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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BIFF, 남포동은 살렸다…'글로벌화'보다 시급한 건

최종편집 : 2019-10-08 16: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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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해운대(부산)=김지혜 기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반환점을 돌았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은 의미 있는 해인만큼 부산국제영화제에 쏠리는 기대와 관심도 컸다.

지난 3일 태풍 미탁을 뚫고 개막한 영화제는 어느덧 6일 차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재도약'을 표방한 올해 영화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초청된 영화는 85개국, 303편. 큰 영사 사고 없이 현재까지 약 50%가량 상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기인 첫 주말이 지났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은 각종 시상식과 파티로 네온사인 가득한 밤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국내외 어떤 영화제도 중반 이후에는 열기가 가라앉기 마련이다. 주요작 상영 및 행사들이 첫 주말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조용해질 수밖에 없는 중반 이후다.

그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화제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올해부터 해운대 야외무대를 없애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 분위기도 느끼기 힘들었다. 또한 현장에서 느끼는 내실에 대한 아쉬움도 적잖았다.

반환점을 돈 부산국제영화제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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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C 정우성X참석왕 박찬욱X화제성甲 티모시 샬라메

영화제 포문을 여는 개막식의 사회는 정우성, 이하늬가 맡았다. 정우성은 20년 간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오며 부산국제영화제와도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2012년 영화제에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영화제의 MC를 맡은 정우성은 차분하고 깔끔한 진행으로 호평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제에 머무는 기간 동안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5일 대표작 '올드보이'가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한국영화 100년사, 위대한 정전 10선' 중 한 편에 선정돼 상영됐고, 관객과 함께하는 스페셜 토크도 열었다.

6일 오전에는 그리스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와 함께 오픈 토크에 참석해 서로의 영화 세계에 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또 같은 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진행된 '필름메이커스 토크'에 참석해 복수 3부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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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화제몰이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첫 방문한 미국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몫이었다. 지난해 출연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자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할리우드 핫스타로 도약했다.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가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다.

티모시 샬라메는 부산의 매력에 푹 빠진 듯 호텔, 음식 사진 등을 찍어 SNS에 올렸다. 목격담도 흘러나왔다. 통닭집에서 봤다거나 해운대 거리를 걸었다거나 팬들과 만나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모습 등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티모시 샬라메는 오늘(8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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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상업영화는 왜 BIFF를 외면하나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만 해도 충무로와의 시너지가 좋았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4회),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6회),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7회),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11회) 등 그해 최고의 기대작들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첫 공개됐고,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한국 상업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영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섹션인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에는 상업영화, 예술영화, 블록버스터, 독립영화를 망라한 영화를 초청한다고 하지만, 상업영화 상영작 중 신작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이미 개봉을 한 영화들이다.

물론 또 하나의 한국 영화 섹션인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은 독립영화 수작의 산실 역할을 하며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웬만한 상업영화는 시기를 정해 놓고 개봉 계획을 수립하고 홍보 일정을 짜기 때문에 영화제를 통해 작품을 선공개하기가 어렵다. 또 부산영화제 홍보 효과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게 된다"라고 속사정을 전했다.

화제작 초청이 중요한 것은 스타 감독, 배우 섭외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감독과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영화제를 위해 두 팔을 걷어 주면 좋지만 작품 없이 영화제 참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올해 개막작으로 하반기 개봉을 앞둔 톱스타 주연의 한국 영화가 거론됐지만 결국 성사되지는 못했다. 영화제 포문을 연 작품은 일본과 카자흐스탄 합작 영화인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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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포동이 살아났다"…해운대와의 공존은 여전한 숙제

올해 영화제는 원도심인 남포동을 살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남포동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탄생한 곳이다. 그러나 2010년부터는 영화제의 중심을 해운대로 옮기면서 사실상 남포동 시대는 막을 내렸다.

BIFF 24주년과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올해 영화제에서는 남포동을 거점으로 하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커뮤니티 비프(Community BIFF)가 그 핵심이다.

커뮤니티비프는 관객이 직접 만드는, '영화제 안의 영화제'를 표방한다. 지난해 프리페스티벌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7일간의 확대된 일정으로 출범했다. 공동운영위원장에 부산 출신의 조원희 감독과 배우 김의성을 선임했다.

