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성범죄자 영화가 최다 후보?"…'佛 아카데미', 개최 전부터 논란

김지혜 기자 작성 2020.02.14 11:02 수정 2020.02.14 13:27 조회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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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프랑스의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불리는 세자르상이 개최 전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알랭 테르지앙 프랑스영화예술아카데미 회장 등 세자르 영화상 조직위원회 전원은 시상식이 끝난 직후 사임한다.

이는 올해 시상식 최다 후보에 오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장교와 스파이' 후보 선정 논란과 함께 시상식을 주관하는 프랑스 영화예술아카데미의 자체적인 혁신 필요성과 수많은 탄원에 따른 결과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신작 '장교와 스파이'로 제45회 프랑스 세자르 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프랑스 여성 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성범죄 전력이 있는 감독을 최다 후보에 올린 반면 클레어 드니 등 여성 영화인은 갈라 행사에서 배제시켜 비난받았다.

그럼에도 세자르상 조직위원회는 후보 지명을 강행했다. 알랭 테르지앙 프랑스영화예술아카데미 회장은 "이미 150만 명의 프랑스 관객들이 영화를 봤다"며 "후보작 선정에 있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자르상의 투표 기관뿐 아니라 시상식 자체 내 성 평등, 다양성, 투명성 부족을 지적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화 산업 내 압력과 극장 보이콧 조짐까지 보였다.

로만

결국 세자르상 조직위원회는 이 같은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멤버 전원이 2월 28일 시상식 이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세자르상 조직위원회는 성명서에서 "프랑스 영화를 만든 모든 사람들을 기리고, 평온을 되찾고, 시상식이 축제로 남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폴란스키 감독은 1977년 배우 잭 니콜슨 집에서 당시 13살이었던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미국에서 재판을 받던 중 런던을 거쳐 프랑스로 도피했다.

유럽에서 연출 활동을 이어가던 폴란스키는 2002년 '피아니스트'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생애 첫 오스카 감독상이었음에도 귀국 즉시 체포될 것을 우려해 시상식에 불참했다.

이후에도 네 명의 여성이 추가적으로 성폭행당한 사실을 밝혀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반면 유럽 영화계에서는 승승장구했다. 특히 프랑스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무려 세 차례나 감독상을 받을 정도로 연출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7년에는 세자르상 심사위원장에 위촉됐으나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 사퇴하기도 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등 쟁쟁한 경쟁작과 함께 세자르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지명됐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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