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이제 '액션' 하면 이승기, 국민남동생의 거친 성장

강선애 기자 작성 2019.12.05 07:22 수정 2019.12.05 10:47 조회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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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아이돌은 더 이상 10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돌의 성장을 마치 내 자식처럼 조카처럼 바라보고 열광하는 '이모팬' '엄마팬'들이 자신의 '최애 스타'를 적극적으로 서포트하는 팬 문화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그림이다.

이승기는 그런 팬덤을 거느린 대표적인 스타다. 지난 2004년 "누난 내 여자니까"라며 여심을 사로잡았던 열여덟 소년이 어느덧 나이 서른을 넘겨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지난 15년간 이승기를 꾸준히 지켜봐 온 '누나팬'들은 그의 성장이 뿌듯할 터. 이는 일반 대중에게도 마찬가지다. 데뷔 때부터 각종 예능, 드라마 출연으로 친숙한 그이기에, 세월의 흐름에 따른 그의 올바른 성장은 대중이 지켜보기에도 흐뭇한 과정이었다.

2019년의 이승기를 한마디로 정의 내리자면 '남자' 그 자체였다. 누나가 내 여자라고 외치던 풋풋한 10대, '1박2일' 같은 예능과 '찬란한 유산' 등의 드라마에서 보여준 친근하고 다소 허당기 있는 바른 청년의 모습이었던 20대를 거쳐, 군 전역 후 완전한 30대가 되어 돌아온 이승기. 올해 예능 '집사부일체'에서는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드라마 '배가본드'에서는 거친 액션을 능수능란하게 선보였던 그에게선 강한 남자의 매력이 느껴졌다. 남자답고 멋있으면 다 '오빠'라고 했던가. 한 때 '국민 남동생'이라 불렸던 그이지만, 이제는 '남동생'보단 '오빠'라는 수식어가 어쩌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승기

'배가본드'로 보여준 액션배우의 가능성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조카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차달건 역을 맡았던 이승기는 맨몸 액션은 물론, 카체이싱, 총격, 심지어 각종 장애물을 뛰어넘는 파쿠르까지 다양한 액션을 소화했다. 위험한 액션들이라 대역을 써도 됐지만, 그의 설명에 따르면 "10개 중 7~8개"는 모두 직접 해내며 주인공으로서 실감 나게 액션 장면을 표현하려 애썼다.

현존하는 한국 배우들 중 '액션배우' 하면 딱히 떠오르는 젊은 배우가 없는데, 이승기가 어쩌면 그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활약이었다. 그에게서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액션배우'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배우에게 제대로 액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이 주어지지 않아요. 이번에 그 기회가 제게 왔고, 다행히 '이승기 액션에 잘 어울리네'라는 평이 많았어요. '나도 액션이 되는구나,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새롭게 깨달았죠. 그래서 차달건이 의미가 깊어요. 제가 기존에 해왔던 액션들보다, 차달건을 통해 더 와일드하고 거친 이미지를 얻게 된 거 같아 제게 큰 선물이죠. 기존에 보여드리지 않았던 감정이나 눈빛을 표현했던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아주 큰 변환점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승기

'배가본드'는 해외 블록버스터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액션에 가장 주안점을 둔 드라마였고, 주인공 이승기는 그 역할을 누구보다 잘 해냈다. 액션의 난이도가 높다 보니 부상에 대한 염려도 있었지만 제작진, 다른 액션배우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호흡하며 신경 썼기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액션을 짜고 합을 맞춘 후 본 촬영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액션을 위해 움직였던 시퀀스가 완성도 높은 액션 장면으로 탄생됐을 때의 희열은 굉장했다. 이승기는 액션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액션을 해보니 욕심이 나요. 더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신체적인 걸 더 다듬어야겠죠. 액션이란 게 몸을 쓰는 거라, 단시간에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시간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투자를 엄청 해야 해요. 꾸준히 체력을 키우고 몸을 가꿔야죠. 액션이 다른 장르와 다르게, 엄청난 리허설, 사전협의가 필요하고, 시청자의 액션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져서 어설프게 하면 또 안 돼요. 엑기스를 짜내듯 해야 만족할 만한 볼거리가 나오는 게 액션이라, 그만큼 노력이 따르죠. 다시 액션을 하라면 솔직히 겁나기도 해요. 하지만 결과물로 만들어졌을 때 느끼는 희열이 굉장해요. 살면서 제가 또 언제 그렇게 멋있는 척을 하겠어요. 그런 판타지를 채울 수 있다는 것도 액션의 매력이고요."

