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봉준호 동상·박물관 세우자"…한국당 공약에 분노한 민심

김지혜 기자 작성 2020.02.12 13:09 수정 2020.02.12 14:06 조회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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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자유한국당이 총선을 앞두고 '봉준호 마케팅'에 나서자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대구의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들이 일제히 '봉준호 공약'을 내세워 민심 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구 중·남구 선거구에 출마한 배영식 한국당 예비후보는 지난 11일 "봉준호 영화의 거리, 봉준호 카페의 거리,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영화 기생충 조형물을 남구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중·남구 선거구에 출마한 장원용 한국당 예비후보도 이날 "대구 남구 대명동에 봉준호 기념관을 건립하고 봉준호 공원을 조성하겠다. 봉 감독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을 대구 남구 대명동에 건립해 대구에서 제2, 제3의 봉 감독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도건우 한국당 예비후보는 이날 "대구에 봉준호 명예의 전당 건립하고 영화박물관, 독립영화 멀티 상영관, 가상현실(VR) 체험관, 봉준호 아카데미 등을 유치하겠다"고 경쟁자에 뒤질세라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봉준호 감독과 남구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한 또래 세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하며 "과거 대구 영화의 중심이었던 중구와 봉 감독의 생활 무대였던 남구를 봉준호 타운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병에 출마한 강효상 한국당 예비후보는 "대구신청사 옆 두류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대구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 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봉준호

네티즌들은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의 명예에 숟가락 얹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인물이기 때문에 한국당의 공약이 더 어이없다는 비판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보수 절망적"이라며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이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니냐. 자본가를 탄압하는 보수 정권은 처음 봤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랬던 분들이 이제 와서 봉 감독의 쾌거에 숟가락 올려놓으려 하다니 얼굴도 참 두텁다"라며 "생가 복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던 방식이다"라고 꼬집었다.

봉준호 감독은 1969년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났으며, 대명9동의 남도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78년 서울로 이사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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