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로딩이미지
로딩중

[스브수다]"아내 NO, 하시시박 작가님"…봉태규가 배우자를 존중하는 법

최종편집 : 2019-09-26 08:47:49

조회 : 240

이미지

[SBS 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2000년대 초반 영화 '정글쥬스', '품행제로', '바람난 가족', '광식이 동생 광태', 드라마 '논스톱4'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찌질하지만 친근한 청춘의 민낯을 주로 연기했던 봉태규는 작년 SBS 드라마 을 기점으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그가 제 옷 입은 듯 찰떡같이 소화한 '리턴' 속 안하무인 악역 김학범 캐릭터는 다소 '코믹'에 묶여 있던 배우 봉태규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전복시키기에 충분했다.

배우로서 이미지 확장에 성공한 봉태규는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들 시하 군과 함께 출연하며 가정적이고 다정한 가장의 모습도 선보였다. 배우로 데뷔한 지 어느덧 20년이 된 그는 최근에 좀 더 다채로운 색깔로 대중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극본 송윤희, 연출 박준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닥터탐정'은 산업재해로 억울하게 죽거나 장애를 얻은 피해자와 가족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UDC라는 가상의 기관에 속한 닥터탐정들이 산업현장의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봉태규는 이 작품에서 겉은 허세스럽고 날라리처럼 보이지만, 불의를 지나치지 못하고 뛰어난 감각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는 UDC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허민기 역을 맡아 또 새로운 도전을 해냈다. 자신의 코믹 장점을 십 분 발휘해 날라리 의사 허민기를 그려냈고, 답답한 현실 앞에서는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감정연기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도 봉태규가 연기하는 의사 캐릭터, 또 직업환경의학이라는 분야가 생소하고 신선했다.

이미지

"이 끝나고, 하시시박 작가님이 그런 말을 해줬어요. 이번 드라마가 배우 봉태규로서도, 자연인 봉태규로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된 거 같아 본인도 뿌듯하다고."

봉태규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배우자인 사진작가 하시시박(본명 박원지)을 '하시시박 작가님'이라 언급했다. 보통 '아내'나 '와이프'라는 호칭으로 부르기 마련인데, 봉태규는 '작가님'이라고 꼬박꼬박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 인상적이었다.

"결혼을 했더라도 하나의 개인,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저와 결혼하기 전에는 '하시시박 작가님'으로 불렸던 분이잖아요. '아내', '와이프', 혹은 '남편'이란 표현 모두 부부라는 틀 안에 가둬놓는 거 같아요. 사석에서는 저도 박원지라는 이름을 부르지만, 공석에서는 하시시박 작가님이라 칭하는 게 그분을 존중해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아들 시하도 마찬가지예요. '내 아들이야'라고 하기보단, '시하' 그 자체로 불러주려 해요."

지난 십수 년보다 최근 몇 년이 더 새롭게 느껴지는 배우 봉태규. 인터뷰를 하고 난 후 그 느낌은 더 강해졌다. 생각보다 타인을 더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알았고, 평소 사색을 즐긴 듯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었다. 새삼 깨달았다. 배우를 연기했던 캐릭터와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아직, 봉태규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이미지

Q. 은 노동자, 산업재해의 피해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낸 특별한 드라마였어요. 그런 드라마를 임하며 소감이 남달랐을 거 같은데요.
봉태규: 이번 드라마 특별했죠. 마지막 회에서 하랑(곽동연 분)이 어머니(황정민 분)가 죽은 아들의 일을 계기로 홀로 시위를 하고 그 옆을 도중은(박진희 분)이 지켜주는 장면으로 끝났는데, '닥터탐정'이 상업적인 걸 생각하는 드라마였으면 그 부분에서 더 속 시원하게 뭔가 변한 환경을 보여줬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더 사실적이었죠. 마지막 에필로그를 보며 제가 울었어요. '이 드라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뿌듯해요. 나중에 제 아이들이 크면 '아빠가 이런 걸 했다'라고, 이 작품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Q. 허민기 캐릭터는 기존의 의사 캐릭터와는 달랐어요. '날라리 의사'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봉태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허민기는 '날라리'라는 설정 밖에 없었는데, 작가님이 생각한 날라리와 제가 생각한 날라리에 다소 차이가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하며 캐릭터를 잡아갔는데, 제가 중점을 둔 건 '체면을 없애자' 였어요. 사회적으로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위치, 분위기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체면을 없애고, 의사라는 직업을 빼고 민기란 캐릭터를 설정해보자 했어요. 특히 민기의 톤 유지에 신경 썼어요. 민기가 산업재해 피해자를 만나던, 재벌을 만나던, 누구 앞에 서던 똑같이 톤을 유지하려 했죠.

