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봉준호가 밝힌 오스카 캠페인 "선거운동과 비슷…송강호는 쌍코피"

김지혜 기자 작성 2020.01.06 17:35 수정 2020.01.06 17:36 조회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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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이 미국에서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오스카(아카데미) 캠페인'에 대해 밝혔다.

6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하 골든글로브)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 영화상의 영예를 안은 봉준호 감독과 영화의 주역 송강호, 이정은 등은 수상 직후 SBS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의 막전막후에 대해 공개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레이스는 시스템이 칸영화제처럼 9명의 심사위원이 일주일간 20편의 경쟁작을 보고 심사를 하는 게 아니라 한 해 동안 나온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고 전했다.

기생충

이어 "투표권자만 8천 명에 육박해서 선거운동 양상을 띠게 된다. 미국 배급사나 스튜디오가 엄청난 예산이나 인력을 투입해 오스카 캠페인을 벌인다. 저희도 엉겁결에 캠페인의 파도에 휩쓸려 들어가게 됐다. 뭐랄까. 투수가 강제 강판되듯이 저희가 어워드 시즌에 투입될 영화로 분류가 된 거다."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그 시작이 지난 8월 콜로라도 중부의 고산지대에서 열린 텔루라이드 영화제"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제에서의 강행군으로 인해 송강호는 쌍코피를 쏟기도 했다고. 그도 그럴 것이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미국의 여러 도시를 돌며 100여 회의 인터뷰 및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오스카 캠페인의 강행군은 '기생충'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는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을 노리는 수많은 영화들이 같은 여정을 돌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팀도 다 같이 캠페인에 참여한다. 자주 보다 보니 다른 영화의 감독, 배우들과 정이 들었을 정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 모두의 마지막 도착점이 오스카 시상식이 되는 구조더라."라고 전했다.

봉준호

봉준호 감독은 "우리는 상을 받기 위해 또는 오스카를 목표로 영화를 만든 적은 없다. 이미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천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이 모든 건 덤으로 벌어지는 즐거운 소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재미있는 비유를 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북미 개봉, 오스카 캠페인이 이어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은 물론 봉준호 감독에 대한 미국 내 주가도 급상승 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5일 "할리우드에서 봉준호 감독의 인기가 치솟고 있으며, 많은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그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 보도에 관해 묻자 봉준호 감독은 민망해 한 뒤 "지난 3일 미국에서 '기생충' 파티를 했다. '판의 미로', '세이프 오브 워터'를 만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호스트로 나섰고 수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라 던 등과 에드라 라이트 감독도 왔다. 그게 기사로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여러분들이 그런 기사를 보면서 '이게 뭐지?'하는 것과 같은 감정을 우리도 느낀다. 우리도 주최자와 관람객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봉준호
봉준호

봉준호 감독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오스카 레이스는) 소동이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또한 한국 영화 산업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지 않나. 이것을 목표로 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오스카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다면 한국 영화 산업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까지 수상한 '기생충'은 오는 2월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에 도전한다. 현재 아카데미 국제극영화상과 주제가상 등 2개 부문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지만 외신은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도 후보 지명될 것으로 예측했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소동'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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