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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82년생 김지영'에는 두 명의 김미경이 있다

최종편집 : 2019-11-01 11:17:47

조회 :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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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개봉 5일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에는 동명의 두 배우가 출연한다.

주인공 김지영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척인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그 주인공. 공교롭게도 두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은 모두 김미경이다.

대현의 엄마로 분한 배우 김미경의 연기는 영화 초반 김지영의 빙의 증상이 발현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명절을 맞아 시댁을 찾은 김지영은 음식 만들기와 설거지에 여념이 없지만 시댁 식구들과 남편, 시누이는 거실에 편안하게 앉아 웃음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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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은 시집간 딸을 애지중지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사부인, 쉬게 해주고 싶으면 집에 보내주세요. 딸 보니 반가우시죠? 저도 제 딸 보고 싶어요"라고 소리친다. 가장 먼저 친정 엄마로 빙의해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집안은 일순간 정적과 냉기가 흐른다. 가장 놀란 건 시어머니다. 며느리의 난데없는 반란에 기막혀한다. 김지영의 한 마디는 '자기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로 이해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대현의 어머니는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아내의 복직을 위해 대현은 육아휴직을 쓰기로 결정한다. 김지영은 자신의 한약을 지어 보낸다는 시어머니에게 기쁘게 이 사실을 알린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남편 앞길 막는 며느리 취급하며 대노한다. 결국 김지영은 사회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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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에 있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아니다. 누군가는 겪었고, 누군가는 겪고 있을 법한 시월드의 풍경이다.

부산 출신인 배우 김미경은 능수능란한 사투리로 지역색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얄미운 시어머니를 생생하게 연기해냈다. 역지사지의 마음, 이해와 공감만 있다면 며느리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빌런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김지영의 친정 엄마 오미숙으로 분한 김미경의 연기는 눈물의 수도꼭지 역할을 한다. 1950년대에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미숙은 오빠와 동생들을 위해 일찍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으며 결혼 후에도 가사와 노동을 병행한 억척 주부다. 소설보다 한층 풍성한 캐릭터로 완성돼 후반부 큰 감동의 눈물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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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영의 빙의 증상을 확인한 후 오열하는 장면은 극장 안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지영아, 너하고픈 거 해"라고 말하는 오미숙의 말은 딸의 결핍과 아픔을 보듬는 것뿐만 아니라 그렇게 살지 못한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한이기도 하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소설보다 폭넓고 깊게 인간을 그린다. 김지영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로 시선을 확장해 그들의 이야기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였다.

그렇기에 친정엄마는 천사, 시엄마는 악마와 같은 이분법적 구도로 재단할 수 없다. 그들 각자의 상황과 사고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뿐이다.

'82년생 김지영'은 남녀 성대결 조장이 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와 상호 교감을 제안한다. 영화를 둘러싼 뜨거운 반응을 보며 화두는 제대로 던져졌음을 느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충분한 대화일 것이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