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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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SBS스페셜' 초콜릿 다이어트 '숨겨진 진실' 공개…건강 방송은 협찬 방송 '충격'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0.01.06 00:36 수정 2020.01.06 09:58 조회 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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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다이어트를 둘러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실이 공개됐다.

5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끼니外란 - 1부 다이어트 막전막후'라는 주제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공개됐다.

최근 독일의 한 연구진은 "저탄수화물 식사를 할 때 다크 초콜릿을 먹은 사람들이 먹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체중 감량을 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말 초콜릿을 먹으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까?

이에 제작진은 초콜릿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 돌입했다. 8명의 참가자 모두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되 이 중 4명은 초콜릿을 섭취하게 했다. 그리고 3주 후 초콜릿 군과 비 초콜릿 군의 다이어트 결과를 점검하기로 했다.

초콜릿 군은 초콜릿 섭취로 큰 위안을 얻었다. 실험자는 "확실히 초콜릿을 먹으니까 포만감도 있고 허기도 덜 지는 거 같다. 그리고 먹는 양도 줄어드는 거 같다"라고 했다.

실제로 실험 후 초콜릿 군보다 비초콜릿 군이 '나쁜 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다크 초콜릿의 영향일까.

제작진은 초콜릿 다이어트 연구를 한 독일의 연구진을 만났다. 이들은 "16명의 실험자들을 대상으로 3주 동안 체중 감량 여부를 조사했다. 실험 후반에 접어들수록 두 그룹의 감량 간격은 벌어졌다. 3주 만에 초콜릿 군이 10% 이상 더 많이 감량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험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비초콜릿 군이 더 많은 체중을 감량한 것. 초콜릿 군이 양호하게 나온 것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 하나였다.

국내 전문가는 독일 연구진의 결과에 대해 "샘플 수가 적어서 나온 우연의 결과일 수도 있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독일의 연구진에게는 기자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발표한 논문에도 놀라운 진실이 숨어 있었다.

디아나는 "독일에 걸맞은 다이어트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황당무계한 방법을 실험해봤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들은 초콜릿 다이어트에 관한 페이크 다큐를 만들었다.

이들은 통계 분석을 할 때도 유리한 데이터만 남겼다. 그리고 우연히 초콜릿 그룹이 비교군보다 체중이 감량했다는 데이터를 발견했고, 이를 이용해 초콜릿을 먹으면 시간이 걸리지만 더 오래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에 전문가는 "연구 결과를 보면 논문으로 출판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논문으로 출판됐다"라고 놀라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돈을 주면 자신이 원하는 학술지에 논문을 실을 수 있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가짜 연구소를 세운 피터와 디아나는 물밑 작업 끝에 한 곳의 연락을 받았다. 100달러를 입금하자 이들의 논문은 한 학술지에 게재됐다. 그리고 이들은 연기자를 고용해 초콜릿으로 살을 뺐다는 영상을 만들어 게재했다. 얼마 후 이들이 기대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유럽의 한 신문에 초콜릿 다이어트에 관한 기사가 실린 것.

이에 독일 연구진은 "서로의 기사를 베껴 쓰는 연쇄 반응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언론에 한번 소개된 이들의 기사는 아프리카까지 아무런 검증 없이 전파됐다.

독일 연구진 피터는 "글이나 말에 우리가 얼마나 잘 속는지, 과학자들이 말하면 얼마나 많이 현혹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다이어트 산업에서는 그런 방법으로 살을 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믿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초콜릿의 효능을 소개하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근거로 활용되는 과학적 연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전문가는 "이런 기사 속에 등장하는 연구 결과들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초콜릿의 효능을 주장하는 기사 대부분은 관련 업체에서 지원을 받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또한 운동 때문에 다이어트를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솔깃할 만한 연구가 있었다. 운동을 많이 할수록 칼로리 소모량이 낮아진다는 운동의 역설(The Exercise Paradox).

