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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언더독의 반란"…'변신' 성공의 4가지 의미

최종편집 : 2019-09-10 16:36:35

조회 :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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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언더독(Underdog: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의 반란이다.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이 관객 수 175만 명을 돌파하며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로써 올여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세 번째(, '봉오동 전투', '변신' 순)로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가 됐다. 투자 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900만 관객을 동원한 '엑시트'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 결과였다. 100억 대의 경쟁작들과 비교해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데다 티켓 파워를 예측하기 어려운 배우들을 기용했기 때문이다. 언더독의 반란이라 더욱 값진 '변신' 흥행의 의미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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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공포 영화 체면 살렸다

"여름엔 공포"라는 흥행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컨저링', '그것' 등 할리우드산 공포 영화도 모두 가을께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장르 특성상 공포물은 더울 때 봐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름 시장은 국내 투자배급사의 텐트폴(성수기용 대작 영화) 격전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변신'은 오랜만에 흥행에 성공한 국산 공포 영화다. 지난해 봄과 여름에 개봉해 좋은 성적을 낸 '곤지암'(267만 명), '목격자'(252만 명) 이후 약 1년 만이다.

공포 영화는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투자 대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효자 장르였다. 하지만 아이디어로 무장한 할리우드 공포물이 국내 관객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국산 공포는 설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국산 공포 영화가 부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변신'은 '숨바꼭질', '목격자'처럼 집을 배경으로 한 현실 공포로 관객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대부분의 공포 영화에서 악당은 외부 침입자로 설정되지만 이 영화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 어느 순간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설정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여기에 최근 공포, 스릴러 장르와 만나 좋은 효과를 거둔 오컬트 요소를 가미해 트렌디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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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파' 배성우, 주연 배우로 우뚝

'변신'은 연기파 배우 배성우의 첫 주연작이다. 연극판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은 배성우는 2010년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오피스', '특종:량첸살인기', '내부자들', '더 킹', '꾼', '안시성' 등에 출연하며 상업영화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배성우가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주연급 배우로서 관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변신'은 그 첫 번째 시도였고, 흥행 성공으로 그 신뢰를 확인했다. 더불어 하반기와 내년 개봉 예정인 또 다른 주연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출장수사'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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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영화의 만듦새 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구마 사제 가족의 집에 악마가 침투한다"는 발상은 흥미롭지만 중, 후반부 개연성 부족을 드러내며 용두사미에 가까운 결과물을 냈다.

시나리오와 연출의 아쉬움을 보강한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첫 주연으로 나선 배성우는 극의 중심 역할을 하며 집중력과 긴장감을 높였다. 연기력 뿐만 아니라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는 극 장악력을 보여주며 주연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여기에 성동일, 장영남, 김혜준의 1인 2역 연기 역시 하우스 호러에 걸맞은 현실적 공포감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스타 캐스팅이 흥행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건 올여름 시장에 개봉한 '나랏말싸미', '사자'의 실패로도 확인됐다. 관객이 최우선으로 쫓는 건 배우의 네임밸류가 아닌 영화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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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 사이즈 영화의 반가운 흥행

충무로에 표준계약서가 도입되면서 상업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30% 이상 증가했다. 50억 미만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변신'의 제작비는 45억 원이며, 손익분기점은 165만 명이다. 영화는 개봉 18일 만에 본전을 찾았다. 중간 사이즈 영화의 기획과 제작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알뜰하게 영화를 만들었고, 흥행 문턱도 가볍게 넘었다.

개봉 시기도 좋았다. 국내 4대 투자배급사의 텐트폴 전쟁이 한풀 꺾인 8월 넷째 주에 개봉해 과열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 앞서 개봉한 한국 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품고 있던 관객들을 흡수하며 여름 흥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개봉 4주 차에 접어든 현재 누적 관객 수는 177만 명. 오는 11일 추석 시즌을 겨냥한 신작들이 개봉하면 스크린 수가 대폭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총 관객 수는 2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알짜 흥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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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생 투배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출발이 좋다

'변신'은 신생 투자배급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의 첫 번째 메인투자 영화다. 첫 투자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셈이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는 정현주 쇼박스 전 투자제작본부장이 화장품 브랜드 AHC를 1조 원에 매각한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다.

정현주 대표는 쇼박스 시절부터 탁월한 안목과 추진력으로 흥행작 탄생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메리크리스마스, 셀트리온 등 동 시기 여러 신생 투자배급사가 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업계에서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를 가장 주목했던 건 정현주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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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는 신생 회사 중 가장 많은 라인업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제작 규모는 중형이다. 흥행 부담을 줄이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만 4편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으로 한국형 스크루볼 코미디를 만들어낸 손재곤 감독의 신작 '해치지 않아', 베스트셀러 작가 손원평의 감독 데뷔작 '도터', '불한당'의 각본가로 이름을 알린 김민수의 감독 데뷔작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클로즈 투 유'(가제) 등이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다.

'변신'으로 흥행 물꼬를 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