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배우 임윤아'의 성공시대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8.12 12:58 수정 2019.08.12 16:48 조회 2,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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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따지고 보면 '소녀시대 윤아'보다 '연기자 임윤아'가 먼저였다. 연기 데뷔작인 드라마 '9회말 2아웃'이 방송된 게 2007년 7월 14일, 소녀시대 데뷔일은 같은 해 8월 5일이다.

윤아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을 하면서 가수 트레이닝과 연기 수업을 함께 받았다. 가수 데뷔와 연기자 데뷔가 거의 동시기에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에서 성공하고 인정받는 속도는 조금 달랐다.

'소녀시대 윤아'는 사랑해도 '배우 임윤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 아이돌의 연기 데뷔를 곱게 보지 않던 시절에 연기를 시작한 만큼 대중의 냉정한 평가에는 선입견도 상당 부분 포함돼있었다.

실제로 연기는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니었다. 크든 작든 연기력 논란에도 휩싸였고, 댓글에는 "아이돌 가수를 드라마에서 보고 싶지 않다"는 악플도 달렸다. 그러나 윤아는 묵묵히 가수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해 오며 점진적인 성장을 이뤄나갔다.

영화 '엑시트'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배우 임윤아'의 성장을 인정할 것이다. 극과 캐릭터에 녹아들며 '윤아'가 아닌 '의주'로 고군분투했던 103분이라는 시간을.

엑시트

◆ "재난 영화 속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에 끌렸다"

"'재난 영화는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엑시트'의 시나리오는 현실적인 면이 많으면서도 코믹함이 돋보였어요. 제가 해보지 못한 장르인 데다가 몸을 쓰는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어서 해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의주'라는 캐릭터가 능동적이고 책임감, 배려심 등이 남다른 캐릭터라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영화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 탈출 액션 영화. 윤아는 웨딩홀에서 일하다가 도시를 위협하는 재난에 맞닥뜨리고 손님을 탈출시키는 강인한 캐릭터 '의주'로 분했다.

엑시트

건물 위를 달리고, 구르고, 오르는 등 몸을 쓰는 장면이 유독 많은 영화였다. 대학 시절 '암벽 등반' 동아리에서 만난 용남과 의주는 재난 상황에서 건물 외벽을 오르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며 시시각각 위로 올라오는 유독가스를 피한다. 윤아는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보통의 재난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남성의 구조를 받는 연약한 이미지로 묘사되거나, 위기의 상황을 초래해 주인공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맡기 일쑤였다.

윤아가 연기하는 '의주'는 씩씩하다. 어머니의 칠순잔치에 왔다가 재난 상황을 맞는 용남과 달리 웨딩홀 부점장으로 재난 상황에 직면한 만큼 시종일관 책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억지스럽지 않고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가 시나리오 상에 구축돼 있었고, 윤아는 활자로 표현된 인물을 연기로 잘 형상화했다.

윤아

◆ 예쁜 윤아가 아닌 씩씩한 의주로

영화에서 윤아는 단 한 벌의 옷만 입고 등장한다. 웨딩홀 유니폼이다. 옷이 해지고 머리가 헝클어질 때까지 구르고 달린다. 앞이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오열하기도 한다. 예쁜 외모보다 캐릭터가 돋보이도록 연기하는 것, 배우의 기본 자세에 충실한 구현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 윤아가 더욱 예뻐 보인다.

"일단 예쁘다는 말, 기분이 너무 좋네요.(웃음) 너무나도 긴박하고, 짠한 상황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감정에 최선을 다한 것뿐이에요. '이 상황을 보시는 분들이 공감을 하실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온 힘을 다해서 울면 그런 표정이 되나 봐요. 예쁜 모습만 보길 원하는 분들이라면 "좀 더 예뻤으면 하겠다" 하겠지만 연기니까... 의주로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웃기면서 슬프기도 한 오열 장면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감정선을 많이 잡아주셨어요. 상황에 맞는 마음이 잘 드러나게끔요. 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안 썼어요. 그 부분에서 많이 웃어주고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서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라고 웃어 보였다.

가장 힘들었던 건 액션 장면이다. 합을 맞추는 근사한 액션이 아닌 뛰고 구르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 많았다고 했다.

"매일 뛰거나 오르는 장면을 찍었기 때문에 근육이 뭉치기도 했고 어떤 날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걷기도 힘들 때가 많았어요. 현장에 안전을 챙겨주시는 분들도 있고, 스태프도 늘 배려해주셨지만 한계를 느낀 날도 있었죠. 마음으로는 한번 더 촬영하고 싶은데 몸은 더 뛸 수 없는 상황도 꽤 있었고요. 어느 날은 몸이 따라주지 않는 제 자신에게 속상해 주저앉아 울기도 했어요."

윤아는 호흡을 맞춘 조정석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영화에서 용남과 의주가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나가잖아요. 현장에서도 서로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많았어요. 서로가 잘 보이는 게 중요하니까. 용남이가 있었기에 의주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거죠. 조정석 선배는 촬영 이외에도 현장에서 워낙 잘 챙겨주시고 배려해 주셨어요. 실제로도 유머러스하셔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현장이었어요."

윤아

◆ "기회, 생각지도 않은 타이밍에 오더라."

'엑시트'의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영화의 첫 대본 리딩 때 윤아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대 이상으로 발음이 좋았고, 연기가 안정적이었다는 평가였다.

"그런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었는데 너무 감사하네요. 연습생 때부터 연기 수업도 꾸준히 받았고, 연습을 계속 해왔던 게 쌓여있나 싶기도 하네요. 지금은 연기 수업을 따로 받지는 않아요. 혼자서 연습하고, 감독, 선배 연기자들과 소통하면서 공부를 해나가는 편이에요. 이번 영화에는 고두심, 박인환 선배들과도 호흡을 맞췄는데 워낙 대선배시다 보니 긴장도 많이 됐어요. 그런데 촬영 첫날부터 먼저 현장을 밝게 이끄시고, 저희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요."

윤아는 연기를 시작한 지 12년 만에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것도 올여름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진 텐트폴 영화 중 유일한 여주인공으로 말이다.

"언제 제가 뭘 하게 될지는 몰라요. 기회라는 건 생각지도 않은 타이밍에 오더라고요. 소녀시대 데뷔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연기 데뷔는 예상하지 못했고, 두 일을 병행하게 될지는 몰랐어요. 제가 걸어온 길이 모두 다 계획하고 이뤄진 것은 아니에요. 저는 목표를 세워두기보다는 당장 나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해 나가자는 주의예요.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차곡차곡 쌓여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거죠."

윤아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는 "제가 어떤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지를 먼저 생각하고요. 어떤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을 지도 생각해요.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잘되면 좋은 거고, 성적이 아쉽다고 해도 저에게는 또 하나의 경험이 쌓이는 거니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소녀시대 윤아와 배우 임윤아를 오가는 이 사람에게 양쪽의 정체성은 어떻게 확립돼있을까.

"둘 다 저이긴 하지만 윤아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더 익숙하고 저 역시 그랬어요. 임윤아라고 하면 저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가수든 배우든, 활동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은데 이제는 임윤아라는 이름을 보면 저도 좀 더 새롭게 느껴지기도 해요. 진짜 저를 불러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엑시트'는 개봉 11일 만에 전국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여름 극장가를 지배하고 있다. 이 영화의 성공에는 임윤아의 지분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 배우는 상업적 성취보다는 관객의 평가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잘 어우러졌다', '배우들 간에 호흡이 좋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좋아요. 워낙에 잘하시는 분들이니까. 그 사이에서 저도 제 역할을 잘했다는 그 평가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하죠."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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