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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김고은X정해인X정지우의 '멜로의 의미'

최종편집 : 2019-09-24 09:58:33

조회 :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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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은 영화 '은교'(2012)로 인연을 맺은 후 감독과 배우 관계를 넘어 서로의 활동에 지표를 제시해주는 멘토와 멘티 같은 사이로 지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작품으로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고은아, 시나리오 하나 읽어봐 줄래?"

김고은은 여느 때처럼 모니터링 차원의 부탁인 줄 알고 시나리오를 읽어나갔다. 이후 정지우 감독은 티타임을 제안했다.

"내가 이 시나리오를 연출하려고 해. 여주인공 역할을 고은이가 하면 어떨 거 같아? 나는 너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영화에 담아내고 싶고, 잘 담아낼 수 있을 거 같아."

김고은은 정지우 감독을 언제나처럼 신뢰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바로 "좋아요"가 나올 정도로. 단, 시나리오에 대한 많은 논의를 이어갔다. 관객의 입장에서 공감이 가지 않거나 설득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지점들을 이야기했고, 정지우 감독은 수용하며 각색을 해나갔다.

"오랜만에 나오는 멜로겠네요."

김고은이 정지우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수락하며 했던 말이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이 '은교' 이후 7년 만에 의기투합한 멜로 영화였다. 여기에 정해인이 가세했다. 드라마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으로 안방극장에 멜로의 부활을 알린, 남다른 감성 연기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감독의 의도대로 김고은, 정해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담긴 영화기도 하다. 124만 명. '유열의 음악앨범'을 재생한 관객 수다. 손익분기점(180만 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충무로에 핑크빛 단비를 뿌렸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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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고은의 멜로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는 정지우 감독의 말은 '아날로그 시대의 사랑'이라는 이 영화의 특징을 요약하는 것이었다.

현우(정해인)와 미수(김고은)가 10여 년에 걸쳐 만남과 이별을 반복할 때 누군가는 가슴을 치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1990년생인 김고은은 1994년의 미수를 연기하며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으니 두 사람의 엇갈린 만남과 이별이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제가 중3 때 처음 핸드폰이 생겼어요. 그 전에는 친구들 만날 때 집 전화로 연락해서 "누구 있어요?", "어디서 만나자"라고 약속을 잡곤 했어요. 그래도 그때는 답답하다 느끼지 않았어요. 나름대로 느림의 미학이라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김고은은 '유열의 음악앨범'에 많은 의견을 냈다. 각색 전 시나리오는 미수가 종우(박해준)에게 가는 내용이었다고. 김고은은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는 제가 연기하게 될지 모른 채 읽었어요. 그래서 인물에 몰입하기보다는 관객의 입장으로 봤던 것 같아요. 감독님에게 한 첫 말이 "이 여자애 이상한 거 같아요. 왜 이런 선택을 해요? 설득력이 없어요"였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시간을 좀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버전의 시나리오가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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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필름봉옥의 김명진 대표에 따르면 '유열의 음악앨범' 촬영장에서 김고은은 '배려의 아이콘'이었다. 배우 스스로가 고민할 지점을 열어두는 정지우 감독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처음 호흡을 맞추는 정해인과 감독이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감독님과 두 번째 하는 작품이다 보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감독님의 작품을 처음 하는 배우라면 시간의 할애가 필요하고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은교'때 저에게 그런 시간이 주어졌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해인 씨가 그런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어요."

드라마 '도깨비'에서 스치듯 지나갔던 김고은과 정해인은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된 멜로 연기를 펼쳤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영화의 8할을 차지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배려를 깔고 있었기에 호흡이 잘 맞았어요. 촬영을 하다가 보면 어려운 순간도 많이 생기고 연기적으로 어려운 장면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으면서 연기할 수 있었기에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고은에게 '멜로'의 의미를 물었다. 그녀는 "인생에서 사랑이라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고 생각해요. 비단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랑의 종류와 형태가 있어요.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고 슬프게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를 주는 영역인데 멜로 영화는 많지 않아요.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을 거고, 저는 그 표현을 연기로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좀 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나왔으면 해요"라고 차근차근 말했다.

서른을 앞둔 소회도 궁금했다. 김고은은 "연기의 폭을 줄이는 시기라고 생각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20대 때는 많이 깨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게 남들보다 빨리 주연의 롤을 맡았기 때문에 부족한 게 드러나더라도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30대가 됐을 때는 관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나름대로 치열하게 도전하고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아쉬운 점은 많지만 그 도전이 후회되지는 않아요. 물론 30대가 됐다고 해서 제게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과정들이 쌓여서 성장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라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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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인의 멜로

정해인도 '유열의 음악앨범'이 인스턴트 사랑이 아닌 곰국 같은 진득한 사랑을 다룬 영화라 좋았다고 했다.