Q. 민기가 코믹스럽고 불량해 보이긴 했지만, 피해자 대신 분노하고 가슴 아파할 줄 아는 선한 캐릭터였어요.

봉태규: 20대 때 재밌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한동안 작품을 안 하니 제가 그런 걸 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죠. 전과 비슷하게 코믹한 부분을 다시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 '새롭게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또 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면, 감정의 진폭이 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재밌을 땐 아주 재밌고, 감정을 터뜨릴 땐 제대로 터뜨려야 한다고요. 우리 드라마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그런 거였죠. 이만큼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그걸 리얼하게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미지

Q. 은 피해자 중심으로 그들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쫓아 시사하는 바가 큰 드라마였어요. 그 중심에 있던 배우로서 산업재해나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을 거 같은데요.
봉태규: 언제부턴가 누군가 일하다 다치고 죽는 게 너무 쉽게 지나가는 일이 돼버린 거 같아요. 그게 당연하지 않은 일이란 걸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뉴스를 보다가 사회면에 작게 실리는 관련 기사들에도 관심 가져주면 좋겠고요. 우리 드라마에서 다룬 사건들이 불과 얼마 안 된 이야기들이에요. 극 중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메탄올로 눈이 먼 피해자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 이 시대에 저렇게 무방비로 일하다가 눈이 먼다고?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불과 3년 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게 어떤 의미로 남느냐보단, 저희 작품으로 조금이라도 그런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그 정도의 기대를 품게 됐어요.

Q. 에 대한 애정이 정말 큰 거 같아요. 주연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그것 이상으로요.
봉태규: 드라마 소재가 이러다 보니 장소 헌팅이 정말 힘들었어요. 모두들 촬영을 거절하더라고요. 제작진이 장소 섭외하느라 전국을 다 다녔을 거예요. 어떻게 이 작품을 완성했는지, 저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얼마만큼 고생하고 애를 썼는지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다른 작품에 비해 애정도가 남달라요. 그들의 노고를 이렇게까지 밀착해서 지켜본 건 처음이라, 제작진이라고 생각하기보단, 같은 '동료'라고 생각했어요. 여태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애정이 가장 크지 않나 싶어요.

Q. 작년 으로 큰 사랑을 받긴 했지만, 캐릭터가 너무 세고 강렬했던지라 차기작을 고르는데 부담이 컸을 거 같아요.
봉태규: 처음엔 부담감이 있었죠. 그러다 예전에 '화신'이란 예능프로그램을 했을 때, (신)동엽 형에게서 들었던 말을 떠올렸어요. 동엽 형이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지나고 나면, 세상 사람들이 생각만큼 자기한테 관심이 없더래요. 그 말이 와 닿았어요. '리턴' 이후에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할지 예민하게 생각하고 그랬는데, '리턴'의 김학범 캐릭터를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 기억하고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부담감을 많이 내려놓고 '닥터탐정'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Q. 박진희 배우와는 에 이어 '닥터탐정'으로 연이어 만났어요.

봉태규: 때는 진희 누나랑 부딪치는 신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다시 만나 정말 좋았어요. 누나는 현장에서 그 어떤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성실한 배우예요. 그런 분들과 같이 하면 긍정적인 게, 상대배우인 저도 한눈을 팔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6개월 촬영하는 동안 좋은 자극이 됐죠. 누나가 또 워낙 배려를 잘해주고, 주인공으로서 가장 좋은 태도를 갖췄어요. 자기와 함께 하는 배우를 항상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자기 대사를 덜어내더라도 다른 배우한테 양보하려 해요. 그런 누나의 자세를 보며 배운 것들, 제가 앞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서 큰 자산이 될 거 같아요.

