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그것이 알고싶다' 사라진 시신 '해남 암매장 살인사건'…암수살인의 진범은 따로 있다?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19.08.18 00:57 조회 5,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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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해남 암매장 살인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해남 암매장 살인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 2011년 1월 한 여성은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뜻밖의 고백을 듣게 되었다. 그의 지인은 과거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이 여성은 경찰에 이와 같은 사실을 제보했다.

경찰은 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세 명의 피의자를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2004년 한 남성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이들은 당시 부동산 대출 사기단으로 함께 활동하던 이들이었다. 리더인 임 사장과 그의 내연남 박사장, 그리고 이들의 수행비서인 한 과장이 피의자였다. 이들은 2004년 동업자 김 씨가 자신들에게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행패를 부렸고 이를 참지 못한 이들이 그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먹인 후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것. 또한 피해자의 사체를 전남 해남군의 야산에 암매장했고, 특히 시신이 신원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피해자의 열 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절단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염산까지 뿌렸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 3개월 동안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펼쳤다. 그러나 끝내 시신을 발견하지 못해 직접적인 증거 없이 피의자들의 진술에만 매달린 채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박사장과 한 과장은 살인 사건에 가담한 것은 맞지만 피해자 김 씨의 목을 조른 것은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라며 엇갈린 진술을 내놓았다.

그러던 중 검찰 측은 직접적인 증거의 부재로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불구속 상태로 진행할 것을 명령했고, 경찰 출석하기로 한 날 한 과장은 그대로 도주했다. 이에 박사장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이 사건은 아직도 사체를 찾지 못한 채 8년째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또한 당시 도주했던 피의자 한 과장은 현재에도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당시 박사장은 "손목 인대가 다쳐 손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의 지인들은 "사람 죽이고 그럴 친구가 아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 친구가 그렇게까지 악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그런데 내연녀 때문에 살인을 했다는 그런 말이 돌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진술서에도 임 사장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났던 박사장. 이에 임 사장은 "박사장이 당시 나에게 매우 집착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 것으로 보아 박사장이 나 때문에 피해자를 죽인 것 같다"라고 진술해 박사장의 범행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임 씨에 대한 감정이입이 충분히 된 상황으로 임 씨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큼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다. 김 씨 살인에 대해 계획적이었을 거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엇갈린 박사장과 한 과장의 진술에 대해 각각 이해하기 힘들거나 혹은 진실로 믿을만한 진술이 엇갈려 누구 한 명의 진술이 진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박사장과 엇갈린 진술을 한 한 과장. 특히 그는 직접적인 금전적인 관계가 없었던 김 씨를 죽일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이에 한 과장 지인들은 "한 과장이 임 사장이 고마운 사람이라고 늘 말했다. 자기가 죽을 때 임 사장이 내 목에 물을 넣어준 사람이다. 죽어갈 때 산소호흡기를 대어준 사람이다 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임 사장은 한 과장이 금전적으로 힘들던 당시 선뜻 돈을 빌려주며 도움을 주었다는 것.

이에 제작진을 만난 세 사람의 지인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그는 "모든 것은 임 사장 머리에서 나온 것일 거다. 사람을 안 죽였을 뿐이지 모든 사건의 배후는 임 사장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의자의 지인은 "임 사장은 거의 장영 자급이었다. 달변가로 조금만 이야기를 해봐도 휘말릴 거다. 보스 기질이 있다"라고 임 사장에 대해 말했다.

사건 당시 부동산 대출 사기단의 리더이자 박사장의 내연녀, 그리고 한 과장의 충성심을 한 몸에 받던 임 사장은 실제로 사건의 배후였을까? 제작진은 진실을 알기 위해 임 사장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그녀의 가족을 찾았다. 임 사장이 처제라고 밝힌 한 남자는 "제일 큰 언니는 6억 5천 당했다. 그 정도로 가족들한테도 다 사기를 쳤다. 장인, 장모가 돌아가셨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여기저기 돈을 꿔서 부동산 사기를 했더라"라고 말했다. 사실 임 사장에게 사기를 당한 이들은 가족뿐만 아니었다. 임 사장은 수많은 지인들과 피해자들에게 사기를 친 사기 전과 12 범이었다.