영화제 측은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리퀘스트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을 비롯하여, '리액션시네마: 반응하는 영화관', '리스펙트시네마: 애증하는 영화관' 섹션들을 중심으로 원도심 시민사회와 깊이 결합하고 자율적인 참여의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관객을 위한, 관객에 의한, 관객의 커뮤니티비프가 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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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력이 돋보이는 행사가 많았다. 단순히 무대인사 정도의 이벤트나 그들만의 토론인 세미나 주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사람과 만든 이들과의 스킨십이 이뤄질 수 있는 무대가 넘쳤다.

4일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열린 '나보다 더 나쁜 ㄴ' 행사는 인상적이었다. 영화 '내부자들'에 출연한 김의성, 조우진 두 배우가 관객과 영화를 함께 관람하며 실시간으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김의성은 커뮤니티 비프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아 이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 또한 '극한직업'으로 올해 1,6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이병헌 감독이 데뷔작 '힘내세요 병헌씨'에 관한 이야기를 주연 배우들과 나누는 자리와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제작자의 타이틀을 얻은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가 변사처럼 영화를 해설하는 행사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부대행사로 총 14개의 커뮤니티 이벤트 또한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패널들이 함께하는 오픈 토크 행사와 야외 무대 인사도 줄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프로그램 '김지미를 아시나요'가 남포동 비프광장 일대에서 진행돼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픈토크에는 안성기, 전도연, 조진웅 등 후배 영화배우들이 번갈아 무대에 올라 김지미의 영화사를 회고했다.

다만 남포동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영화제의 주요 상영이 이뤄지는 해운대와 남포동의 거리는 40여 분. 해운대에서 영화를 보고 넘어가기에는 쉽지 않은 동선이다. 행사를 분산해 치르거나 먼 거리를 오갈 수 있는 교통편을 마련해 운영하면 훨씬 호응 높은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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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엔 국적이 없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일침

2018년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올해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자격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더불어 프랑스에서 찍은 신작 '파비엔느에 관한 진실'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한일 관계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치적 외압으로 고초를 겪은 과거를 언급하며 "정치적 문제와 여러 고난을 겪고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함으로써 이러한 형태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어 이 자리에 왔다. 이 자리에는 영화의 힘을 믿는 영화인, 기자 등이 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일본 영화들을 20편 가까이 소개해왔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개막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논란이 되기 전인 6월에 이미 일본 영화 70편을 보고 초청작 99%를 정리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일본 영화 상영작은 합작까지 포함하면 14편이다. 예년에 비해 소폭 줄었다.

일본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눈에 띄는 변화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예년과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국내에 개봉을 앞둔 일본 영화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편수가 꽤 줄었다. 아무래도 한일관계의 변화가 일본 영화계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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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맹이 없는 행사도 아쉬웠다

영화제 기간에는 크고 작은 행사도 열린다. 내실 있는 행사도 많지만 알맹이 없는 행사로 여겨지는 것도 있었다. 일례가 지난 6일 열린 '글로벌 오픈 세미나 with 사람' 행사였다.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유명한 영국 감독 마이크 피기스와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인 사람 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옴니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였다.

화제성은 충분했으나 내용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양측은 협업에 대한 야심 찬 각오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을 기획하고 있으며, 어떤 형태로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시작 단계인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기자회견 형태의 행사를 기획했다면 공개할 거리는 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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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3개국에서 촬영될 예정이라는 것과 '감정'을 담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캐스팅 역시 "많은 배우를 만나고 있다"라고만 전했다. 이제 막 기획 개발을 시작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이 정도 단계에서 기자회견을 열지는 않는다.

더욱이 마이크 피기스는 이번 영화제에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아 기자회견에 할애할 시간 역시 충분치 않았다. 기자회견은 질문 몇 개 만 받은 후 약 2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하나의 행사가 더 있었다. 배우 이하늬와 아티스트인터내셔널그룹 대표 데이비드 엉거가 나와 해외 진출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자리 역시 알맹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ebada@sbs.co.kr

<사진 = 백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