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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최광제 "대기업 합격했지만 포기…긍정의 배우 되겠뚜"

기사 출고 : 2019-12-10 16:35:05

조회 : 412

최광제

[SBS 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유난히 크고 깊은 눈동자를 가진 배우 최광제(35)는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해맑은 웃음을 연신 터뜨렸다. 반면 종영과 함께 이별해야 했던 빠야족 9명의 배우들을 떠올리며 얘기할 때는 얼굴 가득 아쉬움이 묻어났다.

연극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영화,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힌 지 3년 만에 최광제는 '쌉니다 천리마마트' 빠야족의 족장 삐엘레꾸 역으로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대한민국 땅을 밟은 빠야인 삐엘레꾸 역을 맡은 최광제는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빠야족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아름다운 용기를 선사했다.

최광제

"저희는 같은 꿈을 꾸는 형제였어요."라며 최광제는 인터뷰를 하는 내내 빠야족 9명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극 중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찌에로 등장했던 엄태훈(8)을 비롯해 10명의 배우들은, 한국사회의 냉정한 현실에서 일자리를 찾아 나섰던 빠에족만큼이나 절실하게 연기했다.

"빠야족을 연기한 배우들은 기회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친구들이었어요. 누구 하나 군말 없이 빠야족을 표현하는 데 최선을 다했어요. 한 화면 안에서 모든 배우가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고 최고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게 얼마나 값진 기회인지 모르겠어요."

최광제

빠야족이 천리마마트를 응원하며 배추밭에서 성악 버전 빠야송을 부를 때나 폐차장에서 마트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장면은 최광제도 울컥할 만큼 큰 감동이었다. 최광제는 초등학교 1학년생인 찌에 역의 배우 엄태훈에게는 부성애와 같은 끈끈한 애정을 느끼기도 했다.

바다 건너 대한민국 땅을 밟은 빠야족을 표현하기 위해 수 차례 태닝을 하고, 자택 옥상과 양재천을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다녔던 일들은 이제 최광제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최광제는 "빠에족을 보고 웃음과 희망을 얻으셨다는 분들을 보면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뼛속부터 연기자의 피가 흐를 것 같지만 최광제가 배우가 된 건 매우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초등학교 때는 축구, 중학교 때는 육상, 고등학교 때는 유도를 했던 최광제가 배우를 꿈꾼 건 고등학교 시절 어느 연기학원에서 보낸 수강생 모집 메일을 읽고서다.

최광제

"돌이켜 생각하면 그쪽(연기학원)에서 무작위로 뿌린 광고메일이었을 거예요.(웃음) 그 메일을 읽고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부산이 집이라서 서울과 부산을 무궁화호 열차를 입석으로 타고 5시간 50분씩 오가며, 또 사우나에서 잠을 자며 연기를 배웠죠. 이후 배우 고창석 님을 연기 스승으로 만나서 연기를 배웠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순간들이 참 소중해요."

특유의 밝음으로 대학 시절을 보낸 최광제는 일본 유학을 떠났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빛을 발한 원어민 못지않은 일본어 실력은 일본 유학 경험을 통해 얻은 자산이다. 하지만 유학에서 돌아온 뒤 최광제가 마주한 연극배우로서 현실은 냉혹했다. 그는 탄탄한 직장에 들어가서 안정된 생활을 할지, 불확실한 배우의 삶을 살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최광제

"호텔 발렛파킹 아르바이트도 하고, 도어맨도 했어요. 택배업체에서 25t 택배 상하차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밀크커피 한잔을 마신 뒤 연극연습을 하러 가는 게 일상이었던 적도 있어요. 그렇게 연극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티다가 29세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에 합격했어요.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가기 전전날이었을 거예요. 고민 끝에 입사를 포기했어요. '대기업에 가서 안정된 삶과 돈맛을 알게 되면 나는 더 이상 가난한 연극무대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결심을 한 거죠."

최광제는 그즈음 '어떤 배역을 맡아도 기가 막힐 만큼 잘 해내는 배우'로 대학로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7년 최광제가 연극 '담뱃가게 아가씨'에 출연 중일 당시였다. 우연히 연극을 보러 온 관계자의 눈에 발탁되면서 최광제는 배우로서 큰 기회를 잡게 됐다.

이후 최광제는 연극 무대에서 탄탄히 다져온 실력을 드러내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 ,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 탄탄한 작품에 비중이 높고 연기자로서 매력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배역에 연이어 캐스팅되며 자신의 이름을 점차 알려갔다.

최광제

"많은 분들이 스케줄이 많아져서 힘들지 않냐고 묻는데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사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 배우들이 없기 때문에 감히 힘들단 소리는 안 해요. 아니 절대 못 하죠. 지금처럼 카메라 앞에서 연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얼마나 기쁜데요.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기회를 감사히 하고 싶은 마음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어요."

최광제는 '쌉니다 천리마마트' 종영 전부터 이어지는 캐스팅 소식에도 '기쁨'보다는 고마움을 드러냈다.

"배우 말고 제가 이렇게 신나고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전 없는 것 같아요. 배우 말고 다른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저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배우로서 살아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연기하는 순간, 또 카메라 앞에 서거나 무대 위에 있는 게 너무 행복하고 짜릿해요.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저에겐 감사하고 벅찬 일에요. 배우로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빠야족처럼요."

최광제

사진=백승철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