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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가장 보통의 연애', "자니?"의 연애학

최종편집 : 2019-10-02 14:22:18

조회 : 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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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재훈(김래원)은 술만 취하면 전 여자 친구에게 카톡을 보낸다. "자니?", "뭐해"로 시작되는 실없는 말들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지지리 궁상이다.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답은 없다. 귀소 본능을 발휘해 여차저차 잠은 집에서 잔다. 숙취에 허덕이며 일어나 보니 '이불킥'감인 카톡 메시지만 수 십 개다.

"너는 지금 뭐해? 자니? 밖이야? 뜬금없는 문잘 돌려보지 난. 어떻게 해볼까란 뜻은 아니야. 그냥 심심해서 그래. 아니 외로워서 그래."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프라이머리(feat. 다아나믹 듀오)의 노래 '자니' 가사가 이토록 찰떡처럼 어울리는 상황이 있을까.

선영(공효진)은 헤어진 남자친구의 계속된 구애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 이직한 회사에 출근한 첫날, 직장 상사 재훈에게 전 남친과 싸우는 현장을 보여주고 만다. 두 사람은 만난 지 하루 만에 일보다 서로의 연애사를 더 잘 알게 된다. 성격도 다르고 연애에 대한 가치관도 다른 두 사람은 술과 수다로 차츰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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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남녀가 투닥거리다가 사랑에 빠지는 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형에 가까운 이야기다.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 제작 영화사 집)도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이 영화의 장점은 젊은 남녀의 연애 풍속도를 현실적이고 날카롭게 까발리며 공감과 웃음을 선사하는 데 있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카톡으로 연애하고 카톡으로 이별하는 요즘 연애의 풍경을 말풍선 효과로 스크린 가득 담아낸다. 카톡 메시지 '1'이 사라지는 시간의 밀당, 'ㅋ'이 선사하는 기호적 의미 등은 현대의 연애 언어처럼 느껴진다.

취중진담과 취중실언을 오가는 술자리에서의 아슬아슬한 대화도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잤니?", "할래?" 등 19금 수위의 성적 농담과 질펀한 대화들도 불편하지 않은 웃음을 선사하며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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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연애'는 '연애의 목적'(2005), '연애의 온도'(2013)를 잇는 현실 연애담을 그린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온전한 하이퍼리얼리즘 멜로 영화는 아니다. 적당한 판타지를 투영한 드라마틱한 결말도 기다리고 있다.

김래원과 공효진, 멜로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온 두 배우는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영화를 빛낸다. 주고받는 대사의 리듬은 티키타카(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경기 전술에서 유래한 말로 사람들 사이에 합이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 수준이다. 현실감 넘치는 대사들은 두 배우의 연기력과 만나 날개를 단다.

배우 저마다가 주는 연기의 신뢰감이라는 게 있다. 김래원에 대한 호감의 정도는 개개인이 다르겠지만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꽉 찬 만족감을 선사한다. 캐릭터 분석력과 소화력이 남다른 배우다. 적어도 영화를 보러 들어가서 극장에서 나올 때까지는 이 배우와 이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선이 굵고 색깔이 선명한 연기뿐만 아니라 어수룩하고 나사가 살짝 풀린 것 같은 캐릭터도 생동감 넘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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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특히 최근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강기영의 맛깔난 코믹 연기가 영화의 웃음 지수를 상승시킨다.

영화를 연출한 김한결은 단편 영화 '술술'(2010)로 주목받은 여성 감독이다. 장편 데뷔작을 사랑 이야기로 정한 감독은 관객들에게 까놓고 묻는다. "당신의 연애는 평안하십니까?", "당신의 이별은 깔끔했나요?"라고. 개성 강한 캐릭터에 현실 공감 대사를 끼얹고, 재기 발랄한 연출과 속도감 넘치는 편집으로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가장 보통의 연애, 그 정의를 '평범하고 무난한 사랑과 이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멀리서 보면 그럴지 몰라도 가까이에서 보면 모두 각자 전쟁 같은 사랑과 이별을 하고 있다.

이 영화의 미덕은 남일 같지 않는 연애담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예외 없을 그 '난리블루스'를 말이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