"밀당 없는 멜로잖아요. 물론 요즘 시대에서 보기엔 답답함이 있지만 그만큼 애틋함이 큰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타인을 사랑을 할 때는 나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우리 영화에도 나오죠.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영화에도 중요하게 나와요. 현우와 미수는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아요. 긴 시간에 걸쳐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가 비밀번호를 푸는 순간 드디어 연결고리가 생겨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최고급 세단을 타고 가는 미수를 뛰어서 쫓아가는 현우의 롱테이크 신이다. 카메라는 정해인의 말간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벅차오르는 감정선까지 잡아냈다.

"5~6분간의 롱테이크 신이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오르막길을 달릴 때는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고 내리막길을 뛸 때는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을 거 같았죠. 육체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힘들었던 신 같아요. 그렇지만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해요. 현우의 마음과 미수의 마음이 너무 생생하게 읽히는 장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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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영화이기도 하면서 청춘 영화다. 현우와 미수로 대변되는 청춘의 불안함과 성장도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다. 정지우 감독은 "소위 말하는 불가역이라는 게 인생에서 있지 않나. 현우만 봐도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이 꼬리처럼 따라붙은 채로 산다. 그런 현우의 고통도 잘 그려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정해인 감독의 의도를 풍성한 감정 연기로 시각화했다.

"저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영화라고 생각해요. 우울한 청춘도 담겨있고, 아름다운 청춘도 담겨있으며, 열정이 넘치는 청춘의 모습도 담겨있어요.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정해인은 순수함과 열정 그 너머의 연민까지 현우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지만,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밥 잘 사 주는 누나' 촬영을 마친 후 바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봄밤', 영화 '시동'과 동시에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봄밤'은 계획에 없었는데 극본을 읽고 너무 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정지우 감독님이 이해해주셔서 모든 작품을 다 할 수 있었어요. '봄밤'과 '시동'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제가 힘든 내색이나 티가 나도 감독님은 다 이해해주셨어요. 사계절 중에서 봄이 가장 짧잖아요. '봄밤'도 스치듯 지나간 듯해서 좀 슬프기도 해요. 그만큼 애착이 있는 작품이에요."

겸손을 담은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기자의 눈으로 보기에 드라마 '봄밤'과 영화 '유열이 음악앨범'은 정해인의 성장을 보여준 결과물이었다. 감정 연기에는 절제의 미학이 보였고, 표현은 한층 풍성해져 있었다. 정해인은 이 같은 칭찬을 파트너 한지민과 김고은의 공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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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의 역할이 단순히 자기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주변을 돌보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두 배우 때문에 알게 됐어요. 특히 이번 영화를 하면서 고은 씨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고은 씨는 상대 배우의 말을 잘 들어줘요. 다들 자기걸 뽐내기 바쁜 현장인데 제가 연기를 하고 있으면 경청하는 게 느껴질 정도로 귀 기울여줬어요."

정해인은 2014년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한 이래 5년 간 쉼 없이 달렸다.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부단히 노력하며 크고 작은 성취를 이뤄왔다.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어요. 그 전에는 '써주세요'하다가 이제는 작품이 들어오니까 감사하죠. 그치만 저는 바뀐 게 없어요. '그래 그런거야'라는 드라마를 했을 때 김해숙 선배가 '배우 일은 길게 보라'고 하신 말씀을 지금도 새기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묵묵하게 작품을 하고 있고요. 저는 그대로지만 주변 환경이 바뀌었어요. 그걸 인지하고 있지만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제 자신을 단단히 지키려고 해요. 배우라는 직업만큼이나 사람 정해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니까요."

멜로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알리기 시작했기에 이 장르에 대한 애착도 남다를 것 같았다. 정해인은 "행복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계획에 없이 세 번 연속할 정도로 좋아하는 장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새로운 정해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기대해주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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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우의 멜로

충무로 멜로 장르에 있어서 정지우 감독은 마지막 희망처럼 여겨진다. '사랑니'(2005)라는 문학적인 멜로 영화를 만들고, '은교'라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멜로 영화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던 그조차도 멜로 장르에 귀환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열의 음악앨범'에는 가장 예민한 감정인 사랑과 가장 감각적인 소리인 음악을 엮었다. 정지우 감독의 과거 멜로 영화와 비교하면 스토리는 쉽고, 음악은 더욱 익숙하고 감미롭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보이나요'를 비롯한 대여섯 곡 정도만 나와있었어요. 가요가 나오면 가사에 집중하게 되고 해당 장면에 대한 주석이 달리는 격이니 계속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죠. 해석이나 의미가 좁아지거나 왜곡될 우려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음악을 전면적인 이야기의 연결 고리로 잡았습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이야기 상에 큰 구멍이 있다. 현우의 과거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결여돼있다. 감독이 서사의 빈틈을 몰랐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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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제 전작인 '4등'(학교 폭력과 성적 지상주의의 폐해를 다룬 전작)때문이었어요. 학교 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도 하기 싫었어요. 교복 입은 사람이 옥상 위에 올라가면 보는 사람은 밑도 끝도 없는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에요. 이 영화는 가해자 서사를 해보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어떤 연상 작용도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런 사고 장면을 사람들의 기억에 남겨 비슷한 장면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게 싫었거든요. 극 중 은자(김국희)의 "현우가 다 안 믿는데 누나는 내 말은 믿어준대"라는 말이 그 상황을 설명한다고 생각했어요."

