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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타짜:원 아이드 잭'만의 매력은 ○○○

최종편집 : 2019-09-06 17:19:45

조회 :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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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의 경쟁 상대는 동시기 개봉하는 영화들이 아니다. 앞서 선보인 시리즈의 전편들이다. 지금도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1편 '타짜'(감독 최동훈, 568만 명 동원)와 만화적 상상력을 시각화해 흥행에 성공한 2편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 401만 명 동원)은 비교될 수밖에 없는 높은 벽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야기인 '타짜:원 아이드 잭'은 허영만 화백의 동명 시리즈 중 가장 방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의 주요 캐릭터와 이야기의 얼개만 가져왔을 뿐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 됐다. 시리즈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입히겠다는 감독의 야심이 돋보인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주진모)의 아들이자 고시생인 일출(박정민)은 공부에는 흥미가 없지만 포커판에서는 날고 기는 실력자다. 포커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마돈나(최유화)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 일출은 그녀의 곁을 지키는 이상무(윤제문)에 속아 포커의 쓴 맛을 제대로 배운다. 돈도 잃고 자존심까지 무너진 도일출 앞에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나타난다.

애꾸는 거액이 걸린 판을 설계하고 전국에서 타짜들을 불러 모은다. 일출을 시작으로 셔플의 제왕 까치(이광수), 남다른 연기력의 영미(임지연), 숨은 고수 권원장(권해효)가 그 멤버다. 이른바 '원 아이드 잭'으로 불리는 이들은 인생을 바꿀 거대한 판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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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생 도일출에 담긴 '청춘의 자화상'

'타짜' 시리즈는 20세기에 발표된 만화다. 21세기에 만들어진 영화는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타짜:원 아이드 잭'은 시리즈 중 가장 동시대에 근접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일출이 짝귀의 아들이라는 설정만 가져왔을 뿐 캐릭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영화에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으로 바뀌었다.

공시생으로 빼곡히 들어찬 공무원 시험 학원의 풍경은 흡사 콩나물시루 같다. 도일출은 수업 내내 잠에 취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도박판 앞에서는 총기가 가득하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덕분인지 화려한 기술에 대담한 배포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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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계급론은 청춘들에게 많은 좌절감을 안겼다. 일출에게 도박(카드)은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일확천금의 꿈을 실현해주는 기회의 통로다.

"금수저나 흙수저나 카드 7장 들고 치는 건 마찬가지잖아. 똑같이 카드 7장 들고 하는 도박이 훨씬 더 해볼 만한 거 아니야?"라는 일출의 대사에 담긴 의미는 불공평한 사회에 대한 도발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영화는 이 대사의 의미를 되묻는 엔딩을 품고 있다

'타짜:원 아이드 잭'은 도박 세계의 화려함을 전시하거나 미화하는 영화가 아니다. 한 평생에 걸쳐 겪을 희로애락과 흥망성쇠가 단 한 판에 펼쳐지는 도박판을 통해 욕망의 허상을 비판하는 영화에 가깝다. 결국 이 영화는 실패와 좌절,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는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시리즈 중 가장 젊고 뜨거운 성장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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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짜들의 팀 플레이…믿고 보는 박정민X존재감의 류승범X물 만난 이광수

'타짜: 원 아이드 잭'의 매력은 팀 플레이에 있다.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케이퍼 무비(범죄 영화의 하위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에 최적화된 설정이다.

팀플레이를 완성하는 건 개성 강한 타짜들이다. 제작 초반만 해도 캐스팅의 면면이 전 시리즈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 만난 배우들의 합이 신선하고, 각각의 개성도 돋보여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일출'로 분한 박정민은 영화를 끌고 가는 주인공으로서 뛰어난 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준다.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등의 작품에서 도장깨기 하듯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준 역량은 이번 영화에서도 돋보인다. 동시대 청춘이 가진 욕망과 불안함, 허영 등의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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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역의 류승범은 사실상 이번 영화의 타이틀롤 역할을 한다. 배우의 실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자유로운 영혼', '돌아온 방랑자' 느낌을 부여했다. 류승범은 연기의 인장이 뚜렷한 배우고,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류승범화' 시키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4년 만의 상업 영화 복귀지만 자신의 개성을 영화와 캐릭터에 아로새기며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조까치' 역의 이광수는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한다. 예능 이미지가 강해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연기를 잘 하는 배우다. 비극보다 어려운 게 희극 연기다. 이광수는 이 시나리오의 말맛을 가장 리듬감 있게 살려내며 능수능란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다.

임지연은 재발견에 가깝다. 과거 몇몇 영화에서 아쉬운 연기를 보여줬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도박판의 탁월한 연기자인 '영미'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해냈다.

원작에도 등장한 마돈나(최유화), 물영감(우현), 마귀(윤제문) 캐릭터는 영화에서 새롭게 거듭났다.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도박판에서 이들 셋은 '원 아이드 잭'팀과 대척점에 놓인 캐릭터로 기능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특히 '물영감' 역을 맡은 우현의 능글 맞은 연기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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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타짜1'을 넘어야 해?…계승과 변주가 포인트

'타짜'는 전설이다. 시리즈 영화가 발을 잘 붙이지 못하는 충무로에서 '타짜'는 매 작품 흥행에 성공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너무 잘난 형을 둔 탓에 동생들은 태어날 때부터 비교를 당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세 번째 이야기인 '타짜:원 아이드 잭'은 '독이 든 성배'로 여겨져 충무로 많은 감독의 손을 거쳐갔다.

이미 많은 이들이 거절한 제안을 용기 있게 수락한 권오광 감독은 이 영화의 목표를 '타짜1'을 능가하는 것이 아닌 시리즈의 계승과 자신만의 색깔을 투영한 원작의 변주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 용기라는 것은 다수가 거절한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안전한 방법을 택하지 않고 자신만의 콘텐츠와 아이디어로 채운 도전이 핵심이다. 구전으로 전해오는 명작의 답습이 아닌 원작을 읽지 않은 동시대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창조했다. 또한 캐스팅도 대중적 인지도보다는 연기력과 매력에 중점을 둔 모험에 가까운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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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원 아이드 잭'은 1,2편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전작들의 인상적인 대사를 차용하거나 변형해 쓰기도 했고, 몇몇 장면은 연출적 특성을 따왔다. "내게 '타짜'의 원작자는 최동훈 감독이다"라는 감독의 말에서 전작을 능가하겠다는 욕심이 아닌 존경과 계승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사회상을 작품에 녹여낸 감독만의 색깔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권 감독은 대학 시절 게임장 환전소에서 아르바이트 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이프'(감독 문병곤)를 집필해 칸영화제 단편 황금종려상을 받는데 기여했고, 르네 마그리트의 명화 '콜렉티브 인벤션'(Collective Invention:집단 발명)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돌연변이'로 데뷔해 주목 받았다.

두 번째 장편영화인 '타짜:원 아이드 잭'은 클래식한 작법과 연출로 원작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사회 풍자적인 위트로 재기를 더했다. 일출의 선택과 결과를 보여주는 엔딩과 보너스로 등장하는 특급 까메오의 등장에도 남다른 센스가 돋보인다.

이 영화는 시리즈의 연장선상이 아닌 독립적인 작품으로 본다면 훨씬 좋은 평을 받을 수 있는 영화다. "전편 보다 재밌어?"라고 묻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전편과 다른 재미야"라고.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