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92회 아카데미] '기생충', 외국영화 첫 작품상…아카데미 92년 역사 바꿨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20.02.10 13:43 수정 2020.02.10 13:47 조회 749
기사 인쇄하기
봉준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2년 역사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 역사를 썼다.

9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시상식 최고상인 작품상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92년 역사에서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최초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 도전장을 내민 '기생충'은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미국의 대표 거장들을 제치고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의 경이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장식됐다.

송강호

각본상으로 수상 릴레이의 포문을 연 '기생충'의 수상 릴레이는 국제영화상을 거쳐 감독상 수상이라는 첫 번째 전율을 안겼다.

앞서 열린 감독조합상 시상식에서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에게 영광이 돌아가 봉준호의 수상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감독상 시상자로 나온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는 한국에서 온 봉준호 감독을 호명했다.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자신의 영화 스승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헌사를 바쳤다.

그는 "어릴 때 영화를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창의적인 이야기'라는 글을 보며 가슴이 담았더랬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다. 그 분과 같이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을 받을 줄은 전혀 몰랐다"며 마틴 스콜세지를 향한 헌사를 남겼다.

기생충 오스카 게티이미지코리아

시상식의 대미 역시 '기생충'의 차지였다. 원로 배우 제인 폰다는 작품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운을 뗐다. 작품상에 '기생충'이 호명되며 이 말의 의미는 보다 선명해졌다. 미국의 로컬 시상식이었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외국 영화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해주며 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영화를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말이 안 나오네요.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너무 기쁩니다. 지금 이 순간에 뭔가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 듭니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분들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라고 가슴 뭉클한 수상 소감을 남겼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열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석권하며 유럽, 미국 최고 시상식의 왕좌에 올랐다.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영예의 순간으로 기록될 8개월의 여정이다.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