 정도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아들이었던 자신이 자신의 아들의 아버지가 되는 사실을 시를 쓰는 내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에 그는 아버지의 마음이 되고 아들의 마음이 되며 잊고 있었던 자신과 마주했다.

사회초년생 김유진 씨. 그는 자신에 대해 "아버지가 재작년에 돌아가셨다. 흔히 말해 자살 유가족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에 앞서 남은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 힘들었다. 그리고 문득문득 외로워지는 순간 "아빠도 참 외로웠겠다"라고 생각했다.

김유진 씨는 "힘들다고 말하는 아빠가 오히려 미웠다. 남들이 나한테 왜 우울하냐고 하면서 이해를 못하는 것처럼 나도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래서 아빠가 외로움이 컸지 않았나 싶다"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보였다.

한양대 국어교육과 정재찬 교수는 사람들이 시를 멀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시를 시 자체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시를 대학에 입학하는데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무한하게 나오는 시에 대해 "이것은 마치 가요에 사랑 노래가 많을까 와 같다. 사랑은 매번 다르고 특수하다"라며 "시인은 분명한 것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모호한 것을 다룬다. 여러분들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은 다 모호한 것들이다. 사랑도 모호하며 미래 또한 모호하다. 실제로 가치 있는 것들은 모호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성준 시인은 시에 대한 정의에 대해 "고맙고 미안함이다. 나한테 시는 그런 것이다. 나는 시를 안 썼으면 결혼도 못했고 학교도 못 다녔고 강의도 안 했을 거다. 고되고 힘든 상황에 견딜 수 없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와이프한테 처음으로 전화번호를 물어봤었다. 그때 아내가 나를 알았다. 어떻게 아냐고 했는데 박성준 시인이잖아요 라고 했다. 그때 생각했다. 사귈 수 있겠구나 하고"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시인은 생활이 안된다. 그래서 시인 중에는 전업 시인은 아예 없다. 불가능하다. 내가 엄청 열심히 일할 때 연봉이 불과 100만 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1주일 후에 시를 써줄 수 있냐는 부탁에 "내가 1주일 만에 시를 쓸 수 있을까? 잘 쓸 수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박성준 시인은 "모든 시는, 글쓰기는 현재를 쓸 수는 없다. 모든 글쓰기에는 과거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과거가 가능하면 나한테 많이 맺혔던 것이다. 계속 거기에 있어야 한다. 누구나 과거의 맺힘들이 다 있을 것이다. 말하지 않고 위장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라며 "시를 쓰는 이유는 살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어려운 일이 있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나를 대면하던 그 순간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시는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근육이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대학교 CC로 만나 연애한 지 278일째라는 정세림 씨. 그는 시를 쓰기 위해 사랑하는 남자 친구를 떠올렸다. 그리고 결국 그는 생애 처음 느낀 사랑에 대해 시를 쓸 것을 결정했다.

이에 세림 씨는 사랑의 감정을 떠올리며 남자 친구와의 과거부터 미래를 그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액션 배우 김보성도 한 편의 시를 부탁받았다. 그는 "아들이 사춘기를 지나서 고2, 고3이 되었다"라며 "아들들의 아기 때의 그리움이 있다. 아직도 난 옛날처럼 뽀뽀를 하고 사랑하고 싶은데 이제는 나보다 훨씬 커져버려 그럴 수 없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아들에 대한 시를 쓰고 싶다고 망설이 없이 말했다.

그는 시를 쓰기에 앞서 아들들의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다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아들을 떠올리면 사랑이 우선 떠오른다. 그리고 아들과 같이 살고 있지만 그리움이 떠오른다. 지금의 관계는 소원해지면서 관계가 단절이 되고 그 거리가 나는 참 멀고 힘들다"라며 "최근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고 고민도 있지만 지금 내 첫 번째 고민은 아들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 대한 시를 쓰기 위해 "자식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냐"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얻었다. 그의 절친 이상민은 "저는 사실 아버지가 다섯 살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 아버지의 기억이 없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 하면 아버지를 기억하고 싶다. 너의 하루하루를 다 기억할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1주일 뒤 김보성은 아들에 대한 시를 완성했다. 그는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들을 보며 지난날의 아가였던 아들을 떠올렸다. 그는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서툴렀고 실수가 많았단다. 미안해 아가야"라며 "이빨 빠진 사자의 소원은 우리 새끼 사자들이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가르며 초원을 달리고 구름을 나르는 최고의 멋진 라이언의 포효를 바랄 뿐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아들"이라고 글을 마쳤다.

시인으로 1주일 살기에 도전한 이들은 "쉽지는 않았지만 즐거운 경험이었고, 덕분에 1주일이 행복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상은 그들을 시 속에 살게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아쉽지만 아침이 되면 모두 일터로 돌아가고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

그러다 어느 순간 시를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시는 우리에게 말을 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거나 어지럽고 복잡한 마음을 비워내고 싶을 때 그럴 때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한번 마음을 들여다볼까 생각하는 순간 시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시인이 되는 것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