이승기는 먼 미래를 꿈꾸는 게 아니었다. 당장 차기작으로도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액션을 한 번 더 해보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액션이 장르가 많아요. '배가본드'가 서사를 가진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 액션이었다면, '미션 임파서블' 같은 히어로적인 액션도 재밌을 거 같아요. 아니면 정말 몸으로 부딪치는 리얼 액션도 좋고요. 이번에 액션배우라는 이미지를 얻었으니, 이걸 그냥 놓기엔 아쉽죠. 해볼 수 있는 장르가 있다면 해보고 싶어요."

이승기

▲ #사전제작 #파트너 수지, 그리고 #시즌2

지금이야 드라마 사전제작 시스템이 자리 잡았지만, 과거 쪽대본으로 생방송처럼 드라마를 촬영했던 시기를 거친 이승기에게 '배가본드'는 처음 겪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지난해부터 올봄까지 약 1년간 촬영을 진행했던 '배가본드'는 후반 작업을 거쳐 올 가을에 안방극장에 방영됐다. 그래서 모든 촬영을 일찌감치 마쳐둔 이승기도 시청자처럼 안방에서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었다.

"사전제작이 처음이라 올곧이 시청자처럼 본 것도 처음이었죠. 되게 재밌더라고요. 촬영하면서 방송을 봤다면 가졌을 여러 가지 생각들은 다 잊고, 오로지 드라마에만 집중해서 재밌게 모니터를 했어요. 촬영하며 공들였던 장면들이 완성된 드라마에 잘 드러나 다행이라 생각했고요. 찍은 지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 '다음에 뭐가 나오더라?' 하며 더 시청자처럼 재밌게 시청한 거 같아요. 1년여간 애써서 찍은 드라마가 그래도 좋은 분위기 속에서 종영을 맞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기분이 좋아요."

'배가본드'가 화제가 됐던 이유 중 하나는 25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라는 점이었다. 주연 배우로서 그런 거액이 투입된 작품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충분히 부담으로 다가왔을 터. 하지만 이승기는 부담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 부분을 제가 신경 쓴다고 해서 뭐가 더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제가 엄살 부리지 않고 다치지 않고 무사하게 촬영을 마치는 게, 절 믿고 캐스팅해 준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했어요. '배가본드' 팀 전체가 그런 마음이었죠.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 그런 말을 했어요.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보여주자'라고. 액션 드라마라는 게, 제작기간이 짧으면 초반에만 반짝 액션이 나오고 뒤로 갈수록 다른 길로 새거든요. 우린 그러지 말자고, 어디에 내놔도 퀄리티가 좋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한국형 액션 드라마를 한 번 만들어 보자고, 그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의지를 다졌었어요."

이승기 수지

이승기는 '배가본드'를 통해 과거 '구가의 서'에서 만났던 수지와 6년 만에 다시 연기 호흡을 맞췄다. 각각 차달건과 고해리 역을 맡아, 몸 사리지 않는 액션부터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멜로까지 선보이며 찰떡 케미로 안방극장을 달궜다.

"수지 씨와의 호흡은 너무 좋았죠. 장르가 액션이다 보니 서로 몸 부딪치는 게 많았는데, 친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더 쉽게 이야기 나누고 소통할 수 있어 편했어요. '배가본드' 팀이 사석에서도 자주 만나고 팀워크가 정말 좋았는데, 수지 씨의 성격이 털털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혹여나 그 친구가 사람 만나는 걸 어려워했다면, 우리가 다 같이 만나는 기회가 많지 않았을 거예요. 수지 씨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다 같이 모여 본방을 보거나 하는 시간들을 만들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사이가 돈독해질 수 있었어요."

'배가본드'의 결말은 시즌2를 염두에 둔 열린 엔딩이었다. 주인공 차달건이 비밀 테러집단의 본거지를 치기 위해 용병으로 잠입하고, 죽여야 할 타깃으로 고해리가 등장하는 엔딩은 '배가본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배가본드'는 기획 단계부터 시즌2의 제작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실제 제작과 관련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이승기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배가본드' 시즌2가 제작된다면 하겠냐고.

"시즌1 엔딩을 보셨다면 아시잖아요. 제가 안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웃음)"(제작만 된다면 당연히 하겠다는 대답이었다.)

