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뮤직

[스브수다] 지코와 우지호, 음악 그리고 생각(THINKING)

강경윤 기자 작성 2019.11.15 11:57 수정 2019.11.15 15:05 조회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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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가사의 주제가 생각나지 않아서 며칠 생각에 빠졌어요. 이어폰을 꽂고 한강에 나가서 멜로디를 듣는데, 밤이 되니 한강에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더라고요. 문득 느낀 게 '남겨짐'이었어요. '떠나갔다'가 아니라 '남겨졌다'요."('남겨짐에 대해'를 만든 이유)

지코(27)를 좋아하는 이들이야 진작 눈치 챘겠지만 미디어에서나 무대에서 비쳐지는 지코와 우지호는 간극이 크다. 스타일리시하고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를 한 모습으로 강한 비트에 랩을 하는 지코의 모습은 감각적이고 때론 기고만장해보일만큼 거침이 없다. 하지만 우지호는 그렇지 않다. 자신감 보다는 수줍음이 느껴지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가 쓰는 감성적인 가사 뒤 볼펜을 든 그런 말간 우지호의 눈이 어른거린다면 착각일까.

'지코를 넘어 인간 우지호, 그 안에 깃든 생각들을 고스란히 담은 앨범'이라는 설명과 함께 지코가 첫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1인 소속사로 홀로서기한 후 첫 앨범', '데뷔 후 발매한 첫 정규앨범' 등 다양한 타이틀을 붙일 수 있겠지만, 지코는 "인간 우지호의 모습을 담은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생각이라는 뜻의 THINKING 두 파트로 나뉜 지코의 첫 정규 앨범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깊어진 '감성'이다. 20대 끄트머리에 다다라서야 삶에 대한 권태로움에 맞닥뜨린 인간 우지호의 모습을 담은 '사람', 헤어진 이후 모든 게 멈춰버린 삶에 대한 생각을 담은 '남겨짐에 대해' 등 지코가 그동안 꾹꾹 눌러온 감성을 랩 보다는 느릿한 노래로 앨범에 채웠다.

"그 전부터 이미 느끼고 있었지만, (드러내길) 기피했던 부수적인 감정들에 대해 스스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지코라는 캐릭터는 세고 자유분방하고 또 날이 서있기도 하잖아요. 그런 캐릭터를 유지하고 싶기도 했고, 나약함을 드러내는 게 두려웠어요. 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방치하다 보면 쌓이고 쌓여서 나를 더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자'라는 일념으로 이번 앨범을 만든 것 같아요."

지코

앨범 작업은 올해 초부터 시작해 9월 마무리 됐다. 곡작업을 시작한 뒤 다시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불자 앨범을 내놓은 셈이다. 지코가 내놓은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가 하고자 한 '내려놓음'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피부로 와 닿았다. 그가 말하고 싶은 우지호의 진짜 모습, 지코와의 다른 점은 뭐였을까.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지코는 두려움이 없고 자신감이 가득하지만, 우지호는 고민이 많고 두려움도 많고 무엇보다 생각이 많아요. 스스로 어떻게 해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그런 친구인 것 같아요."

'지코의 음악과 외모를 보면 그럴 것이다'라는 일종의 편견 또는 해석에 대해 지코는 "바로잡고 싶을 때가 있다."고 솔직히 고백하기도 했다.

지코는 이번 앨범에 허무, 체념, 절망 등의 감정을 솔직히 담아냈지만 동시에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도 내비쳤다. "실제 경험이 담겨있나."라는 질문에 지코는 다른 앨범과 마찬가지로 "상상과 실제 경험을 반반씩 균형있게 담았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또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다소 막연한 질문에 그는 "사랑이란"이라며 잠시 생각하더니 "필요한 것"이라며 "사람을 살리고 해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쉴 때는 주로 엘피를 듣거나 음악을 만드는 꽤 성실한 뮤지션으로 통하지만 지코는 이번 앨범으로 내면의 감성을 털어냈기에 다음 앨범은 보다 '지코스러운 앨범'으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성장통과도 같은 이번 앨범에 대해 지코가 리스너에게 듣고 싶은 평가는 무엇일까.

"신나고 싶고 즐기고 싶을 때만 찾는 뮤지션이 아니고 위로를 받고 싶거나 응원을 받고 싶을 때 찾고 싶은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요. 저도 제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네요.(웃음)"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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