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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아픔 딛고 돌아온 고준희 "스스로 성숙해진 시간"

강선애 기자 작성 2019.12.19 09:30 수정 2019.12.19 09:40 조회 5,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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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고준희는 지난 4월 말 드라마 '빙의'를 끝낸 이후 홀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연예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었던 '승리·정준영 단톡방'에서 언급된 여배우로 지목된 이후 그녀를 둘러싼 온갖 소문과 억측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미지가 중요한 여배우에게는 치명적인 루머들이었고, 그로 인해 고준희는 출연하려던 드라마에서 하차당하고 의도치 않게 활동 휴식기를 가졌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문제의 단톡방에서 자신이 언급된 건지 아닌지 여부조차 정작 알지 못하는 상황 속, 몸 담았던 소속사에서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해주지 않아 소문은 마치 기정사실화 됐다. 조용히 있다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그 이상의 충격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고준희는 홀로 변호사를 알아보고 루머 유포자와 악플러들을 고소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크게 흔들릴 뻔했던 고준희가 정신을 더 바짝 차릴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의 건강이상이었다. 심한 스트레스로 이명 증세가 생긴 어머니를 돌보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정작 자신을 짓누르던 온갖 혼란들 속에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렇게 고준희는 "가족 먼저 챙기자"는 마음으로 지난 몇 개월을 버텼다.

7개월이 지나 전보다 단단해진 마음으로 대중 곁에 돌아온 고준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배우 박해진의 소속사로 유명한 마운틴무브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마운틴무브먼트의 황지선 대표는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베테랑으로, 탁월한 매니지먼트 업무 능력은 물론, 스타가 선행에 앞장서도록 이끌며 선한 영향력 행사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업계에서 몇 안 되는 여성 대표로, 고준희가 겪었을 아픔을 누구보다 잘 공감할 조건을 갖췄다. 이런 황 대표를 만난 고준희는 그동안의 아픔을 씻고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고준희가 황 대표와 손 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외적으로는 언론 인터뷰, 내부적으로는 봉사활동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고준희는 자신의 억울함을 알렸고, 동시에 내적인 채움으로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였다.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선 그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고준희

"이렇게 다 얘기하니 편하네요."

대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일이다. 하지만 고준희는 막상 해보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힘든 시간을 다시 떠올리는 게 고통스럽고 아픈 어머니 이야기를 꺼낼 때는 눈시울을 붉혔지만, 그래도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그녀다.

고준희는 '정준영 단톡방' 사건과 연관 지어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걸 남들보다 오히려 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루머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정작 자신에게 직접 물어보지 못했고, 기사화되지 않았던 실체 없는 루머라 자신의 귀까지 들어오는데 한참의 시간이 더 걸렸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루머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비연예인인 친구가 "너 이런 소문 있던데 사실이야?"라고 물어와 그제야 자신이 어떤 소문의 중심에 서 있는지 알게 됐다.

연예인이 루머에 휩싸이면 보통 소속사는 민첩한 대응으로 더 이상의 루머 확산을 방지한다. 하지만 당시 고준희가 몸담고 있던 소속사는 루머가 생기고, 그 루머가 빠르게 확산돼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소속사의 무대응 속,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여배우의 이미지는 크게 흠집이 났다. 누구라도 붙잡고 울고 싶을 만큼 속상한 상황이었지만 고준희는 주저앉을 겨를이 없었다.

"제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됐어요. 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혼자 변호사를 찾아다니며 이걸 어떻게든 해결하려 했죠. 당장 법적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절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가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뛰어다녔어요."

고준희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소속사라는 창구가 없어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라고 해명할 기회도 없고, 혼자 대응하기 버겁다 보니, 얼른 새 소속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고준희에게는 그마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를 선택한다는 게 저한텐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앞으로 제 인생을 함께 할 파트너를 찾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여러 번 만나 대화를 나눠보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죠. 그런데 회사랑 미팅 한 번만 해도 기사가 나고, 계약 체결까지 안 가면 '불발' 이라면서 마치 뭔 문제가 있는 것처럼 또 기사가 나더라고요. 제 마음과 다르게 계속 기사가 나다 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잠시 멈췄어요. 새 소속사를 찾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때는 가족 먼저, 아픈 엄마를 돌보는 게 우선이었어요."

고준희의 어머니는 딸과 관련한 루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이명 증세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딸에게 말하지 않고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어 결국 고준희까지 알게 됐다. 고준희는 자신 때문에 충격을 받고, 병까지 얻은 어머니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모든 걸 멈추고 어머니 곁에서 건강부터 챙겼다.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고준희는 어머니 이야기에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엄마는 계속 이명 치료를 받고 계세요. 다행히 병원에서 수술까지는 안 가도 된다고 하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한대요. 전 이명이란 게, 귀가 좀 안 들리는 건 줄 알았어요. 저도 촬영 때문에 예민해지거나 신경을 많이 쓰면 가끔 귀가 안 들릴 때가 있거든요. 근데 이명은 그런 증상이 아니더라고요. 하루 종일 귀에서 '위잉' 하는 소리가 들린대요. 그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엄마가 처음에는 그런 증세가 있고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걸, 저한테 말도 안 했어요. 제가 걱정할까 봐요. 원래 이명 같은 게 없던 분인데..."

고준희

힘든 시기를 지나 온 고준희는 확실히 한 뼘 더 성장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는 좋을 일들이 생길 테니 한 번 쉬면서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라고, 하나님이 이런 시련을 주신 거라 생각했어요. 저도 여자인데, 왜 안 힘들었겠어요. 하지만 지나간 일을 계속 힘들어하는 건 무의미하잖아요? 저를 더 아끼면서 중심을 잡고, 긍정적으로 다음 일을 생각하려 했어요. 이번 일로 제가 전보다 더 단단해진 거 같지는 않은데, 스스로 성숙해졌다는 건 느껴요."

고준희가 고소했던 악플러들은 최근 법적 처벌을 받으며 죄가 인정됐다. 고준희와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는 앞으로도 계속 악플러를 모니터링하며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고준희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성숙한 인터넷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랐다.

"본인들이 하는 잘못된 언행이나 글들이 다른 사람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그 사람의 인생을 흔들 수 있는지를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고준희

아픔을 딛고 돌아온 고준희는 MBC뮤직 뷰티 토크쇼 '핑크페스타'의 MC에 발탁됐고, 드라마 출연도 논의 중이다. 예능과 연기를 넘나들며 활발한 방송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쉬었던 만큼, 더 왕성하게 활동하고픈 마음이다.

"전 원래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에요. 그건 모든 사람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를 아낄 줄 알아야 주변 사람들도 지킬 수 있는 거예요. 배우 고준희, 인간 고준희, 여자 고준희로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고 행복할 일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 거예요. 또 어떻게 하면 저로 인해 다른 분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까, 그걸 찾고 싶어요. 앞으로가 중요하죠. 지나간 일은 중요하지 않아요."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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