허먼 판쳐 교수는 "운동량이 어느 정도 적응하는 지점에 도달하면 아무리 운동을 해도 칼로리 소모가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운동량이 많은 탄자니아 하자족과 좌식 생활이 대부분인 서양인들의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했다. 그런데 이들의 에너지 소비량은 아무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그는 "스마트 워치를 통해 칼로리 소모를 측정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 상관 관계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내일부터 운동을 시작한다면 몸이 적응할 때까지는 체중이 줄어들지만 장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지난해 '끼니반란'편에 출연했던 한 부부를 만났다. 당시 체중 감량에 성공했던 이들은 1년 만에 요요현상이 발생해 체중이 늘어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결혼 전보다 급격하게 살이 찐 상태였다.

이들은 또 다른 부부와 함께 운동 그룹과 식이 그룹으로 나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운동 그룹은 운동을 하는 대신 식이요법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식이 그룹은 운동은 하지 않고 식이 요법만 실시해 체중 감량에 도전했다.

그 결과 식이군이 운동 그룹을 압도했다. 허먼 교수는 "운동 자체는 좋지만 체중 감량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오코너 타임스 기자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비만의 주요인이다. 식품 산업계는 사람들이 운동에 초점을 맞추게 하고, 운동 부족이 비만의 이유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몇 년 전 미국에서는 콜라 업체와 전문가들이 주고받은 메일을 공개했다. 비만의 원인을 운동 부족으로 몰고 가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그 막후에는 유명 교수들이 있었다. 이들은 콜라 업체의 지원을 받아 적게 먹으라는 말은 감춘 채 잘못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이후 문제의 전문가 단체는 해체됐다. 콜라 업계도 지침을 변경했다. 연구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거나 50%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건강 관련 방송 관계자는 "협찬사나 홍보팀에서 논문이나 교수들 인터뷰를 같이 주는데 이걸 100% 신뢰해도 되는지 의문이 있지만 그래도 믿으면서 했던 것 같다"라며 협찬 방송의 불편한 진실을 고백했다. 또한 "효능을 보여주는 것을 최대한 돌려서 보여줬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례자를 섭외했을 때 실제로 식품을 먹은 분들도 없었다. 섭외한 후에서야 실제로 먹어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며 "방송을 보고 우리 부모님조차도 '저게 진짜 좋나 보다' 하는데 그 모습을 볼 때 자괴감이 든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사례자들을 섭외하는 업체 관계자는 "그냥 나가서 그걸 먹고 살을 뺐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진짜 먹고 살을 뺀 사람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우리는 다 훈련이 돼 있어서 먹은 것처럼 하면 된다"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인터넷과 TV, 신문 매체를 보면 음식의 효능과 영양을 강조한 정보들이 하루에도 수천 개씩 쏟아진다. 정보의 대홍수 속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받아들이는 잘못된 정보는 우리의 식생활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방송사가 협찬을 받았는데도 고지를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제지가 전혀 없다. 그리고 건강 방송과 홈쇼핑도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방송을 보고 홈쇼핑에서 상품을 사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언론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언론사는 광고를 기사처럼 게재를 하고 있었다. 객관적인 내용을 담아야 할 기사가 식품의 효능을 홍보하는 광고로 전락한 것. 이에 전문가는 "공신력 있는 연구를 찾아보면 사실이 아닌 게 많다. 기자가 팩트 체크를 하고 기사를 썼을 것이라고 독자들은 믿고 있는데 업체의 내용을 받아서 쓴 광고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음식과 관련된 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주체적으로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들이 모르는 곳에서 치열한 밥상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늘 당신이 선택한 음식은 치열한 음식 정치(food politics)의 산물인 것이다.

이에 전문가는 "식품이 마법처럼 건강을 향상해 준다고 하면 첫 번째 질문은 '누가 돈을 댄 거지?'라고 의심해야 한다. 과학은 그렇게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홍보하는 연구를 본다면 눈을 돌려버려라. 그건 의심하라는 적신호가 켜진 거다. 상식을 발휘해라"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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