이승기

▲ 데뷔 15년, 이승기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2004년 데뷔한 이래 15년 동안 이승기는 작은 사건사고 하나 없이 무탈하게 연예계 생활을 버텨왔다. '바른 청년', '엄친아'의 훈훈한 이미지를 안고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 온 그다. 하지만 어느 누가 잔잔한 호수 같은 인생만 살 수 있으랴. 이승기도 알고 보면 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당연히 스트레스 있죠. 문제는, 그걸 어떻게 잘 버티고 잘 소화하느냐 인 거죠. 그때그때 주변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취미에 빠진다던지 해서 극복했던 거 같아요. 보통 스트레스라는 건, 특정 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적인 스트레스라면, 거기서 풀어야 해요. 그걸 다른 데 가서 해소하려 하면 안 되더라고요. 일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는 숙명이라 받아들이고, 그걸 어디서 어떻게 보상받을지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거 같아요."

이승기가 마음의 답답함을 느낄 때 건강하게 풀어낼 수 있는 해소제는 '가족'이다.

"속이 너무 답답할 때, 부모님이랑 이야기하면 한 번씩 정화가 돼요.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건강하게 잘 풀어내는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이 더 소중해져요. 어렸을 땐 '가족은 언제나 내 옆에 있겠지'란 생각이라 저만 보기에도 바빴는데, 지금은 가족을 더 돌아보려 해요"

나아가 이승기는 자신의 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도 품고 있었다. 어느덧 30대, 주변 친구들이 장가가고 아이 아빠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승기도 그런 꿈을 꾸고 있는 보통의 남자다.

"내 가족을 꾸리고 싶은 생각이요? 완전 있죠. 지난 몇 년간 선배들한테 결혼은 언제 하는 게 좋고, 어떤 여자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해야 하는지, 연애와 결혼의 차이가 뭔지 그런 걸 엄청 물어봤어요. 궁금해요. 언젠가 가정을 꾸리고 싶은데, 나이 마흔이 넘으면 결혼과 멀어질 거 같고... 마흔 전에는 하겠죠?(웃음)"

이승기

이승기는 10대 후반부터 스타의 자리를 지키며 쉼 없이 달려왔다. 노래, 예능, 연기 어느 한 분야에서도 부족함이 없었고 누구보다 성실했다. 그런 최선의 노력과 자신만의 매력으로 이승기는 오랫동안 '스타'로 영롱하게 빛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들은 쉽게 하는 평범한 일상이 그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젊을 때 한 번씩 간다는 배낭여행도 항시 국내 방송 스케줄이 잡혀 있던 이승기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승기는 더 늦기 전에, 20대 때 못해 본 일을 이제라도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20대 때 여유없이 일했던 게 아쉽긴 해도, 그만큼 얻은 게 많잖아요. 20대 때 못한 걸 30대 때 다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특히 한 두 달 정도 해외에 나가서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걸 한번 해보고 싶어요. 지난 15년 동안 늘 고정 출연인 프로그램이 있어서, 열흘 이상 해외에 나간 적이 없거든요."

이승기는 2019년도 쉴 틈 없이 달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해 제대한 이후 연속으로 드라마 두 작품에 예능도 연거푸 하며 휴식다운 휴식을 즐기지 못했다. 그 에너지 넘치는 이승기가 스스로 "지친 게 느껴지긴 한다"라고 자평할 정도다.

"당연한 거죠. 새롭게 뭔가를 채울 시간 없이 계속 아웃풋만 나갔으니까요. 내년에는 숨을 고르면서 에너지를 얻는데 시간을 좀 써야 할 거 같아요. 그렇다고 막 오래 쉬겠다는 건 아니고요. 다른 배우들 보면, 한 작품 끝내고 3~4개월 쉬었다가 다음 작품 들어가고 그러잖아요? 저도 딱 그 정도만 쉬면 될 거 같아요. 제가 원래 일 하는 걸 좋아해서, 더 오래 쉬라고 해도 못 쉬어요. 지나치게 많이 했던 걸 줄이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대로 계속 달리기만 하면 저 스스로 지칠 거 같아서요. 연예인은 스스로 관리 잘해서, 좋은 콘텐츠로 인사드리는 게 답인 거 같아요. 그렇게 찾아뵐 수 있도록 계속 관리 잘할 테니,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 주세요."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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