'유열의 음악앨범'은 미수와 현우의 성장담인 동시에 배우 김고은의 정해인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특히 '은교'로 혜성처럼 등장한 김고은이 지난 7년 간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오디션으로 김고은을 발탁한 정지우 감독의 감흥은 남달랐을 것이다.

"현장에서 모니터로 촬영분을 확인할 때 어떤 장면들을 보고는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지?'라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불현듯 다시 한번 정지우 감독에게 김고은을 발견한 7년 전의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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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가 오디션장에 들어오는데 '어울리는 사람이 왔구나'라고 느꼈어요. 태권도를 했다길래 발차기를 한번 해보라고 했던 기억도 나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은교'의 키워드는 호기심이라고 생각했어요. 뇌쇄적인 인물이라거나 치명적인 매력을 갖춘 늙은 남자의 뮤즈가 아닌 호기심이 철철 넘치는 소녀, 고은 양을 보고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그로부터 7년이 흘렀네요. 그새 어른이 됐더라고요. 심지어 현장에서는 누가 나를 때리려고 하는 걸 막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저를 보호하고 있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자신이 보탬이 될까 하는 그 마음이, 진심이 느껴졌어요. '이렇게 성장했구나', '덕분에 내가 또 영화를 한편 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정지우 감독이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고은과 정해인은 입을 모아 정지우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보여준 따스한 태도에 대해 말했다. 특히 처음 호흡을 맞춘 정해인은 "처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자리부터 촬영 현장까지 저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님은 현장에서 늘 뛰어다니셨어요. 무선으로 디렉팅 하셔도 되는데...(웃음) 또 해인님, 고은님 하시면 꼬박꼬박 존칭을 쓰시고.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에게도 똑같이 하셨어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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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은 정해인을 찍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포텐이 터졌다고 해야 할까.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 영화계에서는 이미 정해인 배우가 언급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연예인이라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어떤 막이 있을 수 있는데 해인 씨는 이미지와 실제가 정말 비슷해요. 진심을 다해 사람을 챙기고 성실히 연기하는 게 보여요. 제가 그 덕을 보면서 영화를 만든 셈이죠"라고 말했다.

촬영 전 정해인을 더 많이 알기 위해 발로 뛰었다고 전했다. 일례로 해외 팬미팅까지 따라갔다.

"촬영에 들어가는 시기는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 이후였어요. 드라마가 끝난 후 해인 씨의 CF가 하루 내내 나올 정도로 인기였어요. 너무 바쁘다 보니 본인이 시간을 못 낼 정도였어요. 해인 씨가 팬미팅을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이 사람이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는지를 볼 수 있는 계기였어요. 또 해인 배우가 내게 곁을 내줘서 고마웠고요."

정지우 감독의 또 다른 능력은 배우들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남다른 눈이다. 덕분에 김고은뿐만 아니라 류준열, 정해인의 빛나는 시절을 함께 한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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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운이 좋았죠. 영화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마음이 상하는 것밖에 안 남는 배우를 만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기는 해요. 음... 이 말은... '최선을 다 안 하는 것 같은 배우를 만나면 어쩌지?'하는 일말의 두려움이죠. 배우는 자체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태도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좋은 배우들만 만났어요. 끝까지 제 손을 붙잡아주는 배우들을요. 고은 씨, 해인 씨는 촬영뿐만 아니라 홍보 활동도 정말 열심히 해줬어요.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해 줘서 저도 고마웠고요."

장르가 편중되고 도전적인 이야기가 사라지는 충무로에서 멜로는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장르처럼 보인다. TV 드라마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르이기에 영화만의 개성과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 가운데 정지우 감독은 멜로 장르에서 자신의 감수성을 꽃피우고 있는 유일무이한 창작자다. 사람의 감정이나 정서를 담는 영화가 적어지는 환경에서 반가운 행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걸쳐져 있는 영화를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진심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을 행복해하면서 마음을 다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물론 제 영화를 좋아할 관객도 있고 좋아하지 않을 관객도 있지만 한 뼘, 한 발자국 비빌 언덕을 만들며 계속해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요. 감독으로서 야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영화로 관객을 괴롭히는 것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흥행 성적)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니까 '이런 영화도 돼!'라는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요. 쉽지 않지만 잘해나가야죠."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