이미지

Q. 2000년도에 데뷔해 어느덧 데뷔 20주년이 됐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봉태규: 때까지만 해도 체력이 달린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엔 그게 느껴지더라고요. 촬영 끝나자마자 운동부터 끊었어요. 제가 내년에 마흔인데, 체력적으로 하루하루가 달라 좀 슬퍼요.(웃음) 그거 외에 데뷔 20주년이라 해서 특별하게 저 스스로 느끼는 건 없어요. 다만 한 직업을 20년씩이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많은 분들께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은 더 그런 거 같아요. 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절 좋게 봐주셔서, 계속 선택을 받고 계속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니, 현장에서 좀 더 성실하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Q. 데뷔 초와 20년이 지난 지금, 배우로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봉태규: 데뷔 당시 인터뷰 때 그랬어요. "배우는 취미로 한다"고요. 이걸 직업이라 생각하면 저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받을 거 같아, '연기는 취미이고 그냥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죠. 물론 지금은 안 그렇죠. 배우가 제 직업이란 걸 완벽하게 인지하고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런 제 마음가짐의 변화가 가장 큰 차이인 거 같아요.

Q. 봉태규 하면 코믹연기가 먼저 떠오르곤 했는데, 최근에는 그렇게 마냥 코믹적인 캐릭터 연기는 뜸한 거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봉태규: 제가 원래 잘하는 게 그런 연기였죠. 그런데 오래 쉬고, 사람들한테 많이 각인된 게 이라, 요즘엔 그런 캐릭터 제의가 잘 안 들어와요. 그런 코믹 작품의 제작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 거 같기도 하고요. 정말 재밌는 코미디 작품이 있다면, 다시 해보고 싶긴 해요. '닥터탐정'에 살짝 코믹연기가 들어가긴 했는데, 그런 신 찍을 때 너무 재미있어 신나게 했어요. 아예 코미디 장르로 간다면, 더 잘할 자신 있어요.

이미지

Q. 데뷔 20년, 배우 아닌 인간 봉태규로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는 걸 텐데요. 결혼 후의 삶, 어떤가요?
봉태규: 결혼 전에는 더 예민했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게 힘들었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유로워진 거 같아요. 사실 전, 저 스스로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연예인이란 직업이, 댓글도 그렇고, 오만가지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을 지키고 있기가 쉽지 않아요. 스무 살 때부터 일했는데, 어릴 땐 그게 더 힘들고 움츠러들었어요. 하시시박 작가님과 결혼한 후에는 그런 것에 의연해졌어요. 누가 뭐라던, 저란 사람을 지지해주는 존재가 옆에 있으니 큰 힘이 되더라고요. 의연하게 대처하고, 아닌 부분에 대해선 받아들이려 하고. 그런 건 결혼 전에는 없던, 달라진 제 모습이죠.

Q. 아내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하시시박 작가님'이라 부른다면, 반대로 자신이 아내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봉태규: 매일이요. 전 결혼 전에 나름 자기객관화가 되었던지라, 제가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어요. 근데 결혼해보니 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별로인 사람이더라고요. 상대방은 그게 더 잘 보일 거 아니에요. 그런데도 이런 저랑 결혼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존중을 받은 거죠. 제가 촬영 스케줄 때문에 아침에 나가려 하면, 하시시박 작가님이 아침밥을 챙겨줘요. 결혼했다고 그게 당연한 건 아니잖아요? 절 존중해주고 있다는 걸 그런 소소한 것에서 다시금 느껴요. 그리고 제 드라마를 모니터 하며 냉정하게 얘기해 줄 때. 정말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바라봐주고 있구나, 절 존중해주고 있구나를 느껴요.

Q. 배우로 지내온 지난 20년. 이제 앞으로의 20년을 그려본다면요?
봉태규: 그때도 지금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배우란 직업을 유지하고, 대본을 외우고, 현장에 나가 연기도 하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요. 이번에 에서 박지영 누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누나가 경력이 어마어마한 선배님인데, 모두가 지영누나를 선배이자 인간으로서 굉장히 좋아했어요. 이렇게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도 후배들과 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거.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이 유연하고 사람이 좋아야겠죠. 저도 지영누나처럼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현장 사람들이 절 어려움 없이 대할 수 있는 그런 배우요.

[사진제공=iMe KOREA]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