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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Y] 30년을 돌아온 양준일 "현실에 무릎을 꿇었었지만..."

기사 출고 : 2019-12-31 14: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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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SBS 연예뉴스l강경윤 기자] 가수 양준일이 돌아왔다. 가요계를 떠난 지 30년 만의 일이다. 수줍은 미소를 띄웠던 20대 청년은 어느덧 50대의 가장이 되어 있었다. 지금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기적'으로밖에 부를 수 없다.

양준일은 31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진행되는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위해 무대에 오른 뒤 한참을 얼떨떨한 듯 시선을 고정하지 못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는 취재진 자리를 돌아보면서 "이게 진짜 일어난 일이 맞나."고 재차 물었다.

양준일

약간 울먹거리는 모습으로 무대에 선 양준일은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나는 '서버'(식당 종업원)였다. 여러분이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나를 적응시키고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양준일은 "대한민국을 참 좋아해서 가수 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에 있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한국을 떠날 때 '오히려 미국에 가는 오히려 낫다'라며 나를 설득했다. 이렇게 돌아와서 많은 기자들이 나를 보러 왔다는 게 쇼크(충격)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1991년에 데뷔해 '리베카', '가나다라마바사' 등을 발표했고 이후 V2(브이투)라는 그룹으로 데뷔해 가수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원하던 가수 생활을 끝까지 이뤄낼 수 없었다. 미국 국적을 가진 교포인 그에게 비자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방인에 대한 편견의 시선도 문제였다.

양준일

양준일은 미국으로 건너간 뒤 '써니누나'가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그동안 그에게 음악이나 무대를 꿈꾸는 건 사치였다. 양준일은 "아기가 태어나고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민을 할 겨를이 없었다. 내 존재감은 없어졌고, 어떻게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양준일은 한국에 대해 좋은 기억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 생활이 힘들었지만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다. 과거 힘들 때마다 따뜻했던 분들이 있었다. 써니누나, 민혜경 누나, 노사연 누나, 미용실 대표님 등이다. 어떤 해프닝으로 과거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따뜻한 추억으로 떠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양준일은 20대 양준일에게 솔직하고 덤덤한 메시지를 전해 진한 감동을 준 바 있다. 양준일은 20대 양준일에게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양준일

양준일은 "현실에 무릎을 꿇고 모든 걸 내려놓으면 마무리가 된다고 믿는다는 뜻으로 20대에게 메시지를 전했던 것이다. 10대 때 원하는 것, 20대 때 원하는 것을 난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50대인 지금 20대 때 간절했던 K팝 스타가 되는 게 원치 않게 됐다. 현실에 무릎을 꿇고 나니 이런 믿기지 않는 상황이 펼쳐져서 솔직히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양준일은 또 팬들이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 이렇게 환영하게 해주는 자체가 나를 녹여준다. 과거가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미안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런 따뜻한 마음이면 '오케이'가 아니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31일 열리는 팬미팅을 시작으로 양준일은 본격적인 가수 행보를 걷는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고, 자신의 곡들을 재녹음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그는 "3집을 낼 때 너무 힘들었다. 너무 간절했기 때문에 3집이 잘되든 안되든 내려놓을 수 있었다. '판타지' 앨범의 가사들을 들으면 그게 마지막이었던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가사를 지금 다시 불러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준일은 과거 가요계 레트로 열풍을 타고 30년 전 무대로 화려하게 조명받으며 팬들로부터 재소환 러브콜을 받고 한국땅을 밟았다. 현재 그에 대한 책과 다큐멘터리가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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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백승철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