또한 제작진은 취재를 이어가던 중 임 사장의 또 다른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그는 "2004년 봄 임 사장의 부탁으로 염산 18리터 두 개를 구해줬다. 그리고 그 염산을 한 과장 차에 실어줬다. 청소에 염산을 쓴다고 했는데 살인 사건에 염산이 쓰였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시신 훼손에 쓰인 염산은 임 사장이 직접 구했던 것. 당시 박사장과 한 과장도 임 사장의 시신 훼손 제안에 따라 염산을 뿌려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박사장이 김 씨에게 먹인 수면제는 임 사장의 책상 위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에 임 사장은 "당시 어머니가 불면증 약을 먹었다. 나도 불면증으로 괴로웠는데 엄마가 직접 약을 가져다줬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취재를 통해 사건 당시에는 이미 임 사장의 엄마가 사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직접 약을 전달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전문가는 "약물은 남자가 안 쓴다. 덩치가 큰 남자들은 범행을 저지를 때 수면제보다 커다란 흉기를 생각한다. 수면제가 사용됐다는 건 왜소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상상의 범주에서 범죄 시나리오가 있다는 거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박사장에게 임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접견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는 제작진의 요청을 선뜻 수락했다.

현재 구속된 박사장은 제작진에게 "경찰 조사 당시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임 사장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임 사장의 어머니가 사무실에 온 적은 전혀 없었으며 피해자에게 약을 먹인 이유에 대해서는 "임 사장이 안정제가 책상에 있으니 그거라도 먹여서 진정시키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임 사장은 피해자의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김 씨의 사망 사실도 며칠 후에 알았다며 자신과 무관한 사건처럼 진술했던 것. 이에 전문가는 "사실 그렇게까지 속일 일은 없다. 사건에 대해 얽혀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피의자의 지인들은 천만 원 때문에 김 씨를 죽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들은 부동산 사기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는 것. 이에 지인들은 "돈을 주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 피해자가 죽어서 가장 이득인 사람은 임 사장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담당 형사도 "임 사장이 머리가 좋다. 모든 것을 주도하고 박사장과 한 과장은 임 사장이 시키는 일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두 남자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서 얻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피해자의 사망으로 얻을 것이 가장 큰 것은 임 사장이다. 두 남자는 행동대원이고 이들의 배후에는 임 사장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사장은 살인사건과 관련해서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던 것. 이에 전문가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시신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이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두 남자가 임 사장의 범행 가담에 대해 진술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처벌이 힘들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에 최근 만난 박사장은 "임 사장과 범행 이전에 사건을 공모한 적이 없다"라며 "임 사장과 한 과장이 당시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했다. 두 사람이 어딘가 좀 이상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작진의 취재 결과 한 과장은 범행 이후 박사장과는 인연을 끊었지만 임 사장과는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숨어 다니겠다며 떠난 한 과장. 이에 한 과장 가족은 "수배 당시 지방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찾아왔다. 베트남에 인형 공장 하러 간다면서 못 올지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당시 형사는 "당시 밀항은 어려웠을 거다. 또한 객사를 했다면 수배자 명단에 있기 때문에 찾았을 거다"라며 행방이 묘연한 한 과장에 대한 의문을 더욱 높였다.

또한 박사장은 "임 사장과 헤어지고 해남에 있을 때 연락이 왔다. 자기가 성대, 성형 수술을 해서 전화 대신 문자를 보낸다고 했다"라며 "당시 다시 연락이 온 이유는 내게 돈을 뜯어내려는 목적이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제작진은 임 사장을 다시 수소문했다. 그리고 현재 임 사장은 사기행각을 벌이다 구속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8년째 돌아오지 않는 시신. 이에 전문가들은 "피의자들이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매장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방송 말미 피해자 김 씨의 부모들은 "잊으려고 애를 쓰는데 시신을 못 찾았으니까 잊을 수가 없다. 시신을 찾았다면 우리가 기다리지 않을 거다"라며 "나는 아직도 죽었다는 생각을 안 한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믿는다. 아들이 돌아올지 몰라서 우리는 문도 잠그지 못하고 계속 기다리고 있다"라고 애끓는 마음을 드러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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