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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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음악 강자' 크러쉬의 음악은 강하다

작성 2019.12.17 09:14 수정 2019.12.17 09:42 조회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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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

[SBS연예뉴스 | 강수지 기자] 싱어송라이터 크러쉬(본명 신효섭·27)는 어느덧 '믿고 듣는 뮤지션'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인기에 힘입어 쉬운 행보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는 소신대로 도전의 길을 걷고 있다.

크러쉬는 지난 5일 정규 2집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From Midnight To Sunrise)'를 발매했다. 정규앨범으로서는 약 5년 6개월 만의 신보다.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앨범 발매 당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SBS연예뉴스와 만난 크러쉬는 "너무 긴장이 돼서 위가 다 꼬였다.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영혼을 갈아 넣어서 만든 앨범"이라고 수줍게 인사했다.

크러쉬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트렌디한 멜로디, 공감을 자아내는 진솔한 가사로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 정상을 휩쓸었다. '음원 강자', '음원 깡패' 등 빛나는 수식어도 얻었다. 히트곡은 '가끔', '어떻게 지내', '우아해'부터 드라마 '도깨비' OST 'Beautiful', 태연과 부른 '잊어버리지마' 등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지난 8월 처음으로 보사노바 리듬을 접목해 만든 곡 '나빠' 또한 1위를 석권했다.

음악성은 물론 대중성까지 제대로 명중하는 크러쉬이지만, 끊임없이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간다. "음악을 1, 2년 하고 그만 둘 게 아니기 때문에. 오래오래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는 그다. 이번 앨범에서는 1990년대 알앤비(R&B)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악기, 녹음 등 다방면에서 다채로운 시도를 했다.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을 때 정규앨범을 발매하고 싶었죠. 앞으로 나아갈 길과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집중해서 완성한 결과물이에요. 시간이 좀 오래 걸렸는데요. 나름대로 굉장히 많은 고민과 연구, 노력 끝에 완성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했어요. 3년 전부터 LP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아날로그 한 매력이 가득 차 있더라고요. 1970, 80년대 소울, 재즈 음악으로부터도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이 당시 뮤지션들은 어떤 악기를 썼고, 어떻게 녹음을 했는지 살펴봤죠. 이 앨범에서 많은 시도를 해봤고, 실험적으로 편곡을 해봤어요."

크러쉬

이번 앨범은 '하루'를 테마로 한다. 제목도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다. 새벽 1~2시부터 5~6시, 혹은 아침 7시까지 곡 작업을 많이 한다는 크러쉬는 여기서 착안을 해 앨범 이름을 지었다.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Alone(얼론)'과 'With You(위드 유)'를 포함해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From Midnight To Sunrise)', 'Wake Up(웨이크 업) (Feat.딘)', 'Wonderlust(원더러스트) (Feat. 밴드 원더러스트)', '티격태격 (Feat. DPR LIVE)', 'Sunset(선셋)', 'Butterfly(버터플라이)', 'Ibiza(이비자)', 'Cloth(클로스)', 'Sleep No More(슬립 노 모어)', '잘자 (Feat. 자이언티)' 등 12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3년 전에 '어떻게 지내' EP 작업 당시, 작업을 하다가 아침 6시 해가 뜨기 전에 한강에 강아지와 산책하러 간 적이 있어요. 동쪽에는 해가 뜨고 있었고 서쪽은 깜깜했죠. 중간 경계에 서서 사색에 잠겼어요. 제 인생이 어디쯤 와있나 말이죠(웃음). '자아성찰'과 같은 테마로 앨범을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이른 새벽부터 자기 전까지, 시간의 흐름에 알맞은 12곡을 수록했습니다. 1번 트랙은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인 이른 새벽, 2번 트랙은 오전 6~7시 출근 시간대, 3번 트랙은 본격적인 아침, 6번 트랙은 화창한 오후의 느낌이에요. 7번 트랙부터는 저녁으로 돌입하죠(웃음). 12번, 마지막 트랙은 잠들지 못해서 뒤척이는 분들을 재워드리는 노래입니다."

크러쉬는 12곡 가운데 가장 애정이 깊은 곡 두 곡을 더블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1990년대 알앤비 기반의 곡들로, 그때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Alone'는 1990년대의 아카펠라, 'With You'는 코러스와 악기들의 웅장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결이 다른 주제의 두 곡이에요. 'Alone'은 음악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고, 지치고, 외롭고, 아플 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자 안식처가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에요. 저도 이제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픔이나 힘듦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교감, 공감, 위로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With You'는 조건 없는 완전한 사랑이 주제예요."

크러쉬

앨범 전체의 스토리텔링, 각 곡의 완성도와 밸런스가 섬세하다. 음악에 대한 탄탄한 소신과 열정이 있기에, '음악 강자'이기에 '음원 강자'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제가 어떠한 것에 대해 노림수가 확실하고, 그것 만을 고집한다면 뮤지션으로서 더 상장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음악들을 앨범의 전체적인 스토리, 좋은 결과물로 들려드리는 게 뮤지션의 숙명이 아닐까 싶어요."

2012년, 21살의 나이로 데뷔한 크러쉬는 어느덧 20대 후반이 됐다. "20대에 많은 일이 있었다"는 그는 "20대는 여행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다. 30대 때는 구체적인 목적지를 정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그의 길, 앞으로 보여줄 무궁무진한 성장, 음악에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예전에는 아무리 밤을 새우고 공연을 하고 음악 작업을 해도 안 힘들었는데, 요즘은 일어나기도 힘들더라고요(웃음). 가까운 미래, 먼 미래가 많이 걱정이 돼요. 오래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예요. 목숨이 닿는 데까지 좋은 음악을, 즐겁게, 건강하게, 재밌게 하는 것이 목표죠. 예전에는 진짜 '오늘만 사는 것'처럼 살았는데, 이제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인생의 방향성은 아직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아직도 저는 인생을 여행하고 있고, 음악적으로도 삶적으로도 방황하고 있죠. 아직 더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웃음)."

[사진=피네이션]

bijou_822@naver.com, joy822@partn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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